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에 등 돌린 청년들, 전문가들 "취업률 시달리는 청년들 건드려 반감 확산"
  • ▲ 지난해 4월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성남시에서 청년들과 함께 유세를 이어가는 모습.ⓒ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지난해 4월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성남시에서 청년들과 함께 유세를 이어가는 모습.ⓒ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한 주 만에 6%나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창올림픽 남북단일팀 구성과 가상화폐 거래 규제안을 둘러싼 2030 세대의 반감이 컸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갤럽이 전국 19세 이상 1,004명을 대상으로 지난 16~18일 간 진행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국정수행능력 긍정평가 비율은 지난주 대비 6% 하락한 67%로 집계됐다. 반면 부정평가는 24%로 지난주 대비 7% 올랐다.

    여론조사에서 부정적인 응답이 급증한 배경으로 '평창올림픽 남북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문제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11일 국회의장실과 SBS 방송의 의뢰로 한국리서치가 19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2030세대의 82%가 '남북 단일팀에 반대한다'고 응답한 바 있다.

    실제 온라인을 중심으로 2030 세대는 남북 고위급 회담 후 급진전된 단일팀 구성 방침에 차가운 시선을 보내는 분위기다. 심지어 "평창올림픽 보이콧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인터넷 상에서는 "북한이 먼저다"라는 신조어까지 탄생했다.

    인터넷 커뮤니티,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네이버 실시간검색어, 페이스북 등에선 평창올림픽 북한 참가 문제를 둘러싼 비판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온다. 19일 페이스북 서울대학교 대나무숲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는 장문의 글이 수차례 게재됐다.

  • 한 글에서 작성자는 "아이스하키 단일팀은 이 정부가 얼마나 생각 없이 정책을 밀어붙이는지 알 수 있는 가장 최근 사례"며 "지지율이 높게 나와 겁을 상실했거나 자기들이 절대선(善)이라 믿는 중2병 등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이제는 국민이 정부를 견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대가는 고스란히 우리가 다 치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작성자는 현 정부의 이중잣대를 지적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소위 '문재앙', '문슬람' 등의 단어 사용을 인격모독이라며 고소하겠다고 했다"며 "지난 10년간 '쥐박이', '쥐새끼', '닭근혜', '503' 등의 대통령 비하 비속어는 착한 비판이었고 문재인 비판은 나쁜 비판인가?"라고 반문했다.

    특히 남북 단일팀 구성이 정부이 일방적인 통보로 이뤄졌다는 사실에, 네티즌들은 "정부가 갑질을 하고 있다"고 분노하는 모양새다.


  • ▲ ⓒ아이스하키 이민지 선수 인스타그램 화면 캡처
    ▲ ⓒ아이스하키 이민지 선수 인스타그램 화면 캡처

    20일 여자아이스하키팀 소속의 한 선수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림픽 명단이 발표되기 전까지는 불이익을 당할까 두려워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며 "단일팀이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지금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다"는 심경의 글을 올렸다.

    해당 게시글에는 "안타깝다"는 반응이 잇따랐다. "누가 보면 평창올림픽을 문재인 정부가 유치한 줄 알겠다", "어떻게 북한 때문에 자국 선수에 피해를 줄 수가 있느냐"는 댓글들이 줄을 이었다.

    2030 세대가 분노하는 이유는 비단 올림픽 단일팀 문제 때문만은 아니었다. 최근 정부는 '오락가락' 가상화폐 거래 규제 방안을 언급하며 젊은층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가상화폐거래소 폐쇄 방침을 철회해달라"는 청원이 속속 게시됐다. 누리꾼들은 "20~30대들이 유일하게 투자할 곳이 가상화폐뿐인데 이걸 정부가 막으니까 화가 난다"고 성토했다.

    이처럼 2030세대의 전례없는 반(反)정부 비판에 전문가들은 "정부가 극심한 취업난을 앓고 있는 청년들의 민감한 문제를 건드렸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대 사회학과 장덕진 교수는 20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가상화폐 시장이 일종의 투기 시장으로 변모하면서 정부도 규제를 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젊은 세대들이 워낙 기회가 적어진 세상에서 살고 있다. 유일한 기회로 여겨졌던 가상화폐마저 규제가 이뤄지니 분노가 폭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2030 세대에서 퍼지는 반(反)문재인 정서의 또 다른 요인으로는 북한을 바라보는 대북관의 변화를 꼽을 수 있다. 젊은이들이 북한을 더 이상 '을(乙)'이 아닌 '갑(甲)'으로 인식한다는 설명이다.

    장덕진 교수는 "그만큼 기회가 줄어든 요즘 세대들은 특히나 공정성에 민감하다"며 "과거 세대같으면 (개인 이익보다) 상위 가치에 공감했을 수 있겠지만, 현 세대는 북한과 실질 연계성이 없으며 더욱이 북핵 위협 등을 눈으로 목격해 민족적 동질이 거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지난해 7월 통일연구원이 발표한 '2017년 통일 국민 인식 조사'에 따르면 남북 단일 국가 주장에 찬성하는 비율은 연령층이 낮을 수록 낮게 나왔다. 60대 이상은 47%, 20대는 21%에 불과했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 원장은 "2030 세대들이 그간 문재인 정부의 진보적 성향에 환호했는데 남북관계가 실제 먹고사는 문제로 승화되니까 인식이 달라졌다"며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사태 등으로 인해서 청년들의 대북관이 오히려 이전보다 더욱 견고해졌다"고 했다.

    유 원장은 "가끔 강의를 진행하다보면 '탈북자들도 북한에서 투쟁으로 체제를 바꿔야지, 부모자식 버리고 혼자 오는 게 무슨 소용이냐'고 말하는 학생들도 있다"며 "그만큼 북한 체제에 대해 마냥 포용하자는 주의가 아니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