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간신' 발언에 성난 대구시민 "너 때문에 엉망"

정체성 논란을 빚고 새누리당을 탈당한 무소속 유승민 후보(대구 동구을)가 선거 유세에 나서 지지를 호소했지만 성난 대구민심을 실감해야 했다.

"같은 당원으로서 대통령을 돕지는 못할 망정 사사건건 반대말을 하더니, 이제는 무소속으로 출마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는 시민의 비난을 듣게 된 것. 유 후보는 "대통령의 주변에 간신이 있어서 그렇다"고 둘러댔지만, 성난 민심에 오히려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유승민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지난달 31일 대구 동구의 한 전통시장에서 "과거가 아니라 대구의 미래를 보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달라"며 자신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유세 현장에 동원된 유 후보 지지자들은 "유승민"을 외치며 분위기를 한껏 띄웠다. 하지만 유세 현장에 나타난 한 여성이 유 후보에게 거침 없는 쓴소리를 내뱉으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이 여성은 "계속 박근혜 대통령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만들었으면 도와줘야 하는데 안 도와주고 계속 반대말만 하고"라며 "말하는 것은 좋은데 그건 아니잖아요. 제가 생각할 땐 그래요"라고 유 의원을 비판했다. 

이에 유 의원은 "지금 대통령 주변에 간신들만 있어서 그래요"라며 자신은 충신이고 박 대통령의 측근들은 모두 간신인 것처럼 주장했다.

그러자 이 여성은 "아니, 간신들만 있다고 그렇게 말하면 안 되고, 지금 대구가 유승민 의원 한 사람 때문에 엉망이 됐잖아요. 새누리당도 엉망이고"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누리당을 두 쪽으로 갈라 놓은 유 후보가 간신보다 더 나쁜 사람이라는 비판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유 의원은 인정할 수 없다는 듯 "저 때문에요?"라고 반문했다. 

이 시민은 "장보러 나와보니까 흰옷을 입고 있고 있느니 성질난다"며 "박근혜 대통령을 만들었으면 도와줘야지 반하는 소리만 하며 흔들면 되겠는가"라고 유 후보를 거듭 비판했다.  

그러나 유 후보는 "저는 흔든 적이 없습니다. 진정으로 잘 하시라고 그랬습니다"라며 자신은 그저 억울한 희생양이라는 듯한 표정을 지우며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이날 이 여성의 발언은 유승민 후보에 대한 지역 민심을 대표적으로 반영한 내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새누리당 소속 시절 시종일관 대통령과 각을 세우던 유승민 의원이 이제는 무소속 후보로 또 정부여당을 맹비난하자 대구 민심이 들끓고 있다는 것이다. 유승민 후보의 '간신' 발언으로, 유 후보가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앞서 유승민 후보는 지난 2014년 10월 국정감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訪美) 중 중국 경도론과 관련한 보도자료가 일부 잘못 배포된 것과 관련, "이거 누가 하는 것이냐, 청와대 얼라들이 하는 것이냐"며 청와대 관계자들을 맹비난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유 후보는 또 "우리나라에서 최고 전문가가 아닌 양반들이 (대선) 캠프를 구성해 몇 달 동안 뚝딱뚝딱 인수위를 구성하고, 인수위에서 국가전략을 만들고, 5년 후에는 쓰레기통에서 버린다"며 여당 소속 의원이라고는 믿기 힘든 정부 비난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었다.

'지난달 31일 대구 동구의 한 전통시장'

시민 : 계속 박근혜 대통령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만들었으면 도와줘야 하는데 안 도와주고 계속 반대말만 하고. 말하는 것은 좋은데 그건 아니잖아요. 제가 생각할 땐 그래요.

유승민 : 지금 대통령 주변에 간신들만 있어서 그래요.

시민 : 아니, '간신들만 있다'고 그렇게 말하면 안 되고, 지금 대구가 유승민 의원 한 사람 때문에 엉망이 됐잖아요. 새누리당도 엉망이고.

유승민 : 저 때문에요?"

시민 : 장보러 나와보니까 흰옷을 입고 있고 있느니 성질납니다. 박근혜 대통령을 만들었으면 도와줘야지 반하는 소리만 하며 흔들면 되겠습니까.

유승민 : 저는 흔든 적이 없습니다. 진정으로 잘 하시라고 그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