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엄중한 제재 필요한 상황...국제사회 오판 부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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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두 차례에 걸친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도 "인도적 차원의 대북 식량지원을 하겠다"는 견해를 사실상 드러냈다. 다만 여론 악화를 우려한 듯 '국민 여론 수렴'이라는 절차를 밟겠다는 방침이다. 야권에서는 "탄도미사일일 확률이 높아 국민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10일 원내대책 및 북핵외교안보특위 연석회의에서  "어제 북한이 미사일을 또 쐈다. 미국 국방부가 탄도미사일이라고 오늘 밝혔는데 탄도미사일이 한반도 평화를 찢어버렸다"며 "패트리엇이나 사드로도 요격할 수 없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를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 덕분에 북한의 미사일 장사가 쏠쏠한게 아닌가 싶다"며 "(대통령 취임 2주년 대담 내용에서도) 미사일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 대답은 대북 식량지원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렇다면 지금 우리 정부가 할 것은 북한 요구를 들어주는 게 아니라 북한을 설득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지금 9·19 군사합의가 북한 도발로 파기됐다. 마땅히 남북 군사합의 파기를 요구한다. 그리고 전작권 준비전환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美 국방부 "탄도미사일" 규정…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북한은 9일 오후 평안북도에서 '단거리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2발을 발사했다. 지난 4일 미사일을 발사한 지 닷새 만이며, 문재인 정부가 '대북 식량지원' 방침을 밝힌 지 만 하루 만이다. 우리 정부는 “아직 미사일 종류를 분석 중”이라고 발표한 반면, 미국 국방부는 조금 더 범위를 좁혀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쏘아올린 미사일 실체에 대해 한국과 미국의 판단이 엇갈리는 것이다.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이 사실일 경우, 북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한 것으로, 이에 따른 추가 제재가 불가피하다. 2009년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에 따르면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탄도 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모든 시험발사를 금지했다.

    그러나 정부는 대북 식량지원과 관련 "입장에 변화가 없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이유진 통일부 부대변인은 9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 식량사정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인도주의적 차원의 식량지원이 필요하다는 정부 입장엔 변함이 없으며, 다만 국민적 공감이 필요한 만큼 국민들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9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2주년을 맞아 진행된 KBS와 대담에서 "국민의 공감과 지지가 필요하다"며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의 회동을 제안한 것의 연장선상이다. 문 대통령은 "곧 북한 인구 40%가 기아상태에 직면하는데 이를 외면할 수 없다"며 식량지원 고수 의사를 내비쳤다.


  • ▲ 윤상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10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북핵외교안보특위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전옥현 북핵외교안보특위 자문위원, 윤 위원장, 백승주 의원).ⓒ이종현 기자
    ▲ 윤상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10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북핵외교안보특위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전옥현 북핵외교안보특위 자문위원, 윤 위원장, 백승주 의원).ⓒ이종현 기자
    황교안 "인도주의적 지원 찬성해, 다만 지금은 아냐"

    그러나 한국당은 여전히 거세게 반발하는 분위기다. 황교안 대표는 "북한을 도와주는 것은 일반적으로는 바람직할지 모르나 상황에 맞아야 한다. 북한은 주민의 어려움에는 아무 관심이 없고 오직 핵 고도화에만 전념해 엄중한 제재가 필요한 상황이다. 국제사회가 오판할 수 있는 일은 해선 안된다"고 선을 그었다.

    민경욱 한국당 대변인 역시 이날 오후 논평을 내고 "대통령은 북한에 '엄중히 항의하며 강력히 경고한다'도 아니고 '경고하고 싶다'고 얼버무렸다"며 "이러고도 대한민국 국민과 영토를 지켜야 할 대통령이자 국군 최고통수권자가 맞는가. 그것도 모자라 한미에 위협이 되지 않게 발사했다며 두둔하기 바빴다. 가히 북한의 수석대변인답다"고 비판했다.

    김정재 한국당 원내대변인도 "문 대통령이 어제 대담에서 '대화의 판을 깨지 않으려 노력하는 북한'이라고 했다. 도대체 북한 도발이 어느 수준까지 이르러야 '판 깨는 도발'로 인식하려는지 답답하다. 한술 더 떠 쌀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천하태평한 얘기까지 하고 있다. 어떻게든, 무엇이든 북한에 퍼주지 못해 안달이 난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정진석 "중요한 건 사실관계… 진상 규명될 것"

    정부의 강행 방침에도 대북지원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4일과 9일에 걸쳐 발사한 미사일의 정체가 '탄도미사일'이라고 명확하게 판정날 경우, 이는 명백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으로 우리 정부차원에서도 대북지원의 명분을 잃는다는 것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정진석 한국당 의원은 10일 본지와 통화에서 "나는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은 둘 다 탄도미사일이라고 본다.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고 9·19 군사합의 위반”이라고 말했다. 

    한미 국방부 브리핑 내용에 차이가 있는 것과 관련해 정 의원은 "이번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른 문제이지, 주장과 관념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정부 차원에서는 대화의 끈을 유지하겠다는 정무적 판단이 바탕에 깔려 있을 수도 있다. 물론 미국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나, 분명한 것은 어떤 형태로든 명백한 진상이 규명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이번 사건은 정말 경악할 일이다. 조금만 각도가 달랐다면 바로 전쟁이 나는 것"이라며 "엄청난 일이 벌어진 거다. 인도적 식량 지원은 좋다. 다만 일의 선후가 바뀌었다. 대북 인도주의를 하기 전에 대남 인도주의를 해달라고 대통령에게 간곡히 요청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