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이태규 "북핵·민생위기 생각하면 매듭지어야… 국정원이 밝혀달라"
  • ▲ 정보위 새누리당 간사인 이완영 의원이 19일 국정감사를 위해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 청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헌수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의 영접을 받고 있다. ⓒ국회 사진공동취재단
    ▲ 정보위 새누리당 간사인 이완영 의원이 19일 국정감사를 위해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 청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헌수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의 영접을 받고 있다. ⓒ국회 사진공동취재단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문재인 대북결재요청 의혹'이 국가정보원에 대한 정보위원회 국정감사를 계기로 풀리기는 커녕 더욱 종잡을 수 없는 미궁 속으로 빠지게 됐다.

    국정원이 확보하고 있을 2007년 11월 당시 남북 전통문 등 관련 자료의 공개만이 '정국의 블랙홀'이 돼가고 있는 의혹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다만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측에서 이를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송민순 전 외무장관이 회고록에서 노무현정권이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한 입장을 정하기에 앞서 북한의 의중을 타진했고 그 결과물이 '쪽지'의 형태로 돌아왔다고 기술한 이후, 정치권에서는 이른바 '쪽지'의 유무와 성격·내용을 둘러싼 공방이 계속돼 왔다.

    김만복 당시 국정원장이 "남북 채널로 알아보자"는 제안을 먼저 했다는 송민순 전 장관의 기술이 사실이라면, '쪽지' 또한 국정원을 통한 채널로 오갔을 수밖에 없다. 결국 국정원에 대한 19일 국감은 소용돌이 치는 의혹에 관해 어느 정도 규명이 되는 자리일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비공개로 진행된 국감에 대한 브리핑을 하러 나온 양당 간사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은 가장 민감한 내용에 있어 말이 엇갈렸다.

    이날 저녁 8시 무렵 브리핑을 하려 할 때부터 조짐이 좋지 않았다. 김병기 의원은 "어느 정도 합의가 돼야 (브리핑을) 하지 않겠느냐"며 밖으로 나가 이완영 의원과 브리핑 내용의 절충을 시도했으나, 10분쯤 뒤에 "합의가 안 되네"라고 허탈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이후 △김만복 당시 국정원장이 "북한에 물어보자"고 먼저 제기했는지 △문재인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 이를 받아들여 북한에 물어보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는지 여부에 대한 이병호 국정원장의 국감장 답변이 어떤 취지였는지에 관해 이완영~김병기 의원의 전언은 상이했다.

    이병호 원장이 두 가지 사안에 대해 각각 "맞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는 이완영 의원의 전언에 대해, 김병기 의원은 "개인적으로,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라고 분명히 말했다"며 "(구체적인 근거는) 전혀 없다"고 부연했다.

    김병기 의원은 이완영 의원이 전한 이병호 원장의 답변에 대해 "지금 이완영 의원이 전한 '워딩'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며 "나는 전혀 의견이 다르다"라고도 했다.

    급기야 정보위의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이날 자정이 가까워질 무렵 "새누리당 이완영 간사의 주장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며 "이완영 의원은 정보위에서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 ▲ 정보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병기 의원이 19일 국정감사를 위해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 청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헌수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의 영접을 받고 있다. ⓒ국회 사진공동취재단
    ▲ 정보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병기 의원이 19일 국정감사를 위해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 청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헌수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의 영접을 받고 있다. ⓒ국회 사진공동취재단

    '혹 떼려다 혹 붙인다'는 말대로, 의혹을 규명해 정쟁을 해소해보려다가 오히려 정쟁 거리만 하나 더 늘린 정보위 국감이 되고 만 것이다.

    이렇듯 '이날 국감장에서 기관장이 대체 뭐라고 말했나'라는 기초적인 사실관계조차 여야 간의 말이 엇갈리는 이상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문재인 대북결재요청 의혹'은 더욱 미궁 속으로 빠져 출구를 찾기 어렵게 됐다.

