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겪은 웹하드 카르텔③ 양진호의 '메소드 2', 클루넷의 코스닥 우회상장 모두 열등감 벗고 제도권에 인정받으려던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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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일 검찰에 송치되는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웹하드-P2P업계는 저작권 위반 단속과 온갖 소송 속에서 불법 복제를 할 새로운 대상을 찾아 계속 수익을 올렸다. “우리는 콘텐츠 유통 플랫폼만 제공한다”는 주장이 먹히지 않게 된 2000년대 중반 이후로는 한 사람이 업체 지분을 완전히 소유하는 게 아니라 몇몇 사람이 모여 여러 개의 법인을 만든 뒤 서로 지분을 교차소유하고, 각 업체에는 이중 삼중으로 ‘바지사장’을 세워 처벌을 피할 수 있는 체계도 만들었다. 단속에 걸려 징역형을 받은 사람들 가운데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출소하면 웹하드-P2P업계 ‘투자자’들이 업체 운영을 맡기기도 했다.웹하드-P2P업계 큰 곳일수록 ‘블랙기업’
웹하드-P2P업계에서는 경영 상황을 이야기할 때 월 매출을 말했다. 업체 투자자에게 매달 배당금을 주기 때문이다. 당시 업계에서 듣기로 이제 자리를 잡아가는 신생업체는 월 1~3억 원, DCNA 회원사 가운데 규모가 큰 곳은 월 10억 원, DCNA 내에서도 매우 큰 곳은 월 5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다고 했다. 매출 가운데 서버 비용과 통신망 비용, 관리를 위한 인건비, 경영진과 주주의 생활비 비용처리 등을 다 포함해도 당기 순이익이 최소 30%, 보통 50% 이상이라고 했다. 이처럼 고수익을 내기 때문일까. 2010년에는 한 재벌 총수가 개인적으로 대형 웹하드-P2P업체를 수백 억 원에 인수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해당 그룹에 사실 확인을 요청했지만 “모르는 일”이라는 답변만 받았다. 소문은 가라앉지 않았다. 그리고 2년 뒤 그 재벌 총수는 돈 문제로 사법처리 됐다.아무튼 웹하드-P2P 업계의 수익률 이야기를 듣고 “그 정도면 나름대로 자본을 확충하고 직원들에게 투자하는 등 사세 확장에 주력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순진한 생각이었다.수익이 나면 웹하드-P2P업체를 차릴 때 투자를 해준 사람들에게 배당하고, 경영진과 대주주가 그 다음 몫을 나눠가진다. 이때 수익의 절반 이상이 사라진다. 그 다음 소송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자금을 떼놓고 난 뒤에야 직원 급여, 사내 복지, 회사 발전기금 등에 돈을 썼다. 이러니 직원들 급여는 매출이나 당기 순이익에 비해 매우 작았다. 몇몇 대형 업체는 비용을 최소화한다는 명목으로 회원 수에 비해 직원을 적게 쓰다 보니 근무시간이 법정기준을 훨씬 초과하고 있었다. -
- ▲ 과거 2족 보행 로봇 '메소드 2'를 공개한 뒤 양진호 회장을 칭찬하는 사람이 많았다. 2017년 3월에는 아마존 오너 제프 베조스가 여기에 타면서 큰 화제가 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제프 베조스가 '메소드 2'에 탄 것이 연출이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당시 연합뉴스TV 보도화면 캡쳐.
회사 문화도 문제였다. 업계 관계자들이 전해준 일부 대형 웹하드-P2P업체 내부 분위기는 믿기 어려웠다. 상임 고문 또는 상근 감사 등의 직함을 갖고 있는 오너가 사내에서 직원들을 노예처럼 부리는 것은 물론 폭행도 서슴지 않는다는 이야기였다. 소위 말하는 ‘블랙기업’ 수준이었다. 직원들은 대체 왜 당하고만 있었을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을 듣고 어느 정도 이해가 됐다.
