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인도적 측면에서 체류 자격 줘야”원심 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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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인 남편에게 이혼 책임이 더 크다면 결혼이주여성의 국내 체류 자격을 연장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뉴데일리 DB
한국인 남편의 이혼 책임이 더 크다면 결혼이주여성의 국내체류 자격을 연장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사법부와 출입국 등은 그동안 결혼이민(F-6)체류 자격 연장을 엄격하게 판단했다. 법조계는 이번 대법원 선고가 향후 결혼이주여성의 국내체류 자격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았다.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김상환 대법관)는 지난 4일 A씨가 서울남부출입국·외국인사무소장 등을 상대로 낸 체류기간연장 등 불허가처분취소 소송(2018두66869)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서울고법은 2018년 A씨의 체류 자격을 인정하지 않았다.대법원이 A씨의 체류를 허가한다는 취지의 선고를 내린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남편 정모 씨에게 이혼 귀책사유가 있다는 점과, 결혼이민(F-6)체류 자격의 입법취지 등이다.“남편 귀책사유 인정되면 체류 가능”대법원은 “A씨가 2016년 2월25일 임신 초기 유산 증후가 있는 상황에서 가족들로부터 특별한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임산부가 걷기에는 부담스러운 거리를 걸어 병원에 다녀왔다”며 “안정과 휴식을 취해야 한다는 의사의 설명에도 입원치료를 받거나 집에서 쉬지 못하고 같은 날 저녁 시어머니 요구대로 편의점에서 일하다 유산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이어 “이 과정에서 남편 정씨가 적절한 조치를 못했고, 이로 인한 A씨의 마음 속 상처가 제대로 치유되지 못했다”며 “이는 A씨의 중대한 귀책사유로 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대법원은 F-6체류 자격에 대한 입법취지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부연했다. “우리나라 국민과 결혼해 F-6을 부여받고 체류하던 중, 우리나라 국적의 배우자 귀책사유로 정상적인 혼인관계를 유지할 수 없게 된 외국인에 대해서는 인도주의적 측면에서 F-6체류 자격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앞서 1·2심 재판부는 “외국인에게 혼인관계 파탄의 귀책사유가 없다고 해도 체류기간 연장 허가를 받으려면 외국인이 자신에게 파탄 책임이 없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며 “그러나 A씨가 제시한 증거만으로는 정씨에게 귀책사유가 전적으로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출입국관리법 제25조의 2 등은 가정폭력을 이유로 법원의 재판, 수사기관의 수사 등의 절차가 진행 중인 한국인의 외국인 배우자에게 체류기간 연장을 허가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출입국은 그동안 이 조항을 엄격히 해석했다. 이혼 판결문에 폭력·외도 등이 명시된 경우 F-6체류 자격을 연장했다. 이에 부합하지 않으면 방문동거(F-1)체류 자격을 부여했다. F-1을 부여받으면 국내에서 취업활동을 할 수 없다.베트남 국적의 A씨는 2015년 7월 국제결혼 중매업체를 통해 정씨와 혼인신고를 했다. A씨는 그해 12월 결혼이민(F-6)체류 자격으로 입국했다. 그러던 중 시어머니 B씨의 부당한 요구로 2016년 2월 유산했고, 이후 남편·시어머니의 요구로 이혼하게 됐다. 인천가정법원은 2017년 1월 남편 정씨의 책임을 인정, A씨에게 위자료 100만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법조계 “이혼한 이주여성의 국내 체류에 영향”이번 대법원 판단이 향후 비슷한 다른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법조계는 보았다.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변호사는 “사실 그동안의 판결은 현실과 괴리가 있었다"며 "이혼 귀책사유가 전적으로 한 사람에게만 있는 경우는 현실적으로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A씨의 1·2심 재판부도 정씨에게 이혼 귀책사유가 전적으로 있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양 변호사는 “이번 대법원 판결은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것으로, 환영할 만한 내용"이라며 “(최근 폭행영상 속 피해자인 다른 베트남 여성 등) 다른 유사 사례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