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전 정무부시장, 은평 출마 위해 사임… 이튿날 박원순 은평 방문
  • ▲ 박원순 서울시장을 바라보는 임종석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 뉴데일리DB
    ▲ 박원순 서울시장을 바라보는 임종석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 뉴데일리DB

    내년 4월 총선에서 서울 은평 출마를 선언한 임종석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이임식을 가진 바로 다음날, 박원순 서울시장이 ‘민생현장 점검’을 위해 은평구 서민 밀집지역을 방문하면서, 사실상 사전 선거운동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23일 “박원순 시장이 노숙인과 쪽방촌 주민 등 서울역 인근 의료취약계층과 은평구 산골마을 주민들을 차례로 방문했다”며 “오후 3시쯤부터는 에너지자립마을 중 하나인 은평구 산골마을을 찾아, 에너지 취약 가구를 위한 출입문과 창호교체, LED 전구 교체 작업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박 시장의 민생현장 탐방에 대해, 연말을 맞아 취약계층의 삶을 챙기기 위한 행보라고 설명했지만, 그의 발걸음에 정치적 계산이 담겨 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임종석 전 부시장이 은평 출마를 위해 사퇴한 바로 다음날, 박원순 시장이 은평 산골마을을 방문하면서, 이런 분석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앞서 임종석 전 정무부시장은 22일 내년 총선 서울 은평 을 출마를 위해 사임했다. 임종석 전 부시장은 내년 1월 초 거주지도 은평뉴타운으로 이전할 예정이다.

    임종석 전 부시장은 이임식 당일 기자들과 만나 "서울의 여러 권역별 발전계획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은평 지역은 종합발전대책이 필요하다"며 "박원순 시장과 함께 서울시에서 쌓은 경험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은평 주민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이 자리에서 "분열을 조장하는 말과 행동이 야당 지지율을 떨어트리는 원인이 되고 있지만, 박원순 시장은 통합형 정치인“이라며 박 시장을 추켜세웠다.

    임종석 전 부시장의 이날 발언은 사실상의 총선 출마선언이나 다름이 없다. 특히 임 전 부시장은 다가올 총선에서 박원순 시장과의 인연을 적극적으로 부각하겠다는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임종석 전 부시장이 20대 총선 서울 은평 출마를 위해 출사표를 던진 바로 다음날, 박 시장이 같은 지역을 방문한 사실은,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대목이다.

    임 전 부시장이 출마를 선언한 은평 지역은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의 텃밭으로, 야권 입장에서 본다면 공략이 쉽지 않은 ‘험지’다.

    임 전 부시장이 이재오 의원을 꺾고 이 지역에서 국회 입성이란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이재오 의원 못지않은 지명도와 존재감을 가진 중량급 인사의 지원이 절실하다.

    이런 사정을 고려한다면, 임종석 전 부시장에게 박원순 시장의 은평지역 방문은 호재임에 틀림이 없다.

    임 전 부시장은 박원순 시장이 은평지역의 서민 밀집지역을 방문한 것만으로도, 이른바 ‘컨벤션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박원순 시장의 민생현장 방문이 눈길을 끄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 ▲ 임종석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임종석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한양대 총학생회장으로 전대협 3기 의장을 지낸 임 전 부시장은, 1989년 북한이 개최한 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에 당시 대학생이었던 임수경 새정치연합 의원을 보냈다. 이 사건으로 임 전 부시장은 3년6개월을 복역한 뒤 1993년 5월 출소했다.

    이후 16ㆍ17대 총선에서 당선돼 열린우리당 대변인, 원내 부대표 등을 역임했다.

    2002년 17대 대선에서는 노무현 후보 캠프 선거대책위 국민참여운동본부 사무총장을 맡았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는 박원순 시장 선거캠프 총괄본부장을 지냈다. 박 시장이 당선된 뒤에는 정무부시장에 임명돼 지근거리에서 박 시장을 보좌해왔다.

    그는 박원순 시장 아들 주신씨 병역비리의혹이 다시 불거지자, 지난 9월 2일 긴급 기자회견을 자처해, 관련 내용을 보도한 MBC 경영진과 편집데스크, 담당기자 등을 상대로 형사 고소는 물론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도 하겠다며 ‘엄포’를 놓기도 했다.

    박원순 시장의 은평 방문이 관심을 모으면서, 지난 5월 박 시장이 임종석 전 부시장의 총선 출마와 관련돼 꺼낸 발언이 다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당시 한 시민단체는 “서울시가 세월호 불법 천막 설치를 지원한 것은 직무유기”라며, 박원순 시장 등을 경찰에 고발했다. 임 전 부시장은 박 시장을 대신해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박원순 시장은 5월27일 기자간담회에서, 임종석 전 부시장이 경찰 조사를 받은 사실을 언급하면서, “우리 임종석 부시장 구속하라고 그래라. 구속하면 이 양반, 다음 총선에서 틀림없이 당선된다. 나도 자동으로”라고 말해 물의를 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