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 '구당 모임'에 비해 아직 숫적 열세… 전열 재정비할 시간 필요 판단
  • ▲ 새누리당 비박계의 임시 지도부인 비상시국회의의 대변인 격을 맡고 있는 황영철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비박계의 임시 지도부인 비상시국회의의 대변인 격을 맡고 있는 황영철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때이르게 다가온 결전(決戰)을 앞두고 세(勢) 부족을 느낀 것일까. 새누리당 비박계가 전열 재정비에 나서는 한편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하는 등 '작전 타임'에 돌입했다.

    새누리당 비박계의 임시 지도부 격인 비상시국회의는 13일 발전적 해체를 선언하면서, 원내대표 선출 등 차기 원내지도부 구성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의원총회의 소집을 요구했다.

    비상시국회의 대변인 격인 황영철 의원은 이날 의원회관에서 열린 회의 직후 취재진과 만나 "지난 탄핵소추안 표결의 결과, 비상시국회의의 구성원을 넘어서는 많은 의원들이 우리의 뜻에 동참하고 있다는 걸 확인했다"며 "더 많은 의원·당협위원장과 함께 하기 위해 비상시국회의는 오늘로서 발전적으로 해체하고, 외연을 확대한 새로운 모임을 만들기로 했다"고 선언했다.

    비상시국회의를 자진 해체하면서 외연 확대를 천명한 것은, 지난 11일 친박계의 대항 조직으로 결성된 '혁신과 통합을 위한 보수 연합'(구당 모임)이 이날 의원회관에서 본격 출범하는 것에 자극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친박계의 '구당 모임' 명단에는 새누리당 현역 의원 53명과 광역단체장 3명이 이름을 올렸다. 비박계 비상시국회의에 비해 의원 10여 명 정도의 숫적 우위에 있다는 평가다.

    기존의 친박계 대 비박계의 구도로 가게 되면 아무래도 숫적 열세를 뒤집기 어렵기 때문에, 탄핵소추안에 찬성표를 던졌던 온건 친박계와 중도 성향 의원들을 적극적으로 포섭해 외연 확대를 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 표결 당시 반대표는 56표가 나왔다. 표결에 불참한 '친박 핵심'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까지 합하면 57명이다.

    무효와 기권이 각 2표, 7표 있었으므로 새누리당 의석 128석에서 제하면, 새누리당 내에서 나온 찬성표는 62표가 된다. 외연 확대를 통해 이를 총결집하면 미세하게나마 친박계를 숫적으로 앞설 수 있다는 계산이 서는 것이다.

    이처럼 전열을 재정비하고 외연 확대를 꾀하는 한편, 친박계를 숫적으로 압도할 시간을 벌기 위해 임박한 원내대표 경선을 미루기 위한 요구도 시작됐다.

    당권을 장악하고 있는 친박계는 정진석 원내대표의 사퇴를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이 차기 원내대표 경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원내대표 선출에 관한 당규 제3조 3항을 근거로 이정현 대표는 13일, 원내대표 경선일을 오는 16일로 공고했다. 조경태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선거관리위원회도 일사천리로 구성됐다.

    당규 제3조 3항에는 원내대표 궐위시 7일 이내에 의총을 열어 경선을 치러야 하며, 경선일은 당대표가 3일 전까지 공고하도록 돼 있다.

    정진석 원내대표가 12일에 전격 사퇴했으므로 새누리당 관계자들은 경선이 19일에 치러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었다. 원내대표 후보자가 '러닝메이트'인 정책위의장을 구해 2인1조로 경선에 임해야 하므로, 당규에 주어진 기간인 7일을 꽉 채울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사퇴한 다음날 공고가 이뤄졌고, 경선은 공고로부터 불과 사흘 뒤인 16일에 치러지게 됐다. 여러모로 촉박한 일정인데도 불구하고 친박계가 속도전으로 임하고 있는 것은, 정신적 지주인 박근혜 대통령이 직무정지를 당한 마당에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당내 세력 지형이 친박계에 불리해질 것으로 봤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전열 재정비와 외연 확대를 위해 시간이 필요한 비박계는 제동을 걸고 나섰다.

    공론의 장을 마련해 차기 원내대표 경선을 일정 시점까지 미루고 정진석 원내대표가 그 때까지 원내 당무를 계속 맡도록 하거나, 이정현 대표의 동반 사퇴를 관철해내는 등의 수순을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 이러한 요구가 뜻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원내대표 경선 보이콧까지도 배제하지 않는 것으로 관측된다.

    비상시국회의 대변인 격인 황영철 의원은 "당의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던 원내대표가 사의를 표명했는데도 불구하고, 새누리당 의원들이 같이 모여서 논의조차 못하고 있는 것은 문제"라며 "원내대표는 왜 사의를 표명한 것인지, 이후 원내대표단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충분한 의견을 듣고 제시하기 위한 의원총회를 소집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황영철 의원은 "내일 오전 중으로라도 의총이 열리기를 희망하니, 원내대표는 반드시 내일 중에 의총을 소집해달라"며 "(원내대표 경선에 비박계가 어떻게 대응할지는) 의총 이후에 우리의 입장을 결정해서 말씀드리겠다"고 여운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