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 의견은“소개했다면 불법”… 윤대진 “내가 소개” 발언은 법망 피할 의도
  • ▲ 8~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윤석열(59·사법연수원 23기) 검찰총장 후보자.ⓒ박성원 기자
    ▲ 8~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윤석열(59·사법연수원 23기) 검찰총장 후보자.ⓒ박성원 기자
    윤석열(59·사법연수원 23기) 검찰총장 후보자의 ‘변호사법 위반’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윤 후보자가 과거 뇌물수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에게 변호사를 소개해줬다는 녹음파일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윤 후보자는 8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소개한 변호사가 결국 선임되지 않았기 때문에 변호사법 위반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뇌물 사건 당사자인 윤우진 전 세무서장의 친동생인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은 9일 친형에게 변호사를 소개한 사람은 자신이라며 논란 잠재우기에 나섰다.

    법조계에선 ‘변호사를 소개했다’는 윤 후보자의 녹음파일과 ‘소개했지만 선임되지 않아 불법이 아니다’라는 해명은 모두 수사기관 공무원의 변호사 소개·알선 등을 금지한 현행법을 위반했다고 봤다. 윤 후보자의 변호사법 위반 논란이 쉽사리 수면 아래로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후보자는 이날 새벽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뉴스타파 보도에 나온) 녹음파일에는 변호사를 소개해줬다고 나오는데, 하루 종일 이를 부인한 것이냐”는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문에 “이남석 변호사를 윤 전 세무서장에게 소개했다는 문자가 있다며 기자들에게 연락이 왔는데, 변호사로 선임되지 않았다고 (한 기자에게) 말한 것”이라고 답했다.

    현행 변호사법 37조는 ‘재판이나 수사업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은 직무상 관련이 있는 법률사건 또는 법률사무의 수임에 관해 당사자 또는 그밖의 관계인을 특정한 변호사에게 소개·알선 또는 유인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다. 이를 어겼다면 동법 113조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윤석열 후보자의 ‘변호사법 위반’ 논란이 확산하자 윤대진 국장은 9일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이 변호사는 내가 (대검) 중수부 과장할 때 수사팀 직속 부하였다”며 “(윤 전 세무서장에게 이 변호사를) 소개한 것은 본인이고 윤 후보자는 관여한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윤 국장의 이날 즉각적 ‘반격’은 법망을 피해갈 ‘묘수’라고 법조계 일각에선 보았다. “자신이 소개했다”는 윤 국장의 발언은 변호사법 36조 위반에 해당하지만, 예외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변호사법 36조는 ‘재판기관이나 수사기관의 소속 공무원은 근무하는 기관에서 취급 중인 법률사건 등에 대해 당사자나 관계인을 특정 변호사에게 소개·알선 또는 유인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 다만 사건 당사자나 사무 당사자가 ‘민법’ 제767조에 따른 친족인 경우는 예외다. 윤 국장이 친형에게 변호사를 소개했어도 법적으로 문제는 안 되는 것이다.
  • ▲ 윤석열(59·사법연수원 23기) 검찰총장 후보자의 ‘변호사법 위반’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박성원 기자
    ▲ 윤석열(59·사법연수원 23기) 검찰총장 후보자의 ‘변호사법 위반’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박성원 기자
    “소개해준 행위 자체가 위법”

    현재까지 윤 후보자와 윤 국장의 해명 중 누구의 말이 맞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윤 후보자가 국회에서 말한대로라면, 변호사 선임이 불발됐어도 불법행위를 했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서정욱 법무법인 민주 변호사는 “(윤 후보자의 해명은) 말이 안 된다”며 “소개만 시켜줘도 위반이고, 변호사가 실제로 선임됐는지와는 상관없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윤대진 국장의 형인) 윤우진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에서 취급하고 있었고, 더욱 문제”라고 지적했다. 윤 후보자는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였다.

    강태근 법률사무소 신록 변호사는 “결과적으로 (변호사로) 선임되지 않았어도 변호사를 소개시켜 준 것만으로 변호사법 위반죄는 기수(범죄 구성요건으로 성립하는 것)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또 대법원은 변호사 알선에 대해 ‘위임계약 체결을 중개하거나 편의를 도모하는 행위로 현실적으로 위임계약이 성립하지 않아도 무방하다’는 명시적 판시를 한 바 있다고 강 변호사는 부연했다.

    익명을 요청한 검찰 출신 A 변호사는 “소개시켜준 행위 자체가 위법”이라고 즉답했다.

    윤 후보자가 변호사 소개에 따른 경제적 이익 등 대가를 받았는지 여부도 신중히 따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을 지낸 이헌 변호사는 “변호사법 조항을 적용할 때 윤 후보자가 변호사를 소개했는지, 대가를 받았는지 등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면서도 “검찰 공무원이 (변호사를) 소개하는 일은 기본적으로 공직자 윤리에 반하는 일로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데다, 국회에서 위증한 부분도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해석의 여지가 있다”는 답변도

    다만 1명의 변호사는 모르겠다는 의견을, 나머지 1명은 변호사법 위반까지는 아니라는 견해를 전했다.

    서울 서초동의 B변호사는 “변호사를 소개해줄 때 단순 소개나 상담인지, 아니면 선임에 이르게까지 하는 것인지 등 범위를 어디까지 봐야 할지와 이에 따른 대가가 있었는지를 보고 판단해야 할 것 같다”면서 “윤 후보자 부분은 해석의 여지가 있어서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른 검찰 출신의 C변호사는 “윤 후보자의 경우, 본인이 그 사건의 담당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변호사법 위반까지는 아니다”라고 봤다.

    한편 야당은 윤 후보자의 국회 위증죄에 대해 비판 수위를 높였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변호사법 위반은 물론, 검찰총장후보자의 위증을 목도해야 하는 것 자체가 대한민국의 불행”이라고 주장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인사청문회에서 위증한 검찰총장은 있을 수 없으니 자진사퇴하라”고 요구했다.

    형법 152조는 법률에 의해 선서한 증인이 허위진술을 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