"연 2조 예산" 올 2학기 고3부터 단계적 확대… 교육계 '제2 누리사태' 우려도
  • ▲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고교무상교육 시행 당정청협의에서 참석자들이 손을 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고교무상교육 시행 당정청협의에서 참석자들이 손을 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당·정·청은 9일 올 2학기 고등학교 3학년부터 단계적 무상교육을 시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2021년에는 고등학교 전 학년으로 무상교육이 확대된다.  

    당·정·청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정·청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고교 무상교육 방안을 확정했다.

    무상교육이 시작되면 학생들은 입학금·수업료·학교운영지원비·교과서대금 등을 안 내도 된다. 대상 학교는 초중등교육법상 고등학교·고등기술학교 등이다. 다만 입학금과 수업료를 학교장이 정하는 사립학교 중 교육청으로부터 재정결함보조를 받지 않는 자율형 사립고, 특목고 등은 제외된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포용국가 실현을 위한 교육분야 최우선 과제로 ‘고교 무상교육’을 제시한 바 있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교육받을 권리는 헌법에 규정된 기본권”이라며 “초등학교·중학교에 이어 고등학교 무상교육 완성은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 실현을 위해 필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당·정·청은 고교 무상교육 제도화를 통해 모든 국민의 교육받을 기회를 보장하는 한편, 교육비 지출 부담을 덜 것으로 내다봤다. 결국 자영업자·소상공인·영세중소기업 등 가정의 가처분소득을 높일 것이라는 기대다.

    “가구당 연 158만원 절감 기대”

    홍 원내대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중 고교 무상교육을 안 하는 나라는 우리뿐”이라며 “무상교육을 통해 부담을 덜어주면 저소득가구의 월평균 가처분소득이 약 13만원 인상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예상했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 의장도 “학생과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춰 국민 삶에 도움을 드릴 것”이라며 “학비지원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가정의 부담이 크게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부연했다.

    구윤철 기획재정부 2차관은 “고교 무상교육으로 고교생 자녀 1명을 둔 국민 가구당 연평균 158만원을 절감할 수 있게 된다”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고교 무상교육이 2021년 전 학년으로 확대되면 매년 약 2조원에 달하는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예산은 내년부터 2024년까지 지방자치단체의 기존 부담금을 제외한 고교 무상교육 총 소요액의 50%씩을 중앙정부와 교육청이 부담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이전 정부에서 어려움을 겪은 재원 확보문제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에 국가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중앙정부의 재정여건을 고려한 결정으로, 정부와 시·도교육청이 각각 약 9466억원을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설세훈 교육부 교육정책복지국장은 부연했다. 

    다만 올 2학기 고등학교 3학년 무상교육 예산은 교육청 자체 예산으로 편성한다.

    또한 고교 무상교육 완성 후 시행재원은 지방교육재정 수요와 여건 등에 관한 협의를 거쳐 마련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민주당 홍 원내대표는 “고교 무상교육에 필요한 초중등교육법·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도 상반기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증액교부금의 근거규정과 무상교육 경비 부담 특례조항을 신설하기 위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은 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대표발의할 예정이다. 

    나경원 "원칙적으로 찬성... 재정방안 검툐 필요"

    당·정·청의 이 같은 방침에 제1야당은 원칙적으로 동의하지만 재원 마련 방편에 대해서는 검토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나경원 지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같은 날 오전 원내대책회의 직후 “(고교 무상교육은) 예전 대통령 공약이기도 했다”며 “고교 무상교육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다만 중요한 건 재원 마련 방법과 단계적으로 실시할 때 어느 쪽부터 하는가”라며 “실질적으로 아동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교육부의 재정교부율을 올려 국가 전체 재정을 사용하느냐에는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재원의 2분의 1을 부담해야 하는 교육청의 반발도 예상된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일부 교육감들이 당·정·청의 방침에 난감한 기색을 표하자 10일 의견수렴을 통해 공통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제2 누리사태’를 우려하는 시각도 크다. 

    ‘누리사태’는 박근혜 정부 당시 만 5세 아동을 대상으로 실시하던 영‧유아 무상보육 ‘누리과정’을 만 3~4세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재원 마련 방편을 두고 중앙정부와 교육청이 수년간 대립한 사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