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나라, 이 시대의 미꾸라지들
    혼란 부르는 야바위 놀음을 그쳐라!

    이 덕 기 / 자유기고가

      일반적인 상식과 사회 규범·통념에 맞지 않는 일을 가지고,
    고집을 피우거나 억지를 부리는 경우가 있다.
    더욱이 이런 일을 벌이는데 협잡(挾雜:속임)의 수단을 동원하여
    일을 그럴 듯하게 꾸미려하면 ‘야바위’가 된다.

      “애당초 재계(財界)의 서명운동이란 것이 관제(官製) 서명운동임이 드러났다...
    이승만 대통령과 박정희 대통령 시대에 자주 있었던 관제 데모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엊그제 ‘안경잽이 대권 재수생’(안대재)께서 일갈하셨다.
    요원의 들불처럼 일고 있는 ‘민생 구하기 입법 촉구 1000만 서명 운동’을 일컫는 말이다.

  •   그런데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 ‘그당’이 그 동안 ‘재벌특혜법’이라고 주장하며 처리를 반대했던 ‘기업활력제고특별법’(일명 원샷법)을 수용하겠다고 했단다. 그것도 ‘조건 없이’...
    그 법이 좋은 법인지 악법(惡法)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참으로 속이 뻔이 보이는 짓거리다.
    그럴 거면 뭐 하러 그리 몽니를 부렸나. 그 외에 북한인권법이니 테러방지법이니,
    노동개혁 관련법 등등도 매한가지일 터이다. 

      남한산성(南漢山城) 밑자락 고을에서 벌어지는 일도 참 기가 막힌다.
    그 고을에 3년 이상 살고 있는 청년(만 24세)들에게 ‘청년 배당’이라며
    무조건 연간 50만원에 달하는 상품권을 지급 중이라고 한다.
    “청년들이 자기 계발을 통해 취업 역량을 키울 수 있게 한다”고?
    좋다고 쓰이는 단어들은 다 가져다 붙인 형국이다.
      헌데 이 상품권들이 현금 ‘깡’ 수단으로 쓰인다고...
    포퓰리즘이네, 타당성이 떨어지네 등등의 평가를 떠나 완전 코미디에 지나지 않는다. 
     


  •   이 고을 현감(縣監)과 짝짝꿍을 하고 있는 이 나라 한성(漢城) 판윤(判尹)이 벌인 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 무슨 ‘청년 수당’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젊은이들을 유혹(?)하기로
    해 놓고서는 순수(純粹)한 취지라고 나댄다.
    ‘배당’이나, ‘수당’이나 그저 정신 멀쩡한 청춘들을 룸펜으로 만들기 딱 십상인 줄이야
    알만한 국민들은 다 안다.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던가...
      도대체가 ‘시장 경제 하에서의 공정한 경쟁’, ‘일에 따른 정당한 댓가’ 등
    뭐 이런 통념과는 전혀 별개다. 이걸 그 무슨 ‘진보(進步)’라고 떠들어 대며
    국민들의 인식에 엄청난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한 마디로 속이고 있는 것이다.

      최근 언론에서 흔히 보고 듣는 말이 ‘보육 대란’(保育 大亂)이다.
    누구의 말씀 마따나 “급한 불 끄는데” 누구의 물인지가 중요한가?
    이도 저도 아니고, 몇몇 고을에서 ‘나랏 돈’ 이름이 꼭 붙어야만 된다는 고집을 부리며
    미적거리는 건 무슨 통빡인지 뻔하다.
      지난 선거 때 약속을 빌미로 연유야 어떻든 간에 “국군통수권자라고! 에잇 엿이나 먹어봐라!”에 다름 아니다. 이 나라 국개(國개:나라를 물어뜯는 강아지)를 뽑는 선거도 며칠 남지 않았다.
      이와 함께, 조정(朝廷)에서 창업과 서비스업 활성화 등 경제에 활력을 주기 위한 대책을 내놔도 지방의 감사(監司)나 현감(縣監)들이 발목을 잡는 일이 적지 않다는 얘기마저 종종 들린다.

      과거 봉건시절, 지방에서 온갖 부정부패와 비리를 저지르면서도 백성(百姓)들의 불만을
    자극하여 이를 조정(朝廷)에 전가시키려했던 토호(土豪)세력과 탐관오리(貪官汚吏)의 행태를
    21세기에 보는 듯 싶다.


  •  
    ‘뿔뿔이 민주주의’에 편승하여 이런 유(類)의 일들이 수시로 벌어진다.
    개인이 하면 이야말로 ‘야바위’다. 하지만 이른바 선출직(選出職)이라는 감투들이
    거리낌 없이 이런 일들을 벌리며 유세(有勢)를 떤다.
    그 감투를 교묘하게 이용해서 말이다.
    그러하니 살림살이 팍팍하여 자세히 따져보거나 들여다보기 어려운
    국민들은 무척이나 혼란스럽다.

      더군다나 그 ‘야바위’ 놀음이 ‘그당’과 긴밀한 소통(?)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이다. 꼭 가시적으로 모여 앉아서 지시·협의를 해야지만 소통인가,
    이심전심(以心傳心)이면 되지... 
     


  •   지난 1973년 초 북녘의 ‘천출맹장(賤出盲腸)’은 대남공작 간부와 공작원들에게
    “물이 맑을 때는 그 속에 있는 고기가 다 보이지만, 물이 흐리면 어디에 무슨 고기가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으므로, 미꾸라지가 물을 흐려놓듯이 공작원들은 남조선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는 공작을 우선 한 후, 본격적인 공작활동을 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고 한다.
    이름하야 ‘미꾸라지 전술’이다.
    그 ‘본격적인 공작활동’이 반역(叛逆)과 적화(赤化) 책동이라고 말하는 건 사족(蛇足)일 뿐이다. 

      북녘에서 남파(南派)된 공작원이나, 그들에게 포섭된 세작(細作)·오열(五列)들이나
    할 짓을 서슴지 않는 감투들이 너무 많다.
    헌데 그 감투, 국민들이 씌어줬다고 깝친다. 서글픈 코미디다.

      논(畓)의 미꾸라지는 추어탕 재료라도 되지,
    감투 쓴 작금의 ‘야바위’ 미꾸라지들은 어디다 쓸꼬?                                           
    <더   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