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 "망망규칙 어겼다" 보호 중단…BBC "미국이 인도 요청"
  • ▲ 영국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경찰들에게 붙잡혀 끌려나오는 줄리안 어산지. ⓒBBC-RT 관련보도 화면캡쳐.
    ▲ 영국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경찰들에게 붙잡혀 끌려나오는 줄리안 어산지. ⓒBBC-RT 관련보도 화면캡쳐.
    ‘위키리크스’라는 폭로매체를 설립, 미국의 기밀 수십만 건을 공개했던 호주 국적 언론인 ‘줄리안 어산지(47)’가 영국경찰에 체포됐다. 어산지를 보호했던 영국 주재 에콰도르대사관은 “그가 망명객으로서의 규칙을 번번이 어겼다”며 더 이상 그를 보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영국경찰은 발표 이후 에콰도르대사관으로 진입해 어산지를 체포했다.

    BBC 등 영국언론에 따르면 어산지는 경찰에 체포되면서 “이건 불법행위다. 나는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외쳤다. 현지언론은 2012년부터 에콰도르대사관에 머물렀던 어산지가 체포된 사실을 주요 뉴스로 다뤘다.

    어산지가 ‘위키리크스’를 설립한 것은 2006년이다. 그는 ‘위키리크스’를 통해 정부가 숨기는 기밀들을 폭로하고자 했다. 그러나 처음에는 그가 폭로하는 기밀이 많지 않았다. ‘위키리크스’가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된 때는 2010년이다. 이라크 침공 당시 미군 헬기가 민간인 4명을 사살한 사건부터였다.

    이후 전직 미군 정보기관 분석가 ‘브래들리 매닝(이후 성전환을 해 첼시 매닝이 됐다)’이 국방부 컴퓨터에서 빼낸, 70만 건이 넘는 외교전통문·기밀문서·영상 등을 ‘위키리크스’를 통해 폭로하면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브래들리 매닝’은 이로 인해 2013년 군사법원에서 간첩죄 등 여러 혐의에서 유죄가 인정돼 징역 35년을 선고받았다. 오바마 정부는 2017년 ‘첼시 매닝’이 된 그를 사면했다.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매닝의 자료 가운데서도 외교전통문은 세계적 파장을 몰고 왔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주한 미국대사관이 본국에 보낸 비밀전통문 내용들은 한국정치계에 파장을 일으켰다.

    이 일로 어산지는 유명해졌지만 동시에 위험해졌다. 특히 미국정부의 추적을 피하기는 쉽지 않았다. 어산지는 2010년 12월 영국 런던에서 성범죄 혐의로 체포됐다 열흘 뒤 보석으로 풀려났다. 

    당시 언론은 그가 스웨덴으로 송환될 것으로 내다봤다. 스웨덴으로 송환될 경우 미국으로 다시 인도될 가능성이 높았다. 어산지는 결국 2012년 영국 주재 에콰도르대사관에 들어가 망명을 신청, 이곳에서 생활한다. 

    7년 동안의 대사관생활은 어산지와 대사관 측의 불화 때문에 끝났다. 대사관 측은 영국경찰에 문을 열어주고 어산지를 체포할 수 있도록 했다.

    BBC 등은 “영국경찰이 어산지를 체포한 것은 미국 측의 신병인도 요구에 따른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 법무부에 따르면, 어산지가 미국으로 송환돼 재판받을 경우 징역 5년형에 처해질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