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문재인, 몸은 호남에 있지만 마음은 대권 표밭에 가 있는 것"
  • ▲ 여론조사 공표금지 이전에 조사된 전남 여수갑과 관련된 여론 지표의 추이. ⓒ그래픽=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여론조사 공표금지 이전에 조사된 전남 여수갑과 관련된 여론 지표의 추이. ⓒ그래픽=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11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호남 격전지'를 방문하겠다고 했지만 그 진정한 의도를 놓고 물음표가 달리고 있다. 11일에 방문하는 전남 여수부터가 격전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공표금지 기간 이전에 실시된 각종 지표들은 전남 여수가 격전지가 아닌 국민의당 우세 지역임을 분명히 나타내고 있다. 전남 여수갑·을과 관련해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 등록된 최신의 여론조사 결과 세 개씩을 뽑아 추이를 살펴보면 이 점은 분명해진다.

    전남 여수갑의 경우, 2일 PNR피플네트웍스가 설문해 4일 여수신문이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당 이용주 후보는 41.5%, 더민주 송대수 후보는 28.0%의 지지도를 획득했다.

    3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설문해 5일 남해안신문이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도 국민의당 이용주 후보가 40.9%의 지지를 얻어 28.4%에 그친 더민주 송대수 후보를 크게 앞섰다.

    또, 조원씨앤아이가 6일 설문해 국민의당이 7일 발표하고 이를 8일 이데일리 등이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국민의당 이용주 후보가 40.7%의 지지도로 27.2%인 더민주 송대수 후보를 눌렀다.

    전남 여수을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지난달 30일부터 2일까지 한국리서치가 설문해 5일 KBC광주방송이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당 주승용 후보는 45.9%의 지지를 얻어 25.8%에 그친 더민주 백무현 후보를 크게 앞섰다.

    2일 PNR피플네트웍스가 설문해 4일 여수신문이 보도한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당 주승용 후보가 44.3%의 지지도를 기록해 33.7%에 그친 더민주 백무현 후보를 압도했다.

    4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설문해 5일 남해안신문이 보도한 여론조사 또한 국민의당 주승용 후보가 40.2%의 지지도로 32.6%에 불과한 더민주 백무현 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따돌렸다. 이 여론조사의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2.5%p였다. 그 외에 이들 여론조사와 관련한 기타 그밖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처럼 전남 여수에서는 갑·을 공히 국민의당 이용주·주승용 후보가 더민주 송대수·백무현 후보를 오차범위 밖으로 따돌리고 우위를 확고히 하고 있는 양상이다. 동아일보도 9일자에 보도된 전국 지역구 판세 카토그램에서 전남 여수갑·을을 공히 국민의당 경합우세도 아닌 우세 지역으로 분류했다.

  • ▲ 여론조사 공표금지 이전에 조사된 전남 여수을과 관련된 여론 지표의 추이. ⓒ그래픽=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여론조사 공표금지 이전에 조사된 전남 여수을과 관련된 여론 지표의 추이. ⓒ그래픽=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이처럼 격전지가 아닌, 국민의당 우세 지역구인 전남 여수를 호남 1박 2일 방문 일정의 첫날인 11일 방문하는 것은 의원실이 밝힌 "광주·전남 주요 격전지를 차례로 돌 계획"이라는 말과는 도통 어울리지 않는다. 호남 방문의 진정한 목적이 무엇인지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당선권에서 멀어진 더민주 송대수·백무현 후보가 문재인 전 대표를 위해 '희생번트'를 댔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8일 광주 방문에서 "호남이 지지를 거둔다면 정계를 은퇴하고 대통령 후보로도 나서지 않겠다"고 공언한 문재인 전 대표의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호남을 재방문해야 할 명분이 간절하다.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밖으로 뒤처지는 등 열세가 명확한 더민주 송대수·백무현 후보가 이런 문재인 전 대표에게 전남 땅에 발을 들이밀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하기 위해 그 자신을 희생한 '번트'를 댔다는 분석이다.

    문재인 전 대표가 여수에 오는 게 객관적으로 송대수·백무현 후보에게 도움이 될 리는 없다. 국민의당 유성엽 의원이 9일 "문재인 전 대표가 방문하는 것은 오히려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에게 아주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한 데 이어, 정동영 후보도 11일 "문재인 의원이 다니면 다닐수록 별로 호남에 득은 안 되고 역효과도 있다"고 꼬집었다.

    진정한 의미의 '격전지'에 갈 경우에는 오히려 더민주 후보의 표가 떨어지고 국민의당 후보에게 표가 가서 달라붙어 판세가 뒤집혀, 붙을 더민주 후보가 되레 떨어질 수도 있는 상황인 것이다.

    '누군가가 지원 유세를 가서 정작 그 후보가 떨어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인 것 같지만, 기실 문재인 전 대표에 있어서는 처음 겪는 일도 아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지난해 4·29 광주 서을 보궐선거가 치러질 때 수차 지원 유세를 갔지만, 그 때마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의 조영택 후보 지지율이 계속해서 떨어지는 수모를 겪은 바 있다.

    차라리 패배의 우려가 짙어진 송대수·백무현 후보가 출마한 전남 여수를 격전지라고 억지로 우기며 방문하는 게 실리와 명분을 동시에 챙길 수 있는 행보라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은 이날 "수도권이 어렵지 않았다면 더민주는 늘 그랬듯이 전국정당이라는 미명 하에 호남에 오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결국 오늘 호남 방문도 몸은 호남에 있지만 마음은 수도권 표밭, 대권 표밭에 있는 것"이라고 예리하게 지적해냈다.

    그러면서 "3번을 찍으면 1번이 된다고 하지만, 호남에서는 3번을 찍으면 3번이 되고 2번을 찍으면 사표가 된다"며 "(문재인 전 대표의 호남 방문은) 다시 한 번 호남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분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