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 야당 승리하자 '무효화' 압박... 野 "명백한 독재" 반발
  • ▲ 지난 3월 31일 지방선거 후 에르도안 대통령을 연호하는 지지자들ⓒ뉴시스.
    ▲ 지난 3월 31일 지방선거 후 에르도안 대통령을 연호하는 지지자들ⓒ뉴시스.
    터키 최대 도시 이스탄불 시장선거 무효화와 함께 재선거 실시 결정이 내려졌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강력히 요구한 것으로, 터키 안팎에서 논란이 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터키 선거관리위원회는 6일(현지시간), 야권후보가 당선된 이스탄불 시장선거를 다시 치르자는 에르도안 대통령과 여당인 정의개발당(AKP)의 요구를 수용했다. 선관위 구성인원 11명 중 7명이 찬성하고, 4명이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집계 결과가 적힌 서류에 서명이 누락된 경우가 있었으며, 일부 공무원 신분이 아닌 개표감시위원들이 발견됐다는 이유를 들어 선거를 다시 실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재선거 일시는 6월23일로 정해졌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끄는 집권여당인 정의개발당은 지난 3월31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이스탄불 시장 자리를 야당인 공화인민당(CHP) 소속 후보인 에크렘 이마모을루에게 내줬다. 그러자 정의개발당은 이의를 제기하며 재검표를 요구했다. 하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고 야권후보의 당선으로 굳어지는 듯했다.

    정의개발당은 선거부정이 있었다고 주장하며 선거 재실시를 요구하며 선거관리위원회를 압박했다. 이에 따라 선관위는 검토 끝에 결국 재선거 실시로 결론내렸다.

    선관위의 결정이 나오자 에르도안 대통령은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그는 정의개발당 소속 의원들에게 “재선거 실시는 나라를 위한 최선의 조치”라고 말하며 “투표에 부정이 있었으며, 재선거 실시는 터키의 민주주의 확립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 이스탄불에서 벌어진 시장 당선 무효화에 대한 항의 시위 ⓒ뉴시스.
    ▲ 이스탄불에서 벌어진 시장 당선 무효화에 대한 항의 시위 ⓒ뉴시스.
    이스탄불 포기 못하는 에르도안 대통령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처럼 재선거를 간절히 원한 데는 이스탄불이 인구 1500만 명을 넘는 명실상부한 터키의 핵심 도시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는 시각이다. BBC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종종 “이스탄불에서 승리하는 자가 곧 터키 전체에서 승리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터키 국가경제의 중심지인 이곳을 되찾겠다는 그의 의지가 확고하다는 것이 BBC의 분석이다.

    에르도안 대통령 자신에겐 정치가의 길로 접어들게 해준 상징성이 큰 도시라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라는 지적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1994년 이스탄불 시장에 당선되면서 정계에 입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터키 선거관리위원회의 재선거 실시 결정에 대해 야권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마모을루 시장이 소속된 공화인민당은 이를 ‘명백한 독재’라 규정하고 맹비난하고 나섰다. 또한, 여당인 정의개발당이 선관위 위원들에게 재선거 실시에 반대하지 말도록 압박과 위협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BBC는 또한 이날 수백 명의 사람들이 이스탄불 곳곳에 모여 냄비와 프라이팬 등을 두드리며 반정부 구호를 외치고 시위를 벌여 재선거 결정에 항의표시를 했다고 전했다.

    재검표까지 거치며 우여곡절 끝에 이스탄불 시장 자리에 올랐다 한 달도 안 돼 당선무효 결정이 내려진 에크렘 이마모을루는 항의집회에서 “재선거 실시 결정은 정치적 압력에 굴복한 선관위의 수치”라며 “이 나라에는 민주주의를 위해 싸울 8200만 명의 애국자들이 있다”며 결의를 다졌다.

    터키 정국의 혼란에 국제사회도 우려의 시각을 거두지 못했다. 

    유럽연합(EU)은 터키의 재선거 결정에 우려를 표명하며 터키 선관위에 재선거 실시 이유를 지체없이 설명해줄 것을 요구했다.

    EU의 외교·안보 고위대표를 맡은 페데리카 모게리니는 성명을 내고 “자유롭고 공정하며 투명한 선거절차를 보장하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매우 중요하다”며 “이는 유럽연합과 터키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프랑스 정부 또한 터키당국이 재선거에서 민주주의 원칙과 함께 공정성과 투명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