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및 전세계에 '태권도' 확산시킨 일등공신빌 클린턴 전 대통령 등 美정계 제자 수두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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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배우 이소룡의 발차기 스승으로 널리 알려진 '태권도 그랜드 마스터' 이준구(미국명 준 리) 사범이 현지시각으로 지난달 30일 별세했다. 향년 87세.
- ▲ 미국 '태권도 대부' 이준구(오른쪽) 사범이 1976년 세계 복싱 헤비급 챔피언 무하마드 알리에게 발차기 시범을 보이고 있다. ⓒ 연합뉴스
2004년 심장 판막 수술을 받은 뒤에도 왕성한 활동을 벌여왔던 고인은 수년 전 발병한 대상포진으로 건강이 악화돼 투병 생활을 이어오다 이날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에서 숨을 거뒀다.
1932년 충남 아산에서 태어난 고인은 왜소한 체구 때문에 또래 학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해오다 자구책으로 '청도관'에 입문, 당수도를 배우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학창 시절 마릴린 먼로 같은 금발 미녀와 결혼하겠다는 막연한 꿈을 품고 영어회화와 태권도 연마에 매진했던 고인은 6.25전쟁 후 육군 항공대 비행훈련소에서 파일럿을 교육하는 일을 하다 도미, 텍사스주립대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했다.
1962년 6월 28일 워싱턴D.C.에 최초로 개인 도장을 연 고인은 당시 상원의원이었던 제임스 클리블랜드가 강도를 만나 부상을 입었다는 뉴스를 보고 그에게 전화를 걸어 "태권도를 배우면 다시는 그러한 봉변을 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제안한 뒤부터 미국 상·하원의원들에게 무료로 태권도를 강습하기 시작했다.
고인은 1965년부터 미 의회 체육관에서 약 300여명의 연방 의원들을 가르쳐왔는데,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 ▲톰 폴리 전 하원의장 ▲제시 잭슨 목사의 아들인 제시 잭슨 주니어 하원의원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등도 고인에게 태권도를 배운 제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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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초반 '롱비치 국제 가라테 대회'를 통해 인연을 맺은 이소룡과는 발기술(이준구)과 주먹기술(이소룡)을 맞교환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프로 권투 선수 무하마드 알리에게는 직접 태권도를 가르치고 '아큐 펀치(Accu-Punch)'의 기술까지 전수해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일설에는 무하마드 알리가 영국 챔피언 리처드 던을 물리칠 때 이 기술을 썼다는 일화가 전해지고 있다.
- ▲ 태권도 대부 이준구 사범이 2010년 9월 30일(현지시간) 미국 의회 캐넌빌딩에서 열린 자신의 80회 생일 축하파티에서 스트레칭 시범을 보이고 있다. ⓒ 연합뉴스
이밖에 미 국방부와 재무성, 해병대에서도 태권도 마스터로 명성을 날린 고인은 레이건 대통령 때부터 부시 대통령 시절까지, 체육·교육 특별고문과 아시아·태평양 정책자문위원을 맡는 등 차관보급에 해당하는 위원직을 역임하는 영예를 누렸다.
이같은 공로를 인정해 2003년 6월 28일 워싱턴D.C. 시장은 3만여명이 운집한 자리에서 '이준구의 날'을 선포했고, 미 정부는 '미국 역사상 가장 성공한 이민자 203인'의 한 명으로 고인을 선정하기도 했다. 이 덕분에 고인의 이름은 미 초등학교 교과서에까지 실린 것으로 전해졌다.
'태권도 안전기구'를 개발하는 등, 태권도가 올림픽 스포츠 종목으로 채택되는 데에도 큰 공헌을 한 것으로 알려진 고인은 2009년 우리나라와 재미동포사회의 위상을 높인 공로로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았다.
고인의 영결식은 오는 8일 오전 11시 매클린 바이블교회에서 열리며, 장지는 인근 폴스교회의 내셔널 메모리얼 파크로 확정됐다. 유족으로는 부인 테레사 리 여사와 지미 리(메릴랜드주 소수계 행정부 장관) 등 3남 1녀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