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 영문 철자, 출신학교, 주소, 얼굴까지 무차별 공개… 피살 가능성 생각해 봤나
  • ▲ 지난 28일 TV조선 보도 가운데 한 장면. 애드리안 홍의 과거 활동 영상이다. ⓒTV조선 유튜브 채널 캡쳐.
    ▲ 지난 28일 TV조선 보도 가운데 한 장면. 애드리안 홍의 과거 활동 영상이다. ⓒTV조선 유튜브 채널 캡쳐.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사건과 관련해 ‘자유조선’이 주목받았다. 스페인 법원이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한 뒤부터 국내외 언론은 '자유조선' 관련 보도를 대대적으로 내놓았다. 그러나 일부 언론의 보도는 ‘자유조선’의 등에 칼을 꽂는 수준이어서 문제로 지적된다.

    자유조선 “더 큰일 있다” 추가 행동 예고 / 자유조선, 왜 활동 공개했나…‘애드리언 홍’은 누구 / 스페인 北대사관 습격 리더가 세운 ‘LiNK’…이 작은 단체가 탈북자 1000명을 구했다 / 에이드리언 홍, 박상학에 “김한솔 곧 만나게 해줄 것” / 공개활동 시작한 '자유조선', 베일 벗나

    소위 ‘우파매체’를 자부하는 <조선일보>와 <TV조선> <채널A>, 그리고 중도를 표방한다는 <YTN>의 28일과 29일자 ‘자유조선’ 관련 기사 제목이다. 기사 내용에는 ‘자유조선’ 리더로 알려진 ‘애드리안 홍’의 한국 이름과 이력, ‘자유조선’을 대신해 입장을 전해주는 인권변호사 관련 정보, ‘애드리안 홍’이 설립한 북한인권단체 ‘LiNK’ 회원들의 이름과 활동내역, 애드리안 홍의 과거 발언 등이 소개돼 있다.

    현재 ‘자유조선’ 관련 보도는 <조선일보>와 <TV조선>이 주도하고 <채널A>와 <YTN> 등 다른 신문과 방송이 따라가는 모양새다. 일부 언론은 사실 확인도 제대로 안 된 보도를 내놓기도 했다. 

    '자유조선' 구성원에 관한 정보를 처음 공개한 것은 스페인 고등법원이었다. 그러나 스페인 법원이 밝힌 정보는 북한대사관에 들어간 사람들의 영문 이름과 국적 정도에 불과했다. 

    문제는 일부 국내언론의 이후 보도태도다. 이들은 무슨 '신상털기'라도 하듯 '자유조선' 관계자들에 대해 시시콜콜한 내용까지 샅샅이 캐내 앞다퉈 보도했다. 영문이름 철자, 본명, 출신학교, 이력, 부모 직업, 주소, 심지어 얼굴까지 무차별적으로 공개했다. 북한 스파이들에게 이들을 암살하라며 정보를 주는 것이나 다름없는 이 같은 보도태도를 미국의 '자유조선' 레지스탕스 운동가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지나친 관심... 자제해 달라" 호소

    이런 한국언론의 보도 행태에 위협을 느꼈는지, ‘자유조선’은 28일(현지시간) “언론은 우리 조직의 실체나 구성원에 대한 관심을 자제해 달라”는 발표문을 내놨다. ‘자유조선’은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북한정권을 겨냥한 여러 작업을 준비하다가 언론의 온갖 추측성 기사들의 ‘공격’으로 각 행동소조들의 활동은 일시 중단된 상태”라며 “우리의 더 큰일들이 앞에 있다”고 언론들에 더 이상의 보도를 자제해줄 것을 호소했다.

    이들은 또 “우리는 엄격한 보안상 한국에 거주 중인 그 어떤 탈북민과도 연계를 맺거나 심지어 전화통화를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유튜브 채널 NKTV 방송에서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가 주장한 것을 인용 보도한 <데일리안>의 “자유조선, 평양에 막강한 본부조직…마지막 거사 준비 중 주장 나와”라는 기사는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한 것이다.
  • ▲ '데일리안'이 인용 보도한 'NKTV' 영상의 한 장면. 이 내용 가운데 확실히 확인된 사실은 없다. ⓒ데일리안 관련보도 화면캡쳐.
    ▲ '데일리안'이 인용 보도한 'NKTV' 영상의 한 장면. 이 내용 가운데 확실히 확인된 사실은 없다. ⓒ데일리안 관련보도 화면캡쳐.
    독재자 김정은-리설주에게 존칭 붙이는 현실 

    ‘자유조선’은 과거 ‘천리마 민방위’ 때부터 북한정권에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글에서도 “우리는 자유조선의 도움으로 탈북해 세계 각국에 있는 동포와 결집한 탈북민의 조직”으로 “우리는 행동으로 북한 내 혁명동지들과 함께 김정은 정권을 뿌리채 흔들 것”이며 “우리는 김씨 일가 세습을 끊어버릴 신념으로 결집된 국내외 조직”이라고 밝혔다. 북한 안팎에서 김정은 정권에 물리적으로 맞선다는 것은 장성택이나 현영철 같은 꼴이 되는 것을 각오하고 싸운다는 의미다.

    즉, ‘자유조선’은 “목숨을 걸고 탈출한 탈북민들이 북한 내에 남은 혁명조직과 함께 목숨을 바쳐 김정은 정권을 타도하고 북한주민들을 해방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조직”이다. 김씨 왕조가 이런 일에 가담한 사람들을 어떻게 대했는지 한국 언론이라면 모를 리 없다. 그런데 ‘자유조선’ 구성원들에 대한 추측성 기사를 남발하며,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북한인권단체 회원들의 신상정보까지 적나라하게 노출시킨다? 이건 김정은 정권에게 “교통사고나 자살로 위장해 이들을 제거하라”고 부추기는 것과 다를 바 없지 않은가?

    하기야 잔혹한 독재자인 김정은에게 ‘국무위원장’이라며 꼬박꼬박 존칭을 붙이고, 그의 아내 리설주에게는 깍듯이 ‘여사’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무개념 언론들이 ‘자유조선’의 견해에 공감할 가능성은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