“지방대나 전문대를 나온 IT전공자 가운데 전공을 살려 일을 해보려 했지만 갈 곳이 없었다. 마침 구인공고를 보고 지원했더니 웹하드-P2P업체였다. 그런데 회사에 다니면서 보니 ‘이건 아니다’ 싶었다. 그래서 이직을 하려고 해도 ‘불법 웹하드 업체 다니면서 음란물 올리는 게 제 업무였다’고 도저히 말할 수가 없었다. 시간이 계속 흐르면서 결국 이직할 기회를 놓쳤다고 생각했다.”
열등감 많은 웹하드 오너들, 성공한 사람은 문용식 NIA 원장뿐이렇게 저작권자들의 수익 탈취, 직원들의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바탕으로 벌어들인 거대 웹하드-P2P 업체의 수익은 투자자와 오너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이들의 주머니에 있던 돈은 룸살롱이나 요정에서 정치계와 관계, 사법당국에 로비할 때 쓰는 술값, 자신의 열등감을 감추기 위해 사들이는 초고가의 수입차, 골프 회원권, 별장 혹은 애첩에게 선물을 사줄 때 쓰였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었다. '메이저'에 포함되지 못한 업계 관계자들은 한 편으로는 그들을 부러워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비난했다.일부 거대 웹하드-P2P업체는 아무리 비싼 차를 타고 좋은 집에 살아도 열등감을 극복하지 못했다. 그들은 수십 수백 억원을 들여 정상적인 사업체를 경영하는 것처럼 위장했다. 2012년 5월 상장폐지 된 코스닥 기업 ‘클루넷’이나 ‘메소드 Ⅱ’라는 이족보행 로봇을 만든다며 '제프 베조스'까지 불러들였던 ‘한국미래기술’ 등이 그런 사례였다. 만약 ‘클루넷’의 김 모 대표와 강 모 대표, ‘한국미래기술’의 양진호 회장이 “개처럼 번 돈이지만 앞으로는 정승처럼 써야지”라고 생각, 제대로 된 기업가가 되려 했다면 법적 처벌을 받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
- ▲ 문용식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 문용식 위원장은 과거 '클럽박스'와 '피디박스'로 엄청난 돈을 벌었다. 업계에서는 양진호 회장의 '위디스크'와 '파일노리', 클루넷의 '짱파일', 문용식 대표의 '클럽박스'와 '피디박스'가 국내 최대의 웹하드-P2P업체라고 설명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실 웹하드-P2P업체 오너 가운데 가장 성공한 사람은 문용식 現한국정보화진흥원(NIA) 원장이다. 1959년 9월 광주 출생인 문용식 원장은 서울대 국사학과 79학번으로 총학생회장을 지낸 운동권 출신이다. 1985년 소위 ‘깃발 대 反깃발’ 사건 때 민주화추진위원회 관계자로 구속, 5년 동안 징역형을 살았다. 1992년 나우누리의 전신인 BNK에 입사했고, 이후 나우콤 대표가 됐다.
웹하드 ‘클럽박스’와 ‘PD박스’로 엄청난 돈을 번 문용식 원장은 2008년 6월 저작권법 위반으로 구속됐다. 이때 나우콤은 ‘아프리카TV’를 통해 광우병 촛불을 열심히 생중계할 때였다. 때문에 좌익 진영에서는 “이명박 정권이 나우콤을 정치적으로 탄압한다”고 주장했다. 문 원장은 이때부터 정계 진출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11년 5월 민주통합당에 입당, 유비쿼터스 위원장을 맡았다. 2012년 4월 19대 총선에서 경기 고양시에서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문 원장은 낙선했어도 활발한 활동으로 인지도를 높였다. 2013년 김근태 재단 부이사장을 맡았고, 2015년에는 노무현 재단 운영위원에 위촉됐다. 2017년 3월에는 더불어민주당 가짜뉴스 대책단장을 맡았고, 2018년 4월 한국정보화진흥원 원장이 됐다.
문 원장은 2009년 1월 DCNA가 영화제작자협회와 협약을 맺었을 때 언론과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찾겠다”며 DCNA의 협약을 높이 평가했다. DCNA와 관계가 있는 업계 관계자 가운데 문 원장만이 제도권에 무사히 안착한 셈이다. (4편으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