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치의 유치함의 극치를 보여준 4류 코미디
  • 유승민이 뭣이관대?

     
      김무성 ‘옥새 파동’을 보고 느낀 것은
    도대체 유승민이 무엇이관데 온 새누리당과 미디어들이
    자고 깨면 “유승민, 유승민...” 했느냐 하는 의문이다.
    정말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유승민이 뭐가 그렇게 중요하고 대단하고 의미심장한 존재이기에
    그랬느냐는 말이다. 심지어 어떤 여론조사에서는
    그가 '차기'로서도 꽤 인기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아니, 뉘라도 좌우지간 이름만 났다 하면
    대뜸‘대통령 후보 반열에 오르는 것인가?  
     


  •  유승민이 왜 이토록 유명해졌나?
    박근혜 대통령 눈 밖에 났기 때문이다.
    그런 그를 이한구 공관위가 고사(枯死)시키려 했기 때문이다.
    이 측면에선 친박 진영의 '오버'가
    그를 오히려 키워줬다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그래서 유승민은 마치 권력의 '탄압'이라도 받는
    피해자인양 시늉할 수 있었다.
    게다가 그를 제치고 '진박(眞朴)'이란 사람들이
    대거 대구로 몰려온 바람에 대구민심도
    "이렇게 내리꽂기만 하면 되는 거냐?"는 못마땅함을 느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유승민 사태를 오로지 이런 각도에서만 볼 수는 없다.
    양면성이 있기 때문이다.
    유승민 사태가 가진 또 다른 측면은, 그렇다면 유승민은 다 잘했느냐는 물음이다.
    유승민을 포함해 사람은 양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가지고 있다.
    이 기준에선 유승민이 청와대-친박과는 사뭇 다른 말을 하고 다닌 것 자체를 시비하긴 어렵다.

     하지만 유승민은 새누리당의 원내대표였다.
    그런데 그런 유승민이 원내대표 직함을 가지고 국회 연설을 하면서
    자기가 속한 정당의 대통령에 대해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양극화를 지적한 노무현 대통령을 높이 평가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는 왜 출세는 이회창-박근혜 밑에서 하고,
    로얄티(loyalty, 충성)와 일체감은 노무현에게 바쳤나?
    이건 좀, 아니 많이 이상하지 않나?
    노무현 경제정책과 다른 박근혜 경제공약은
    그도 참여해서 기안(起案)했다는 이야기도 있으니, 고개가 더욱 갸우뚱해진다.

     그는 또 여당 사람이면서도 야당 쪽의 '사회적 경제체제법'이라는 걸 발의하는 데 앞장섰다.
    이 법안에 대해 일부 자유주의자들은 "그건 자본주의 경제체제에 배치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그런지 어떤지는 검토해볼 일이지만,
    어쨌든 운동권 활동가들이 이끄는 생활협동조합 운동, 마을 공동체 운동 및 사회적 기업 활동을 지원하는 법안임엔 틀림없다. 지금 이 법의 당부를 논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그럴 양이면 유승민은 처음부터 새누리당보다는 김대중, 노무현 쪽으로 갔어야
    제격이었을 법하다. 그런데도 그가 굳이 '보수우익' 새누리당에 입당한 걸 보면
    아마도 대구에서 당선되자니 그랬던 것 같다.

     정치인이 출세를 하자면 그 정도의 방법론적 2중성 쯤은
    얼마든지 구사할 수 있다고 할 수도 있다. 정치인이란 의례 그런 사람들 아닌가?
    그러나 그가 자신을 출세시켜 준 사람을 향해 화살을 쏜 그 만큼,
    그의 화살을 맞은 사람 역시 그런 그에 대해 응분의 분노를 표할 권리는 있다.
    이건 인과응보의 지극히 자연스러운 이치다. 피장파장인 것이다.
    이래서 유승민은 일방적으로 아무런 까닭도 없이 미움을 받은
    '100% 억울한' 경우는 아니다.

     유승민이 아무리 그렇게 했기로서니 친박 권력이 그를 그토록 따돌리고 왕따 시키고
    추방한 건 너무하지 않았느냐고 한다면 그건 그것대로 말 될 수 있다.
    친박 권력이 유승민에게 약간이라도 여유를 두고 대처했더라면
    유승민이 그렇게 커지지는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유승민이 자신을 안아주고 거느리고 품어주었던 사람의 가슴에 못을 박은 점 역시
    공정한 판단을 위해선 간과되지 말아야 한다.
    재판은 이쪽저쪽 입장을 다 살펴야 하는 것 아닌가?

     또 하나 유념할 것,
    이런 모든 전후사정 여하 간에, 유승민은 처음 언급했듯이,
    온 여권(與圈)과 미디어들이 이토록 난리법석을 떨 만큼,
    그렇게 의미 있는 존재는 전혀 아니고 못된다.

    유승민이 대체 뭔가?
    그가 4. 13 총선의 1등 화제 거리가 된 것 자체가 웃기는 난센스다.
    한국정치의 유치함의 극치를 보여준 4류 코미디다.
    그가 북한 핵-미사일보다 더 중요하고,
    한국경제의 오늘과 내일보다도 더 중요한가?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다.
    창피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김정은 핵-미사일  공갈 앞에서 목숨 걸고 할 이야기, 할 짓이 그렇게도 없었나?

     이한구, 김무성, 친박, 반박, 누가 더 잘하고 잘못했는지 잣대 들이대고 견줘보았자
    국민 귀와 눈엔 도낀 개낀, 도토리 키 재기다. 한심 할 따름이다.

    유승민이 정말 뭣이관데? 
    그런 그가 마치 무슨 큰  저항운동이라도 하는 듯,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 운운 하며
    지금이 무슨 유신시대나 되는 것처럼 말하는 폼을 보자면 실소를 금할 수 없다.
    그럴 양이면 유신, 5공 때 그는 뭘 했나?
    유신 때는 너무 어렸는지 모르나, 신군부 때는 서울대생으로서 비장한 투쟁이라도 했나? 
    그랬다는 이야기 별로 들은 바가 없기에 혹여 묻는 것이다.

    김무성 군(君), 유승민 편들어 주고 만주 벌판에서 독립운동이라도 한 기분인지?
    이한구 군, 모기에 미사일 쏘고 격추도 못 시킨 기분이 어떠한지?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 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