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 콘피덴시알’ “22일 사건 발생, 김일성 배지 단 괴한도 있었다”
  • ▲ 스페인 마드리드에 있는 북한대사관. 2017년 9월 대사가 추방된 뒤 상무관만 주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EPA.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스페인 마드리드에 있는 북한대사관. 2017년 9월 대사가 추방된 뒤 상무관만 주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EPA.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에 괴한들이 침입, 직원들의 컴퓨터를 탈취해 도주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괴한 가운데는 김일성 배지를 단 남성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스페인 현지언론 <엘 콘피덴시알>지는 27일(이하 현지시간) 정부 관계자 등의 말을 인용해 마드리드에 있는 북한대사관 습격사건을 전했다. 사건은 지난 22일 발생했다. 괴한들은 북한대사관에 난입해 직원들을 4시간 동안 감금했다. 스페인 외무부에 따르면, 괴한들은 북한대사관에서 컴퓨터를 탈취해 갔다.

    스페인 내무부는 “경찰이 북한대사관 습격사건을 조사 중”이라며 “북한사람이 부상을 입었고, 대사관 직원 누구도 불만을 제기하지 않았다”고만 발표했다.

    <엘 콘피덴시알>은 “북한대사관 직원 가운데 한 여성이 묶여 있던 줄을 풀고 탈출해 밖으로 나가 한국말로 비명을 지르며 도움을 요청했다”고 습격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 여직원은 달려온 스페인 경찰에 “괴한들이 대사관 직원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손발을 묶었다”고 말했고, 경찰은 북한대사관 정문으로 가서 문제가 없는지 물어봤다. 이때 김일성 배지를 단 남성이 대사관에서 나와 “아무 문제없다”고 답했다.

    몇 분 뒤 괴한들은 북한대사관을 빠져나와 주변에 세워져 있던 두 대의 차량을 나눠 타고 도주했다. 괴한 가운데 한 명은 손에 뭔가를 들고 있었다고 한다. 곧이어 북한대사관 직원들이 밖으로 빠져 나왔다. 북한대사관 직원들은 괴한이 사무실에 있던 컴퓨터를 탈취해 달아났다고 경찰에 설명했다. 스페인 내무부는 “북한대사관 습격에 대해 다각도로 조사 중”이라며 “단순강도사건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외의 사항에 대해서는 “수사 중인 사건”이라며 공개를 꺼렸다.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습격사건이 전해지자 외신들은 의아해 했다. 현재 북한대사관에 상주하는 외교관은 상무관 한 명이다. 2013년 말 스페인에 대사관을 개설한 북한은 소수의 인원만 상주시켰다. 그러다 2017년 9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위반으로 스페인 정부가 북한대사를 추방하면서 상무관 혼자만 남게 됐다. 스페인은 같은해 10월에는 북한과 모든 공식 외교접촉을 끊었다. 괴한들이 이런 북한대사관에서 컴퓨터만 빼앗아 갔다는 점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