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인 출신 5선 중진의원… 개헌특위 위원장으로 최적격 인사"책임 무겁다" 소감 밝히며 친박계 일각 원내대표 옹립설에는 선 그어
  • ▲ 1986년 이후 30년 만에 설치되는 국회 개헌특위 위원장으로 지명된 새누리당 이주영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1986년 이후 30년 만에 설치되는 국회 개헌특위 위원장으로 지명된 새누리당 이주영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30년 만에 닻을 올리는 국회 개헌특위 호(號)의 선장으로 새누리당의 5선 중진인 이주영 의원이 지명됐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12일 국회 개헌특위 위원장으로 이주영 의원을 지명했다고 취재진에 밝혔다. 이주영 의원은 오는 29일 열릴 국회 본회의에서 특위 설치 의결을 거친 뒤 동료 의원들의 선출을 통해 정식으로 위원장에 취임할 예정이다.

    이날 여야 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국회 개헌특위 설치 합의를 이끌어낸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이주영 의원을 위원장으로 지명할 뜻을 내비쳤다. 이에 대해서는 더불어민주당 우상호·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도 전혀 이의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여야 정치권이 두루 인정하는 이주영 의원은 외유내강(外柔內剛)의 인품으로 널리 알려진 새누리당 소속의 5선 중진의원이다.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나온 법조인 출신으로, 정치권에 입문하기 전에는 서울고등법원 판사와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등을 지냈다.

    선수(選數) 등 정치 경륜과 법조 경력, 인품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볼 때, 개헌특위 위원장으로서는 최적격의 인물이라는 평이다.

    개헌특위는 국회의 허다한 특위들과는 달리 '개헌'이라는 말이 갖는 정치적 무게감 때문인지, 설치된 사례 자체가 많지 않다. 그런 만큼 관례를 따지기는 어렵지만, 가장 최근에 설치돼 개헌에 성공했던 사례인 12대 국회의 개헌특위 선례를 참조하면, 개헌특위 위원장을 맡았던 민정당 채문식 의원이 당시 5선 의원이었다.

    5선의 채문식 위원장은 1987년 당시 민정당·민주당·신민당·국민당의 4당이 원내에 난립해 있어 혼란한 정국 속에서도 뚝심있게 개헌특위를 이끌어, 결국 당시의 시대정신이고 국민의 여망이던 대통령 직선제 개헌안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5선의 이주영 의원 역시 30년 만의 개헌특위 위원장으로서 역할이 크게 기대된다는 지적이다. 강산이 세 번 변하는 동안 사회상과 시대정신 자체가 크게 변했으니, 이를 헌법에 반영해야 하는 책무가 무겁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의원은 13일 본지와 통화에서 "87년의 시대정신이 대통령 직선제 성취였다면, 지금의 시대정신은 제왕적 대통령제 청산"이라며 "현직 대통령이 탄핵당해 직무가 정지돼 있고 신당 창당 등 정계 개편이 예고돼 어수선한 상황이지만, 이주영 의원이라면 시대정신을 반영한 개헌안을 만들어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개헌특위 위원장으로 지명된 이주영 의원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정진석) 원내대표로부터 지명 사실을 전해들었다"면서도 "마냥 축하받을 일은 아니고, 책임이 무겁다고 생각한다"고 무거운 책무를 인식하는 반응을 보였다.

    이주영 의원은 오전에 비박계 비상시국회의가 발전적 해체와 외연 확대를 선언하고, 오후에는 친박계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이 창립하는 등 당이 계파 갈등으로 어수선한 와중에서도 묵묵히 개헌에 관한 연구를 계속하는 일관된 모습을 보여 주목을 받았다.

    이날 오전 의원회관에서 '국가변혁을 위한 개헌추진회의' 2차 전체회의를 주관한 이주영 의원은 서울법대 헌법학 교수 출신인 연구간사 정종섭 의원의 '대통령제 실패와 개헌 필요성' 발제를 화두로, 개헌안이 나아가야 할 모델에 관해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주영 의원이 개헌특위 위원장으로 지명됨에 따라, 새누리당 친박계 일각에서 논의되던 원내대표 후보 추대설은 의미가 없어졌다는 지적이다.

    친박계는 오는 16일 원내대표 경선에서 '강성 친박' 또는 '친박 핵심'을 후보로 내세울 경우 전혀 승산이 없다는 판단 하에, 당내의 대표적인 중립 성향 중진의원으로 친박~비박계를 가리지 않고 두루 신망을 얻고 있는 이주영 의원을 원내대표 후보로 추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주영 의원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친박 대표성을 가지고 원내대표를 한다는 것은 전혀 맞지 않는 일"이라며 "(원내대표를) 할 생각이 전혀 없고, 하지도 않겠다는 것을 명확하게 말씀드린다"고 엄격히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