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 일일이 돌며 주호영 지지 호소… '승복·통합·단결' 귀감 보여줬다
  • ▲ 전날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패했던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이 6일 수도권 합동연설회가 열린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 나타나 김용태 의원과 함께 단일후보 주호영 의원의 손을 좌우에서 치켜들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전날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패했던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이 6일 수도권 합동연설회가 열린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 나타나 김용태 의원과 함께 단일후보 주호영 의원의 손을 좌우에서 치켜들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5일 충남 천안에서 대다수 정치권 관계자의 예상을 뒤엎은 '단일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된 이후, 서울로 올라온 정병국 의원은 선거캠프 관계자 70여 명을 여의도의 한 양지탕집으로 불러모았다.

    정작 누구보다 위로가 필요한 사람은 본인일지도 모르는데, 천안에서 "혁신 단일후보 주호영 후보를 지지해달라"며 "주호영 후보를 중심으로 국민 여망에 부응하는 혁신된 새누리당을 만들도록 나도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흔들림 없는 표정으로 말할 때처럼, 일관된 모습으로 선거캠프 관계자들의 노고를 위로하고 있었다.

    바로 이 때 주호영 의원이 현장에 나타났다. 그러자 정병국 의원은 자신의 선거캠프 관계자들이 삼삼오오 앉아있던 식당 테이블을 하나하나 주호영 의원과 함께 돌며 "지금까지 해왔던대로 지지를 호소하면 된다"며 "다만 사람 이름만 '정병국'에서 '주호영'으로 바꾸면 된다"고 일일이 당부했다.

    과연 이 '단일화'라는 게 옳으냐 그르냐 라는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우리 정치권에서 참으로 보기 드문 승복의 문화다.

    여론조사라는 것은 오차범위가 있다. 만 하루 동안 급하게 돌려야 했으니, 응답률을 감안하면 표본도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을 수 있다. 여러모로 패자(敗者)가 승복하기 어려운 여건인데, 게다가 누가 봐도 승리할 것으로 전망됐던 후보가 의외의 일격을 당했다면 그 상처는 쓰라리기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바로 직전까지 자신을 도와 지지세 확산을 위해 노력했던 선거캠프 관계자들에게 일일이 주호영 의원과 함께 돌아다니며 "이제부터는 지금까지 나를 위해 했던 것처럼 주호영 의원을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참으로 아름다운 뒷모습이다.

    그간 우리 정치권에서 다선(多選)의 중진 의원들이 별반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번 8·9 전당대회를 앞두고서도 이는 다르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기도 5선의 정병국 의원이 보여준 '아름다운 퇴장'의 모습은 모두에게 귀감이 된다. 과연 이 당의 큰 인적 자산이고, 당에서 사무총장, 내각에서 각료를 지낼 만한 큰 인물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에 그치지 않고 정병국 의원은 6일 마지막 연설회이기도 한 수도권 합동연설회가 열린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구 교육문화회관)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컨벤션홀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입장하는 당원들을 상대로 주호영 의원 지지를 호소하던 정병국 의원은, 합동연설회 시작에 앞서 스스로도 2층으로 향해 자신과 단일화했던 김용태 의원과 함께 좌우에서 주호영 의원의 손을 잡고 들어올리며 단일후보를 향한 성원을 당부했다.

  • ▲ 지난 3일 전북 전주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새누리당 당대표 후보자들이 소통·화합·헌신 등의 구호가 적힌 부채를 들어올려 보이고 있다. 8·9 전당대회 이후 새누리당에 가장 절실히 필요한 것은 정병국 의원이 보여줬던 것과 같은 결과에 대한 승복, 그리고 이를 통한 통합과 단결이라는 지적이다. ⓒ뉴시스 사진DB
    ▲ 지난 3일 전북 전주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새누리당 당대표 후보자들이 소통·화합·헌신 등의 구호가 적힌 부채를 들어올려 보이고 있다. 8·9 전당대회 이후 새누리당에 가장 절실히 필요한 것은 정병국 의원이 보여줬던 것과 같은 결과에 대한 승복, 그리고 이를 통한 통합과 단결이라는 지적이다. ⓒ뉴시스 사진DB

    사실 주호영 의원과 김용태 의원은 최종적으로 '단일화'됐다고는 하지만, 서로 간에 단일화를 하기로 한 의사 연락이나 합의는 전혀 없었다. 그저 정병국 의원이 김용태 의원을 '흡수'했는데, 다시 그 정병국 의원이 주호영 의원에게 '흡수'되면서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됐다는 것에 불과했다.

    따라서 서울의 3선 김용태 의원을 지지하는 표심은 어리둥절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이날 정병국 의원이 김용태 의원과 함께 와서 주호영 의원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이와 같이 애매모호한 상황이 정리됐다. 또, 대구·경북(TK)에 근거를 두고 있는 주호영 의원에게 꼭 필요한 서울에서의 세(勢)를 안겨줬다.

    7일 전국 33만여 책임당원 선거인단의 투표가 이뤄진다. 9일에는 중앙대의원 1만 명이 서울 잠실체육관에 모여 새누리당의 새로운 지도부가 선출되는 현장을 지켜보게 된다.

    8·9 전당대회가 목전에 다가온 이 때, 새누리당에 정말 필요한 문화는 이와 같은 승복의 문화다.

    누가 당대표가 될지는 아직 모른다. 해방 이후 최초로 호남 출신 보수정당 당대표가 출현하는 기적적인 일이 일어날지, 세월호 사고로 위기에 빠졌던 정권을 구했던 구원투수가 이제 당을 구하는 키를 잡게 될지, 아니면 '공천 전횡'의 와중에서 희생당했다가 극적으로 생환한 당사자가 당대표가 되는 일이 발생할지 그것은 아직 아무도 모른다.

    다만 누가 당대표가 돼도, 정병국 의원이 모범적인 모습으로 귀감을 보여준대로, 전당대회의 결과에 승복하고 선출된 새 지도부에 힘을 모아주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

    벌써부터 "이번 전당대회에서 선출될 지도부가 내년 4월 재보선까지밖에 못 갈텐데 뭘 이렇게 힘을 빼느냐"며 "4월 재보선에서 진 뒤에는 지도부가 무너지고, 비대위 체제로 대선을 치르게 될 것"이라는 냉소적인 언동이 당내 일각에서 오간다.

    새 지도부가 이러한 패배주의적 발상을 일소하고, 힘있게 내년 12월 대선 국면까지 당을 수습하고 회생시켜 당원 모두의 소망인 정권재창출을 이루기 위해서는 패자의 승복,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하는 통합과 단결의 정신이 절실하다.

    정병국 의원이 결과에 승복하고 뒤로 물러서는 이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8·9 전당대회에 출마한 다른 후보자들도 이와 같은 정병국 의원의 모습을 본받아 결과에의 승복, 통합과 단결이라는 대승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