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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의당 주승용 후보(전남 여수을)가 지난달 31일 저녁 쌍봉사거리에서 유권자들에게 퇴근 인사를 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주승용 후보는 지난 6일 전남CBS 주관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서 2년 뒤 열릴 전남도지사 선거에 출마하지 않고 국회의원 4년 임기를 마치겠다고 단언했다. ⓒ여수(전남)=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4·13 총선 선거운동이 막바지로 달려가는 가운데, 호남 지역의 대표적인 중진 정치인들의 광역단체장 불출마 선언이 잇따르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4선을 노리는 국민의당 주승용 후보(전남 여수을)는 지난 6일 전남CBS에서 생방송 중계한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서 "항간에서는 앞으로 2년 뒤에 내가 전남도지사에 출마해 보궐선거를 하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있다"며 "국회의원 4년 임기를 마칠 것이며, 도지사에 나올 생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행정자치부장관과 건설교통부장관을 지냈으며 이번 총선에서 3선에 도전하는 더불어민주당 이용섭 후보(광주 광산을)도 8일 광주KBS를 통해 방송된 후보자 연설에서 "상대 후보는 내가 2년 뒤에 광주광역시장에 출마할 것이라는 악의적 선전을 하고 있다"며 "차기 광주시장에 출마하지 않고 광산 발전을 위해 나의 모든 것을 바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처럼 중진 정치인들의 광역단체장 불출마 선언이 잇따르는 것은, 투표일을 앞두고 상대 후보 측의 막판 대공세의 화력이 이 지점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과거에는 국회의원을 하던 중 그만 두고 단체장에 출마하거나, 반대로 단체장을 하던 중 사임하고 총선에 출사표를 던지는 경우가 흔했다. 그러나 이에 따른 의정·행정의 공백과 보궐선거 비용으로 낭비되는 국민의 혈세 등이 널리 알려지면서, 정치인들의 '갈아타기'에 대한 유권자들의 염증이 높아졌다.
국민의당 유성엽 후보(전북 정읍·고창)는 지난달 2일 출마 기자회견을 하면서 아예 "2년 뒤 전북도지사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미리 못을 박았다.
더불어민주당 노관규 후보(전남 순천)는 지난 2012년 정원박람회를 앞두고 시장직을 사임하고 총선에 도전했던 과거 전력이 아직까지도 상대 후보들에 의해 공격 소재로 활용돼 골치를 앓고 있다.
같은 지역구에 출마한 국민의당 구희승 후보는 지난 3일 연향동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도저히 납득이 안 되는 이유를 대면서 민선시장직을 내팽개쳐 10억 원이 넘는 혈세를 낭비하게 했던 그 후보에게 다시는 표를 줘서는 안 된다"며 "책임감이 없는 사람은 언제든 시민을 배신하는데, 도지사가 탐이 나면 또 국회의원 2년만 하고 팽개칠 것"이라고 공격했다.
이처럼 유권자들의 염증 여론을 활용한 상대 후보들의 공격이 집중되기 때문에, 단체장 선거에 불출마하겠다고 미리 확언하지 않고서는 왠만한 중진 정치인도 부정적 여론을 감당해낼 수 없다는 지적이다.
지역구 별로 상황과 판세에 따른 특수한 사정도 여기에 덧붙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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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불어민주당 이용섭 후보(광주 광산을)는 지난 8일 광주KBS를 통해 방송된 연설에서 2년 뒤에 열릴 광주광역시장 선거에 불출마하겠다고 확약했다. ⓒ광주=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전남 여수는 지역구가 갑구와 을구로 나뉘는데, 갑구에서는 이번 총선에서 4선 김성곤 의원이 불출마해 누가 새로 당선되든 초선 의원이 배출된다. 이 때문에 지역에서는 4선 등정을 노리는 주승용 후보와 갑구에서 당선될 초선 의원이 조화를 이뤄 힘있게 지역 발전을 견인해주길 바라는 여론이 높다.
여수는 여수엑스포 이후의 미래 먹거리에 대한 고민이 높은 편인데, 만일 지역 발전을 이끌어야 중진 정치인이 2년 뒤에 도지사에 출마해 보궐선거가 치러지고 초선 의원이 나오면 여수의 갑을이 모두 초선 의원으로 채워지는 결과를 맞이하게 된다는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 지역에 출마한 더민주 백무현 후보는 실제로 지난 3일 주승용 후보를 향해 "2년 뒤에 도지사에 출마할 것인지, 그렇다면 국회의원을 사퇴할 것인지" 공개질의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주승용 후보가 6일 "도지사에 출마하지 않고 국회의원의 4년 임기를 마치겠다"고 공언함에 따라 우려는 불식되고 공격의 여지는 없어졌다는 지적이다.
광주 광산을에서 '녹색 바람'을 탄 국민의당 권은희 후보에게 맹추격당하고 있는 이용섭 후보도 어떻게든 광주시장 출마설을 잠재워 추격을 뿌리쳐야 하는 절박한 입장이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광역단체장 불출마를 선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중진 정치인답게 지역민들에게 '큰 인물, 큰 정치'의 꿈을 심어줘야 하는 역할에도 노련하게 잘 대처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주승용 후보는 "해방 이후 70년간 전남 제1의 도시라는 여수에서 장관 한 명, 국회부의장 한 명이 나오지 못했다"며 "내년 12월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해 대통령을 당선시키면 입각할 여건이 된다"고, 총리나 장관 입각을 시사했다.
주승용 후보는 국회에서 국토교통위원장을 역임했기 때문에, 실제로 국민의당이 수권할 경우 '섀도 캐비넷'에서 국토교통부장관 입각 0순위로 꼽힌다. 또, 현재의 추세대로 부산 등 영남 출신이 대통령이 될 경우 지역 안배 차원에서 국무총리는 호남 출신을 기용해야 하는데 그러할 경우 총리 입각 가능성도 점쳐진다.
국회의원으로 일하는 동안 전라선KTX 종착역 여수 연장, 자동차전용도로 개통, 남해안 철도 착공 등 굵직한 지역의 교통 현안을 해결하며 '여수의 교통 발전을 20년 앞당겼다'는 평을 듣는 주승용 후보가 만일 내년 정권교체 이후 국토교통부장관으로 입각할 경우, 여수의 교통 여건 정비에 재차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가 모이는 이유다.
이용섭 후보도 8일 방송연설에서 "호남의 발전을 위해 더 큰 그림을 그려보겠다"며 "당대표에 출마해 호남이 주도하는 정권교체를 이뤄내겠다"고 밝혀, 총선 직후 소집될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에 도전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