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문화회관 미술관 2016 기획전, 12월 4일까지 열어
  • 아름다움의 기준은 시대적 변화와 함께 관점에 따라 달라진다.

    조선 후기에 그려진 한국의 미인들은 쌍꺼풀이 없다. 조선시대 대표 작품인 혜원 신윤복의 '미인도'를 보면 쌍꺼풀 없이 작고 가느다란 긴 눈을 갖고 있는데, 21세기 미인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현대에는 쌍꺼풀이 있는 큰 눈을 예쁜 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화 작가들이 생각하는 '미인'은 어떤 모습일까. 주로 여인을 즐겨 그리는 젊은 작가 26명이 '아름다움'을 담은 작품 100여점을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 내놨다.

    12월 4일까지 열리는 '畵畵-미인도취'는 다양한 미인도의 아름다움에 취할 수 있는 기획전시로, 남정 박노수 화백의 미인도와 함께 김현정, 신선미, 이동연, 김은진, 김정욱, 고찬규, 육심원, 임태규 등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전시 제목 '畵畵(화화)'는 1998년 9월 인사동 덕원미술관에서 진행된 20~30대 한국화 작가 6인이 참여했던 당시 전시회 제목에서 따왔다. 이번 전시는 98년도 첫 '畵畵'전에 참여했던 작가들의 작품과 함께 20여년이 지난 지금 변화된 작품을 볼 수 있다. 

    임연숙 세종문화회관 전시디자인팀장은 "작가들의 자기표현에서 특히 인물을 주제로 소통하는 작가들을 모았다"며 "최근 한국화를 보면 표현의 한계를 넘어서서 오히려 독창적인 느낌을 준다. '畵畵'는 풀어서 말하면 '그림, 그림'이다. 여전히 그림을 그리는 작가들의 전시이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전시에는 재료적으로나 기법적으로 한국화라는 기존의 틀을 벗어난 작가들이 있고, 시작 자체가 다른 작가들의 작품도 전시된다. 이는 '미인'이라는 용어의 범위를 다양하고 폭 넓게 하자는 의미와 전통회화가 어떻게 확장될 수 있는지 보여주고자 하는 의미도 있다"고 덧붙였다.

  • 남정 박노수_여인_한지에 수묵담채_196×127cm_1966
    ▲ 남정 박노수_여인_한지에 수묵담채_196×127cm_1966
    전시의 구성은 전통회화에서의 미인도 연보와 함께 박노수 화백의 미인도로 시작된다. 전시실 입구에 故 박노수 화백의 수묵담채로 그려진 두 점의 미인도가 자리잡고 있는데 1966년, 1977년 작의 '여인'이라는 제목이다. 다소곳하고 단아한 자태는 당시 미인의 가치기준을 엿보게 한다.

    출품 작품들은 크게 4개의 섹션으로 나뉘고, 여기에 뽈랄라 수집관의 현태준 컬렉션으로 구성된 '여성'과 관련된 아카이브 존이 별도로 만들어져 전시에 깊이를 더한다. 또, 작가들과 직접 대화할 수 있는 '미술관 톡' 프로그램을 진행해 보다 대중과 가까운 열린 미술관을 지향할 예정이다.

    전시 개막에 앞서 지난 24일 만난 김현정 작가는 한국화의 아이돌 통한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쳤으며, 현재 용인대와 경희대에게 강의를 나가고 있다. 1988년생의 어린 나이임에도 대표작 '내숭이야기'로 올해 1월 뉴욕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에서 한국인 두 번째로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광고와 방송매체, 콜라보를 통해 대중에게 알려진 그는 고상한 한복을 입었지만 자전거나 롤러스케이트, 스노우보드를 타는 등 전혀 어울리지 않는 행동들을 하고 있는 장면들을 자신을 모델로 화폭에 담는다. 이는 여자들의 양면성을 재치있는 시선으로 바라본 '내숭'을 의미한다.

  • 김현정_내숭동산_한지위에 수묵담채, 콜라쥬_234×412.8cm_2016
    ▲ 김현정_내숭동산_한지위에 수묵담채, 콜라쥬_234×412.8cm_2016
    '내숭동산'이라는 제목의 한 작품을 전시하는 김 작가는 "작품에서 표현하는 바는 그림마다 스토리가 있는데, 이 작품은 어떤 스토리보다는 같은 그림 안에 두 개 이상의 다른 시간을 담는 이시동도법(異時同圖法)이라는 옛기법을 차용했다"고 밝혔다.

    그는 "한복을 입은 여인을 자세히 보면 그린 게 아니라 콜라주 작업을 해서 붙인 것이다. 처음에는 실루엣을 그리고 먹을 사용해 한복을 그린 뒤 직접 염색한 한지를 붙였다. 그러다보니 안의 실루엣이 드러나는데, 내숭을 표현하기 위한 메타포(은유)라고 할 수 있다. 내숭은 자신의 모자란 부분을 감추고 좋은 모습을 보이고자 하는 데서 나타나는 흔한 불일치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이 '21세기 풍속화'라는 평가를 받는다면서 "여자로서 살아갈 때 어떤 규율에 갇혀서 제 마음대로 온전히 표현을 못한다고 생각할 때가 많았다. 한복이라는 의미가 고상한 옷에 속하지만 저를 속박하고 있는 어떤 규율을 표현하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스스로 '한국화 화가'라고 칭하는 김현정 작가는 홀로그램 작업, 미디어아트, 3D프린팅 작업과 아이를 위한 교구 개발 등을 통해 미술관까지 오지 않아도 그림을 감상할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과의 소통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에 SNS 계정을 12개나 운영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카카오톡 이모티콘이 출시됐다. 

    마지막으로 그는 "엄청난 선배님들과 좋은 곳에서 전시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하다"며 '畵畵-미인도취'의 개최 소감을 말했다.

    [사진=세종문화회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