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냐 접수냐, TV토론 불참하는 후보가 '양보한 후보'
  • ▲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바른미래당 안철수 후보(왼쪽)와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오른쪽) ⓒ뉴데일리 DB
    ▲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바른미래당 안철수 후보(왼쪽)와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오른쪽) ⓒ뉴데일리 DB
    당초 제기됐던 '현충일(6일) 토론회 → 7일 여론조사'라는 김문수-안철수 서울시장 후보의 단일화 일정은 일단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두 후보 측이 접촉은 했으나 별다른 성과가 없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야권 단일화 불씨'는 쉽게 사그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7일 하루가 다 지나가기까지 짧지 않은 시간이 남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문수-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논의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23일 밤 11시 예정된 TV토론 전까지 두 후보가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단일화 논의가 진척될 수 있는 상황이다. 

    ◆ 무산된 듯 하지만 '기대감' 여전…TV토론 직전 단일화 성사되나

    물론 현재까지 정치권은 두 후보의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서로가 상대 측의 일방적 양보를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객관적 단일화 방안인 '여론조사' 방식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여론조사를 통해 후보를 결정하기까지에는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의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 하는 만큼 어느 한 쪽 후보의 일방적 사퇴를 기대하기도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대당 통합을 비롯해 다른 지역에서의 단일화 조정까지 약속되지 않는 한 단일화가 어렵다는 비관론도 제기된다.

    하지만 여전히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분위기가 흐른다. 당장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바로 7일 밤 예정된 서울시장 후보 TV토론회, 직전에 새로운 단일화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이 토론회에 두 후보가 모두 출연한다면 사실상 단일화는 다시 한번 '무산' 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 모두가 잠든 새벽에 단일화 발표는 사전투표에 반영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전투표는 8일 아침 6시부터 시작된다.

    반면 토론회에 앞서 단일화가 극적으로 이뤄진다면, 토론회는 오히려 단일화 효과를 '배가'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사실상 토론회에 참석한 후보가 '단일화 후보'가 되는 셈이고, 나오지 않은 후보는 양보한 후보가 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전 국민을 상대로 한 '단일화 광고'라는 극적인 효과까지 누릴 수 있게 된다. 

    ◆ '김문수 쿠데타'냐 '안철수의 접수'냐

    이 때문에 두 후보 측은 여전히 기대를 버리지 못하고 단일화 물밑 협상을 치열하게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후보가 외부 일정 중 상대 후보의 양보를 요구하는 여러 발언들을 내놓는 것은, 사실상 단일화 협상을 둘러싼 두 후보의 팽팽한 '기싸움'으로 읽힌다.

    일각에서는 두 후보 중 누가 사퇴하느냐에 따라 향후 야권 전반에 끼칠 영향도 달라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안철수 캠프의 대변인을 맡고 있는 김근식 경남대 교수가 김문수 후보의 측근인 차명진 전 의원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가 화제가 된 바 있다. 정확한 워딩은 "찰스(안철수) 밀어주고 이후 한국당에서 홍(홍준표) 제끼고 찰스와 함께 야권 재편 주도하는 게?"였다. 

    즉, 김문수 후보가 사퇴를 하고 '안철수 서울시장'을 만든 뒤, 자유한국당의 당권을 노려보는 것이 어떠냐는 제의다. 이 시나리오대로 흘러가게 되면 이른바 '김문수 쿠데타'가 현실화 된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낙선할 경우 김문수 후보가 당권에 도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는 이미 야권에서 오래 전부터 흘러나오기도 했다.

    반면 바른미래당 내부에서 김문수-안철수 단일화 '반대' 여론이 불거지는 것은, 사실상 안철수 후보가 사퇴할 경우 또 다시 바른미래당이 분열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만약 안 후보가 김 후보를 밀어주기로 한다면, 이는 안 후보가 '보수대통합'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실어주는 포석이 된다. 이른바 안철수의 '한국당 접수' 계획이다.

    두 후보 캠프 관계자들은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본격적인 토론회 준비에 돌입하는 저녁께, 어떤 최종 발표가 나올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