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우리 정부에 “한국, 너무 앞서가” 지적… 文 정부 “개인 감정" 황당 반응
  • ▲ 지난해 7월 평양을 방문했을 당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해 7월 평양을 방문했을 당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지난해 말 김정은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가리켜 ‘거짓말쟁이(Liar)’라며 강하게 비난한 적이 있다고 <동아일보>가 26일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해 12월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장례식에서 만난 한국정부 관계자들에게 “비핵화 문제에서 김정은은 거짓말쟁이(Liar)다. 도대체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우리는 바텀업(실무협상 후 최고위층서 결정) 방식으로 비핵화 협상을 하려 하는데 김정은은 톱다운(정상 간 결정 뒤 실무진이 상황을 정리) 방식을 고집하며, 만나서는 쇼만 하려 한다”면서 “그게 비핵화 협의를 망친다”고 비난했다. 이때는 미국과 북한이 2차 정상회담 추진을 위해 물밑접촉을 벌이던 시기였다.

    폼페이오 장관의 비난은 곧 한국, 특히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향했다고 한다. 그는 “정의용 실장도 거짓말쟁이(Liar)”라고 비난했다. <동아일보>는 “정의용 실장이 지난해 방북한 뒤 백악관을 찾아 ‘김정은이 비핵화 의지를 갖고 있다’고 메시지를 전달했지만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이행하지 않고 시간을 끌자 그의 메시지가 잘못된 것 아니냐는 불만을 터뜨린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동아일보>는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해 12월 한국정부 관계자들과 대화에서 한국의 남북 경제협력 추진 등을 거론하며 ‘비핵화 진전이 없음에도 한국이 너무 앞서 나간다’고 언급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서 '거짓말쟁이'는 사실상 욕

    폼페이오 장관이 김정은과 정의용 실장을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했음에도 한국정부 관계자는 “개인적 감정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고, 여권 관계자는 “개인의 감정적 언사로 한미공조가 흔들리지는 않는다. 한미 정상 간 신뢰는 여전히 두텁다”고 주장했다는 게 <동아일보>의 보도다.

    그러나 미국사회에서 ‘거짓말쟁이’는 한국사회에서 통용되는 ‘거짓말쟁이’와는 전혀 다른 의미로 쓰인다. 미국에서 ‘거짓말쟁이’라는 표현은 게이트로 사임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나 사회에서 매장당해야 마땅한 사람에게나 쓰는, 사실상 ‘욕설’이다. 잘 모르는 사람끼리 ‘거짓말쟁이’라는 말을 썼다가는 싸움을 각오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표현이다.

    <동아일보>는 “이 때문에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이후 남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잇따라 터지는 이상기류는 협상 결렬보다 미국이 남북한에 가졌던 불만과 불신이 폭발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면서 “외교가에서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이후 상황이 악화하는 것을 막으려면 우선 한미 간 이견을 줄여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