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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원회관에서 열린 개헌 관련 토론회에 참석한 새누리당 의원들의 모습. 사진 왼쪽부터 원유철 전 원내대표, 김광림 정책위의장, 정종섭 의원, 이철우 정보위원장, 그리고 맨 오른쪽 끝은 개헌특위 위원장으로 지명된 이주영 의원이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30년 만에 국회 개헌특위가 닻을 올리게 됐다. 새누리당 정진석·더불어민주당 우상호·국민의당 박지원 여야 3당 원내대표는 오는 29일 본회의에서 국회 개헌특위 설치안을 처리하기로 합의에 도달했다.
개헌이라는 말만 나와도 두드러기 반응을 보이는 유력 대권주자가 버티고 있는데도, 국회가 개헌특위 설치에 합의한 것은 일단 매우 고무적이라는 지적이다.
개헌특위호(號)의 선장도 최적임자가 지명됐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5선 중진의 이주영 의원을 개헌특위 위원장으로 지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장을 맡게 될 새누리당 이주영 의원은 5선이라는 정치 경륜, 판사 출신이라는 법조 경력에 외유내강(外柔內剛)이라는 인품까지 고려할 때, 87년 체제의 어두운 단면이 초래한 혼란의 끝을 뚫고, 새로운 백년대계의 헌정 체제라는 빛을 찾아가는데 안성맞춤이라는 평이다.
좋은 '선장'은 지명됐으니, 이제 선장과 호흡을 맞출 '선원'들의 인선이 관건이다.
현행 '87년 헌정' 체제를 만들어낸 12대 국회의 개헌특위를 돌아보면, 1986년 특위 설치 당시에는 원내 상황이 민정당·신민당·국민당 3당 체제였다. 그러다가 다름아닌 '개헌' 문제로 신민당이 분당(分黨)되면서, 신민당과 통일민주당(민주당)으로 나뉘어졌다.
개헌 논의가 해를 넘기면서 전두환 대통령의 7년 단임 임기의 마지막 해인 1987년이 도래했다. 차기 대권을 노리는 김영삼(YS)~김대중(DJ)의 양김 씨가 대두하고, 김종필 전 국무총리(JP)도 미국에서 돌아와 신당 창당을 준비하는 등 정국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에 빠졌다.
그에 더해, 국민들은 직선제 개헌을 요구하며 광장으로 쏟아져나오는 이른바 '6월 항쟁' 국면에 접어들면서 혼란은 극에 달했다.
이같은 여러 가지 방해 요소를 뚫고 개헌이 이뤄질 수 있었던 것은, 5선 채문식 개헌특위 위원장의 뚝심에 더해, 정치 경륜이 풍부한 다선(多選)의 개헌특위 위원들이 당리당략을 넘어 소신을 갖고 특위의 분위기를 주도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개헌특위에는 헌정의 상도를 무시한 채 목소리만 높이며 자기 주장만 '빼애액' 내지르는 '저질·막말' 의원들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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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개헌 관련 토론회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문희상 의원이 개헌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는 모습.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채문식 위원장과 함께 당시 개헌특위를 이끌던 각 정당의 간사진을 보면 민정당은 윤길중 의원, 신민당은 김수한 의원, 국민당은 신철균 의원을 간사로 선임했다. 윤길중 의원과 김수한 의원은 12대 국회 당시 이미 5선의 중진의원이었으며, 신철균 의원도 3선이었다.
이후 정계개편이 되면서 신민당이 분당되자, 1987년 새로 간사 선임이 이뤄졌다. 민정당은 현경대 의원, 민주당은 허경만 의원, 신민당은 임종기 의원, 국민당은 신철균 의원을 간사로 선임했는데, 이들의 선수도 최대 5선에서 최소 3선이었다.
국회의 일반 상임위원회 위원장이 3선에서 보임되고, 간사는 재선 의원이 선임되는 관례와는 대조적이다. '개헌'이라는 주제의 무게감을 감안해 각 정당에서도 무게 있는 위원 선임을 한 것이다. 위원장부터가 5선급에서 지명되니, 간사도 최소한 3선 이상이 돼야 할 것임은 당연한 이치다.
이러한 선례를 감안해 새누리당·민주당·국민의당도 개헌특위 위원을 마구잡이로 선임해서는 안 될 것이다. 특히 정치 경력이 짧으면서도 특정 대권주자만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며 '돌격대' 역할을 자처하는 '○○○ 키즈' 의원들이 개헌특위에 들어오면, 개헌 논의는 산으로 갈 수밖에 없다.
요즘에는 스스로 '여의도 정치 관례를 모른다'는 것을 마치 자랑처럼 여기면서, 그간의 의정 활동의 관례들을 깡그리 무시하고 안하무인 격으로 행동하는 초선 의원들이 늘어났다. 이런 의원들이 오로지 개헌을 저지하는데 혈안이 돼 있는 특정 대권주자의 사리사욕을 대변하기 위해 특위에 침투하는 것을 허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새누리당은 오는 16일 새로운 원내대표를 선출한다. 새누리당 몫의 개헌특위 위원 선임은 새 원내대표가 당면할 첫 번째 과제가 될 것이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몫의 특위 위원은 우상호 원내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가 선임할 가능성이 높다.
68년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쌓아온 헌정의 역사 앞에서 겸허한 마음으로, 그 어느 때보다 진중한 자세로 옥석(玉石)을 골라 개헌특위 위원 선임에 나서야 할 것이다. 각 정당의 개헌파(改憲派) 국회의원들도 '내가 몇 선인데 특위에 평(平) '위원'으로 들어가느냐'는 생각을 갖지 말고, 적극적으로 특위에 합류해야 할 것이다.
30년 만의 국회 개헌특위를 마주함에 있어 어느 당이 내심 작금의 시대정신인 개헌을 저지하려 하는지, 국민이 지켜보고 역사가 기록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