    '정국의 블랙홀'로 기능하고 있는 의혹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국정원이 가지고 있을 이른바 '쪽지' 그 외 객관적인 자료를 공개하는 방법밖에 없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보위 국민의당 간사인 이태규 의원도 이날 "새누리당은 '쪽지'를 중심으로 사실관계를 국정원이 밝혀줄 것을 요구하고 있고, 민주당은 사실상 자료 공개를 하지 말아달라는 주문을 하고 있다"며 "여당에서는 '북한과 내통하고 있다' 야당은 '색깔론이다' 하면서 정치공방을 벌이는 것은 현재 닥친 북핵 위기와 민생을 생각할 때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속히 이 부분을 매듭짓는 게 좋겠다"며 "국정원이 언제 얼마나 북한과 접촉하고 연락했는지 밝힌다면 사건의 취지가 드러날 것이기 때문에 밝혀달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물론 문재인 전 대표를 향한 공세의 고삐를 죄고 있는 새누리당은 일관해서 이른바 '쪽지' 등 자료의 공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보위 새누리당 간사인 이완영 의원은 "이미 회고록에 의해 다 오픈된 것이기 때문에 국가기밀사항일 수가 없다"며 "자료와 기록이 있다면 국가기밀을 이유로 밝히지 못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압박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민주당 측의 기류 변화가 주목된다.

    민주당은 본 질의 때까지만 해도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이 전한대로 '자료 공개 반대' 주문이 우세했다. 그러나 오후 5시를 전후한 1차 브리핑 이후 이병호 원장이 송민순 전 장관의 회고록의 진실성에 무게를 실었다는 보도가 잇따르자 분위기가 일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 ▲ 정보위 국민의당 간사인 이태규 의원이 19일 국정감사를 위해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 청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헌수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의 영접을 받고 있다. ⓒ국회 사진공동취재단
    ▲ 정보위 국민의당 간사인 이태규 의원이 19일 국정감사를 위해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 청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헌수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의 영접을 받고 있다. ⓒ국회 사진공동취재단

    정보위 민주당 간사인 김병기 의원은 "NCND(긍정도 부인도 하지 않는 기조)가 참으로 맞지만 원장이 사견을 말한 이상, 상황이 외통수로 가서 (자료를) 공개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원장이 신중치 못한 발언을 했으니 안타깝지만 자료를 공개할 수밖에 없는 방향으로 가게 됐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이병호 원장은 아직까지 국정원이 국내의 정치적 논란에 휩쓸리는 것은 극히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자료 공개에 부정적이다.

    이병호 원장은 이날 "진상은 이미 알려질 일은 다 알려졌다고 생각하지만, 현 시점에서는 자료를 밝히는 게 적절하지 않다"며 "'쪽지' 등 자료에 대해서는 계속 찾아보고 좀 더 검토해본 뒤에 추후 기회가 있을 때 답변을 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하지만 정치권이 여야를 넘어서 초당적으로 이른바 '쪽지' 등 관련 자료의 공개를 요구한다면, 국정원이 굳이 자료의 비공개를 고집할 실익은 없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문제는 의혹의 중심에 서 있는 문재인 전 대표가 '자료 공개'라는 엄청난 폭풍을 감당할 자세가 돼 있느냐는 점이다.

    문재인 전 대표는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대북결재요청 의혹'이 터지자, 당시 이재정 통일부장관의 정책보좌관이었던 홍익표 의원 등을 지난 주말 서울 시내 모처로 불러들여 비공개 '대책 회의'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문재인 전 대표는 참석한 노무현정권 외교·안보정책 관련 인사들에게 "내가 9년 전 결의안에 찬성을 했었느냐"고 물으며 "내가 그런 것을 북한에 물어볼 위치도 아니고, 권한을 가진 것도 아니다"라고 못박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책회의' 이후부터 문재인 전 대표는 해당 의혹에 대해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는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는데, 과연 객관적인 자료가 공개되는 흐름을 감당해낼 수 있겠느냐는 우려다.

    이를 의식한 듯 김병기 의원도 이날 '자료 공개' 여부에 대한 정보위 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기류 변화'에 대해 전하면서도 "소수 의견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료에 대한 국정원의) 공식적인 입장은 NCND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