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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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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 20대 국회의원 총선거 투표일을 닷새 앞둔 시점에서 전국의 유권자들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중대한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그것은 이번 총선거의 결과에 따라서는 2018년2월까지 남아 있는 2년의 잔여 임기 동안 박근혜(朴槿惠) 정부를 ‘식물 정부’화하여 대한민국의 국정 전반의 마비 상태가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이다. 태풍(颱風)의 눈은 소위 ‘국회선진화법’의 개정 여부다. 문제의 ‘국회선진화법’은 이번 4.13 총선거전에 돌입하기 전까지 19대 국회의 ‘식물국회’화를 초래했었다.
20대 국회의원 총선거전이 개시된 시점에서의 19대 국회 정당별 의석분포는 재적 298명 가운데 새누리당이 160명, 더불어민주당이 130명, 정의당이 6명, 무소속이 2명이었다. 여당인 새누리당이 재적 과반수인 150명을 10명이나 초과하는 다수당임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의 원내 과반수 의석은 ‘국회선진화법’ 앞에서 무력할 수밖에 없었다. 소위 ‘국회선진화법’은 여야간 쟁점이 되는 주요 의안의 의결을 위해서는 재적 3/5, 즉 180명 이상의 찬성을 의무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180명에서 20명이 빠지는 160명의 의원만으로는, 과반수임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이 어떤 쟁점 의안도 국회라는 관문(關門)을 통과시키는 것이 불가능했고 그 결과 국회는 문자 그대로 ‘식물 국회’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이번에 실시되는 4.13 총선거를 통하여 구성되는 20대 국회가 ‘식물 국회’의 모습을 청산하고 생산적 국회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필요한 것이 문제의 ‘국회선진화법’을 개정하여 ‘재적 3/5’ 의결의 저주(咀呪)로부터 국회를 해방시켜서 의회민주주의의 보편적 규범인 ‘단순 과반수’ 의결로 회귀(回歸)시키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이를 위해서는 이번 총선거를 통하여 ‘국회선진화법’의 개정을 지지하는 180명 이상의 당선자를 확보하는 것이 절대적 과제로 등장하며 결국 이 문제는 유권자들의 몫이 되지 아니 할 수 없게 되었다.
‘국회선진화법’ 개정 문제에 관한 각당의 입장은 새누리당이 이의 개정을 주장하는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반대하고 있으며 이번 총선거전의 개막(開幕)을 전후하여 출사표(出師表)를 던지고 나온 국민의당의 이 문제에 관한 입장은 미처 정리되지 않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새누리당이 이번 총선거에서 180석 이상의 의석을 확보할 수만 있다면 ‘국회선진화법’은 20대 국회 벽두에 무난하게 개정될 수 있다. 19대 국회의 파장(罷場) 무렵 새누리당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의 분당을 초래한 당내 파벌 싸움과 '친노 패권' 세력의 비타협적 노선 및 긴장이 높아지는 한반도 안보 상황의 여파 등의 호재(好材)에 힘입어 한 때 이번 20대 국회 총선거에서의 180석 이상의 의석 확보에 대한 장미 빛 환상(幻想)의 포로가 되었던 것은 사실인 것 같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이 같은 ‘환상’은 ‘친박(親朴)’▪‘비박(非朴)’도 모자라서 생소하기 짝이 없는 ‘진박(眞朴)’▪‘친박(親朴)’ 사이의 ‘공천 파동’을 연출하는 자해극(自害劇)을 통하여 사실상 ‘남가일몽(南柯一夢)’이 되고 말았다.
박두한 투표일을 목전(目前)에 둔 시점에서, 그러나, 유권자들은 20대 국회가 180명의 ‘국회선진화법’ 개정 찬동 의원을 확보하지 못한 채 성립되었을 때 전개될 국정의 난맥상(亂脈相)에 대하여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아니 할 수 없다. 오는 6월 20대 국회 개원 이후의 국내 정국은 야당의 주도 하에 급속하게 1년 반 이후로 박두한 19대 대통령선거 정국으로 전환될 것임에 의문의 여지가 없다. ‘국회선진화법’이 살아 있게 된다면 더불어민주당은 좌고우면(左顧右眄)함이 없이 ‘국회선진화법’으로 국정 운영에 족쇄(足鎖)를 채워서 박근혜 정부를 ‘식물 정부’로 만들어 버림으로써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대선 정국으로 이끌어가려 하리라는데 의문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전국의 유권자들이 이 시점에서 ‘국회선진화법’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느냐는 것이다. 만약, 지금의 어려운 내외 상황 속에서 ‘국회선진화법’의 존치로 인한 향후 2년간의 국정 마비를 감내(堪耐)할 수 없다는 것이 유권자들의 생각이라면 지금이라도 이번 투표에 임하는 입장을 심사숙고(深思熟考)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만약, 많은 유권자들이 ‘국회선진화법’이라는 악법(惡法)을 이번 기회에 정리하는 것이 최우선적인 과제라는데 동의한다면 그들은 가지고 있는 투표권의 행사를 통하여, 지난(至難)해 보이기는 하지만, 아직 '국회선진화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를 남겨두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를 위해서는 아직도 남아 있는 2개의 길이 있다. 그 하나는, 새누리당에 대한 환멸감과 불만감을 일단 접고 180명 이상의 새누리당 소속 당선자를 선출해 내는 것이다. 또 하나는, 역시 어렵기는 하지만, ‘제3의 길’을 표방하는 안철수의 국민의당에게 ‘국회선진화법’ 개정 찬동 당론 채택을 요구하여 이를 관철하는 것이다. 유권자들의 힘으로 난제(難題)를 해결할 실 낱 같은 기회가 살아 있다는 데서 민주주의에 대한 마지막 희망을 걸어 본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