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文대통령에게 A4 2장 분량… "함께 해결 용의" 등 추상적 언급들만
  • ▲ 청와대가 30일 공개한 북한 김정은의 친서. ⓒ문재인 대통령 페이스북
    ▲ 청와대가 30일 공개한 북한 김정은의 친서. ⓒ문재인 대통령 페이스북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으로부터 '내년에도 남북의 두 정상이 한반도의평화와 번영을 위해 함께 나가자'는 취지의 친서를 받았다. 청와대는 30일 이같은 내용을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이 친서에는 '앞으로 상황을 주시하면서 서울을 방문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청와대는 구체적인 날짜 등을 묻는 질문에는 함구했다.

    ◆ 靑 "김정은, 서울 방문에 강한 의지 나타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30일 오후 브리핑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이 이날 오후 문재인 대통령 앞으로 친서를 보내왔다"며 "2018년을 마감하는 따뜻한 인사를 전했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두 정상이 평양에서 합의한 대로 올해 서울 방문이 실현되기를 고대했으나 이뤄지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했다"며 "김 위원장은 앞으로 상황을 주시하면서 서울을 방문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고 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2019년에도 문재인 대통령과 자주 만나 한반도 평화 번영을 위한 논의를 진척시키고 한반도 비핵화 문제도 함께 해결해 나갈 용의가 있음을 밝혔다"고 했다.

    ◆ 따져보면 9·19 때와 다르지 않다

    청와대는 친서가 A4용지로 2장 정도 분량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친서의 내용을 그대로 공개하는 것은 외교적 관례에 맞지 않기 때문에 일종의 '의역'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친서의 내용에 청와대의 해석이 어느정도 가미됐다는 것이다.

    이날 공개된 청와대의 설명은 북한 김정은이 2018년 문재인 대통령과 대화 분위기를 만들면서 만들어진 변화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뤘다.대화 분위기에 대해 긍정적인 뉘앙스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하지만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난 9월 19일 평양 정상회담과 달라진 부분이 거의 없다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지난 평양공동선언에는 북한 김정은이 문재인 대통령의 초청에 따라 '가까운 시일 내로' 서울을 방문하기로 정한 내용이 담겼다. '내년 1월~2월 답방' 등 구체적인 내용이 적시되지 않은 것이다.

    청와대가 이날 설명한 북한 친서 또한 이와 비슷하다. "앞으로 상황을 주시하면서 서울을 방문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고만 돼 있을뿐 구체적인 날짜는 적시 되지 않았다.

    또한 이날 공개한 친서에서 북한 김정은은 비핵화 문제에 대해서도 "함께 해결해 나갈 '용의'가 있음을 밝혔다"고 했는데, 이는 평양 공동 선언에서도 볼 수 있는 표현이다.

    9·19 평양 공동선언에는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북측은 미국이 6.12 북미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음을 표명하였다"고 적혀있다. 하지만 북한은 9월 19일 평양 공동선언 이후에도 미국과 비핵화 협상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급기야 지난 20일에는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조선반도 비핵화의 정의는 북한 비핵화 뿐만 아니라 미국의 핵위협을 제거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했다.

    ◆ 이목 쏠리는 김정은의 신년사

    청와대는 이날 "인편으로 전달된 것으로 안다"면서도 구체적인 친서의 전달 경로 등에 대한 질문에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사람이 오간 적이 없다는 말씀을 다시 드린다"고만 언급했고, 답신과 관련해서는 "답신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 없다"고 했다. 다만 김의겸 대변인은 답신에 대해서는 "친서를 받았으니 조만간 대통령의 답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해 차이가 있었다.

    이에 시선은 북한 김정은의 신년사에 쏠리는 분위기다. 구체적인 날짜를 북한이 만일 제시한다면 신년사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올해 초 북한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참여를 언급하면서 한반도 대화 분위기에 물꼬를 텄다는 점을 근거로 하고 있다. 북한은 평창을 찾은 북한 김여정을 통해 김정은의 친서를 보냈고, 이를 통해 4월 27일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으로 이어진 전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