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들에겐 "정치적 이득 위한 책동에 경고"…"당 망친 게 누군데" 반발 확산
  • ▲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30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박성원 기자
    ▲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30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박성원 기자
    불난 집에 이만한 부채질도 없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30일 "당을 진보와 보수 어느 한쪽으로 몰고가려는 일부 세력의 움직임이 있어 우려된다"며 "일말의 정치적 이익을 보겠다고 당을 한쪽으로 몰고가려는 책동에 강력히 경고한다"고 말했다.

    선거제, 공수처법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당내 분열과 불신을 수습하기는커녕 오히려 '옐로 카드'를 꺼내 대응한 것이다. 연일 거센 집안싸움으로 분당설이 끊이지 않는 바른미래당의 대표로서 부적절한 발언이었다는 지적이다.

    손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민국 정치의 새 길을 열고 새 판을 짜는 첫걸음이 될 패스트트랙 지정을 환영한다"면서 "협상 과정에서 당이 숱한 분란과 내홍을 겪은 점에 대해 대표로서 국민과 당원께 송구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며 "당을 단합해서 한국정치의 구도를 바꾸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1년 앞으로 다가온 내년 총선에서 한 줌의 이득을 보겠다고 국가와 사회를 이념으로 분열시키는 것은 국가와 민족 앞에 죄를 짓는 것과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문제의 '경고' 발언은 그 이후 나왔다.

    손 대표는 "당을 진보와 보수, 어느 한쪽 이념으로 몰고가려는 일부 세력의 움직임이 있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3의 길을 지켜온 당이 이념의 도그마에 빠지는 순간 우리 정치는 다시 극한대결의 양극체제로 회귀하고 말 것"이라며 "일말의 정치적 이득을 보겠다고 당을 한쪽 이념으로 몰고가려는 책동에 강력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발언에서 '일부 세력'을 특정하지 않았으나, 전후 사정을 감안하면 사실상 유승민 전 대표를 위시한 바른정당계 의원들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바른정당계는 바른미래당의 정체성에 대해 손 대표가 주장하는 '중도개혁' 노선이 아닌 '선명한 개혁보수'의 길을 걸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다, 패스트트랙 추진 과정에서 불거진 당 지도부의 불통과 거짓말 등을 거세게 비판하며 손 대표의 사퇴를 촉구해왔다.

    손 대표는 기자회견 직후 질의응답에서 '경고한다는 세력이 어떤 세력인지, 무슨 경고를 할 것인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말한 그대로 받아달라"며 "구체적으로 뭘 한다고 말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고 일축했다. 이어 "총선을 앞두고 거대양당 체제로 원심력이 작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바른미래당이 중심을 잡고 총선에서 승리의 길로 나가자고 하는 것"이라며 동문서답했다.

    이와 관련, 바른정당계 지상욱 의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손 대표는 바른미래당의 창당정신이 무엇인지부터 알고 말해야 한다"며 "바른미래당은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중도라는 안철수·유승민 두 대표의 정신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거세게 반발했다.

    그는 "당을 망친 사람들이 누군데 감히 누가 누구를 경고하느냐"며 "의회민주주의를 깨고 꼼수로 폭거를 만든 사람들이 누구인가. 창피한 줄 알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지 의원은 "대한민국 대통령이 바뀐다고 해서 자유민주주의를 인민민주주의로 바꿔도 된다는 것이냐"며 "당 대표가 바뀌었다고 당의 창당정신이 바뀌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제 손 대표는 정계를 은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