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탄핵엔 "홍준표로 대동단결"…사법적 탄핵엔 "잘못된 것" 선그어
  • ▲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2일 대선 TV토론에서 홍 후보의 '탄핵 관련 발언'을 두고 엇갈린 주장을 하면서 사실관계에 대한 궁금증이 높아지고 있다.

    유 후보의 주장에 따르면 탄핵에 대한 견해가 오락가락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홍준표 후보의 반박은 "정치적 탄핵은 할 수 있지만 사법적 탄핵은 잘못됐다고 처음부터 일관되게 말해왔다"는 것이었다. 〈뉴데일리〉에서 홍준표 후보가 소통의 창구로 활용해온 '페이스북'을 따라 사실관계를 따져봤다.

    ◆ 3월 18일 "기댈 수 없는 무너진 담벼락만 보고 애석해서 시간만 보낼 수 없다"

    홍 후보는 대구 서문시장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지난 3월 18일, "새로운 담벼락이 되겠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지난 3월 14일에도 "탄핵은 끝났고 이제 박근혜 전대통령은 머리속에서 지워야 할 때"라며 "우파 대결집을 위해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더 이상 박근혜 전대통령에 매달리면 이번 대선은 없다"고도 했다. 여기에는 사법적 탄핵에 대한 언급은 없다.

  • ▲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3월 18일 페이스북 화면 ⓒ홍준표 후보 페이스북 화면 캡처
    ▲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3월 18일 페이스북 화면 ⓒ홍준표 후보 페이스북 화면 캡처

    ◆ 3월 29일 "박근혜 전대통령 구속영장실질심사, 친박 패권주의가 빚은 참사"

    홍 후보는 이후에도 18일과 비슷한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몇 안되는 양박과 폐쇄적인 체제로 국정 운영을 하다보니 판단이 흐려지고 허접한 여자에 기댄 결과가 오늘날의 참사를 가져왔다"며 "우리 국민이 선택해야 할 다음 정부는 박근혜 정부와 똑같은 폐쇄적인 친노패권주의 정부가 아닌 강력한 추진력을 가진 우파 신정부여야 한다"고 했다. 정치적 탄핵의 해법으로 홍준표 후보를 제시한 것이다.

  • ▲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3월 29일 페이스북 화면 ⓒ홍준표 후보 페이스북 화면 캡처
    ▲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3월 29일 페이스북 화면 ⓒ홍준표 후보 페이스북 화면 캡처

    ◆ 4월 2일 "유죄확정이 돼야 사면 여부를 검토하는 것"

    홍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끌어내리는데 앞장서고 구속까지 밀어부쳤던 좌파와 얼치기좌파 세력들이 우파들의 동정표를 노리고 박 대통령 사면까지 운운하고 있다"며 급하긴 되게 급한가보다"라고 적었다.

    그는 "5월 9일 우파 신정부가 들어서야 박 전 대통령을 국민이 용서한 것이 되지, 좌파나 얼치기 좌파 정부가 들어서면 그들은 또 국민의 뜻을 내세워 박 전 대통령을 더욱더 옥죄어 갈 것"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이 유죄로 확정된 판결이 없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사법적으로 무죄를 받을 가능성을 고려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 ▲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4월 2일 페이스북 화면 ⓒ홍준표 후보 페이스북 화면 캡처
    ▲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4월 2일 페이스북 화면 ⓒ홍준표 후보 페이스북 화면 캡처

    ◆ 4월 13일 "과연 박근혜 탄핵의 진실이 무엇인지 국민적 관심 증폭 돼"

    홍 후보가 재보궐 선거 직후 감사인사를 건네며 한 말이다. 그는 "최근 최순실 국정농단의 주범이자 기획자로 알려진 고영태가 검찰에서 체포됐다"며 "우리가 집권해야 이러한 박근혜 탄핵의 진실을 밝힐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날 발언은 홍준표 후보의 박근혜 대통령 사법적 탄핵에 대한 입장으로 풀이된다.

    '기획 탄핵설'은 4월 6일, 김성태 바른정당 의원이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의 TBS라디오 대담에서 "안민석 의원이 정말 충분하게 준비하고 계획해서, 터트려서 대통령 탄핵이라는 결실까지 맺었다. 그 가운데 상당한 수혜를 입은 사람이 문재인 전 대표"라고 언급한 것을 의미한다.

  • ▲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4월 13일 페이스북 화면 ⓒ홍준표 후보 페이스북 화면 캡처
    ▲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4월 13일 페이스북 화면 ⓒ홍준표 후보 페이스북 화면 캡처

    ◆ 4월 15일 "박 전 대통령은 정치 투쟁에서 진 것"

    이후 홍준표 후보의 '사법적 탄핵'에 대한 입장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나는 발언은 SNS가 아닌 유세현장에서 나왔다.

    홍 후보는 이날 부산에서 열린 '보수통합결의대회'에 참석해 "박 전 대통령은 정치투쟁에서 진 것"이라고 언급했다. 홍 후보는 탄핵 재판심판에 대해 "촛불시위가 영향을 줬다"며 "이 재판은 인민재판으로 자유민주주의의 법치를 지키지 않은 부끄러운 재판"이라고 규정했다.

    ◆ 4월 24일 "박근혜 전 대통령, 돈 한 푼도 안 받았다"

    홍 후보는 다시 강원도 춘천 유세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받은 것이라고는 최순실에 옷 몇 벌이 전부"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이 돈을 한 푼도 받지 않았다"고 했다.

    특히 이날 홍 후보는 마지막에 "홍준표가 되면 박근혜가 공정한 재판을 받는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 ▲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4월 13일 페이스북 화면 ⓒ홍준표 후보 페이스북 화면 캡처

    ◆ '12월 9일 발언' 알고보면 의도적 노림수

    이상 홍 후보의 발언으로 미뤄볼 때, 홍 후보는 정치적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18일 이후 줄곧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시대가 끝난 이상 홍준표 후보로 대동단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꾸준히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다만 홍 후보는 4월 2일 이후 발언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재판이 공정하지 못했다'는 점을 거듭 주장했다. 접근하는 방향은 조금씩 달랐지만, 결론적으로 사법적 탄핵은 여러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홍 후보의 인식은 이날 2일 TV토론 마지막 발언을 보면 잘 드러난다. 그는 지지를 호소하면서 "12월9일, 부탁드린다"고 말해 논란을 낳았다. 탄핵사태로 인해 대선날짜가 5월 9일이 됐는데도 12월 9일을 언급한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12월 9일을 언급한 게 아니냐"는 등 여러 억측이 난무하자 홍 후보는 이날 SNS를 통해 "아직도 대통령인줄 깜빡했다. 탄핵 대선이 아니라 정상대선인 줄 착각했다"고 해명했다.

    홍 후보의 발언이 단순 실수에 의한 것이었을까. 그는 지난 달 30일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서울 코엑스 유세현장에서도 '12월 9일'을 언급했다가, 유세를 보러온 시민들이 "5월 9일"을 외치자 "아이, 나는 아직 박근혜가 대통령 하고 있는 줄 알았지 뭐"라고 한 바 있다. 박 대통령에 대한 자신의 인식을 대중에게 전달코자하는 의도적 노림수가 있었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