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화두 꺼내들었다가 홍준표로부터 녹조 발생원인 강의 들어
  • ▲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자료사진). ⓒKBS 방송화면 갈무리
    ▲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자료사진). ⓒKBS 방송화면 갈무리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대선후보 TV토론에서 '4대강 사업'을 주제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논전을 벌였다가, 녹조의 발생 원인과 가뭄 해갈 활용 등 모든 방면에서 '엎어치기'를 당했다.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2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관한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주제를 바꿔보겠다"며 자신이 먼저 '4대강 사업'을 화두로 꺼내들었다. 이어 한국당 홍준표 후보에게 "수질이 악화됐는데 대책이 뭔가"라며 "다른 후보들은 수중보의 상시 개방이나 보 철거를 공약하는데, 홍준표 후보만 동의한다면 4대강에 대해서는 국민통합이 이뤄질 것"이라고 압박했다.

    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녹조는 강의 유속 때문에 생기는 게 아니라, 지천에서 흘러들어온 질소와 인을 포함한 축산폐수가 고온과 결합해 생긴다"며 "소양댐 물은 1년 중 232일 갇혀 있는데도 녹조가 없는 것은 상류에 축산농가가 없기 때문이고, 대청댐은 보은·옥천·영동에서 나오는 축산폐수로 처음 만들 때부터 파랄 정도로 녹조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이 화두를 먼저 꺼내들었으면서도 별다른 준비를 하지 않은 듯 "(녹조는) 물이 고여서 생긴다"는 비과학적인 답변을 한 문재인 후보를 향해 "녹조가 뭣 때문에 생기는 것인지도 모르고 말하는 것이 아니냐"고 질타했다.

    그러자 문재인 후보는 "질소와 인을 줄이려는 노력은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녹조 창궐은) 물을 가둬놨기 때문이 아닌가"라고 공세를 이어가려 했다.

    홍준표 후보는 거듭 "(1년 365일 중 232일 물을 가둬놓는) 소양댐에는 왜 녹조가 없는가"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4대강 덕분에 수량이 풍부해지고, 여름에 가뭄과 홍수가 없어졌다"며 "가뭄·홍수 때문에 한 해 들어가는 비용이 수십조 원이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이에 문재인 후보는 "4대강 보에 가둬둔 물이 가뭄 때 사용되느냐"고 물었다. 홍준표 후보는 "왜 사용을 안 하겠느냐"며 "경남지사 때 보의 물을 사용해서 가뭄을 극복했다"고 맞받았다.

    홍준표 후보는 실제로 경남도지사를 지내고 있던 지난해 8월 29일, 직접 모터보트를 타고 경남 창녕 함안보 수상을 돌아보며 "녹조는 지류·지천에서 유입되는 축산폐수의 질소·인이 고온의 물과 결합해 발생하는 것"이라고, 보에 물을 가둬놓는 것과는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점을 뒷받침하기 위해 "소양댐은 물의 체류일수가 232일이나 되지만 녹조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며 "4대강 보 물의 평균 체류일수는 7일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 ▲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자료사진). ⓒKBS 방송화면 갈무리
    ▲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자료사진). ⓒKBS 방송화면 갈무리

    또 "4대강 사업 이후 유역에 홍수가 나거나 가뭄 피해가 발생한 적이 있느냐"며 "매해 반복되던 홍수와 가뭄이 4대강 사업으로 해소됐는데, 여름 한철 발생하는 녹조만 부각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비단 경남도 뿐만 아니라 충남도도 4대강 수중보의 물을 가뭄 해갈에 사용하고 있다. 특히 충청남도는 도지사가 문재인 후보가 '우리 희정이'라 부르는 안희정 지사라는 점에서, 당대표까지 지냈던 문재인 후보가 자당 소속 광역단체장이 있는 지역의 4대강 물 활용 방법과 가뭄 해갈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안희정 지사는 지난 2015년 10월 충남 서북부 지역을 덮친 극심한 가뭄 피해를 해결하기 위해, 3개의 보가 설치돼 있는 금강의 물을 끌어들이는 방안을 제안했다. 4대강 사업으로 저장된 풍부한 유량의 물을 활용하자고 주장한 것이다.

    이후 당시 새누리당 대표최고위원이었던 김무성 전 대표와 충남 예당저수지 인근에서 만난 자리에서도 "4대강 사업으로 정치공방에 휘말릴 일이 아니라, 여야 없이 가뭄 피해 해결에 협조해야 할 일"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 하기도 했다.

    이듬해에는 실제로 충남 서부의 만성적 가뭄 피해를 해결하기 위해 보령댐과 금강 사이를 연결하는 도수로 건설이 시작됐다. 금강 백제보 하류에서 보령댐으로 물을 끌어오는 사업인데, 이는 '4대강 사업'을 통해 건설된 세종보·공주보·백제보라는 '금강 3보'를 통해 금강의 수량이 풍부해졌기 때문에 가능한 사업이었다는 지적이다.

    올해도 유례없는 봄 가뭄이 지속되면서, 지난달 27일 기록된 보령댐의 저수율이 13.0%로 1998년 준공 이후 역대 최저치를 갱신했다.

    안희정 지사가 김무성 전 대표와 만나 긴급 가뭄 대책을 논의하던 지난 2015년의 보령댐 저수율은 18.9%였다. 당시에는 6개 시·군에 걸쳐 제한급수가 실시되는 등 물 부족 사태가 극심했지만, 지금 지역민심은 평온하다.

    용수공급 기준 '경계' 단계까지 수위가 내려가자 지난달 25일부터 도수로를 가동하기 시작해, 3개 보를 통해 상시 풍부한 유량을 자랑하고 있는 금강의 물을 하루 11만t씩 끌어와 급한대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충남 공주 유세에서 안희정 지사를 "우리 희정이"라 부르며 각별한 애정을 표시한 문재인 후보는, 그러한 애정 표현보다도 지역이 당면한 자연재해인 가뭄을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