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동안 찍어준 더민주 의원, 지역 발전·환경개선에 무관심했다” 비판론도
  • ▲ 총선을 일주일 앞둔 여야의 발걸음이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일 여야 대표의 유세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총선을 일주일 앞둔 여야의 발걸음이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일 여야 대표의 유세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총선을 일주일 앞둔 6일, 전국 곳곳에서는 여야 3당 후보들 간의 경쟁이 치열하다. 새누리당은 안보 문제, 더불어민주당은 경제 침체, 국민의당은 “1번, 2번 모두 안 된다”는 주장을 내세우며 유세를 벌이고 있다.

    언론 보도와 밑바닥 민심을 훑다보면, 4월 13일 총선의 가장 큰 특징은 유권자들의 무관심과 냉소, 지지 후보와 지지 정당을 달리 하겠다는 의식 등을 꼽을 수 있어 보인다. 특히 여야를 막론하고 후보 공천을 둘러싸고 일어났던 잡음은 ‘지역 일꾼’을 바라는 유권자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준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서 서민층이 밀집 거주하고 있다는 은평 갑 지역 또한 이런 유권자들이 많은 곳 중 하나다. 현재 은평 갑에서는 최홍재 새누리당 후보,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후보, 김신호 국민의당 후보, 최승현 노동당 후보 등이 눈에 띤다.

    이 가운데 박주민 더불어 후보는 ‘세월호’와 관련해 활동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민변)’ 소속 변호사로 알려져 있다. 5선이었던 이미경 의원이 ‘컷오프’를 당한 뒤 전략공천을 받아서 왔다고 한다. 김신호 국민의당 후보는 서울시 의원 출신 정치인이다. 

    뉴데일리는 6일 은평 갑 후보들 가운데 최홍재 새누리당 후보와 짤막한 인터뷰를 가졌다. 새누리당 중앙의 유세 지원이 부족한 상황 때문인지 후보와 선거 사무원들은 정신없어 보였다.

  • ▲ 6일 은평구 응암동 선거 사무소에서 만난 최홍재 새누리당 후보. ⓒ정재훈 뉴데일리 기자
    ▲ 6일 은평구 응암동 선거 사무소에서 만난 최홍재 새누리당 후보. ⓒ정재훈 뉴데일리 기자

    은평구 응암동 서부병원 인근에 있는 선거 사무소에서 만난 최홍재 새누리당 후보는 “은평구에서 22년 넘게 살고 있는 주민으로서 이번에는 뭔가를 바꾸기 위해 출마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공천 과정에서 ‘컷오프’ 된 이미경 의원은 이 지역에서만 3선을 했다. 2004년 열린우리당 시절에 처음 은평 갑에서 출마한 뒤 2008년, 2012년 총선에서 모두 당선됐다. 최홍재 새누리당 후보는 “지난 12년 동안 주민들은 이미경 의원을 뽑아줬는데, 그가 지역구 발전을 위해 뭘 했는지 궁금하다며 섭섭한 마음을 가진 주민들이 많다”고 귀뜸했다.

    참고로 신사동, 응암동, 녹번동, 역촌동, 증산동, 수색동이 포함된 은평 갑 지역은 서울에서 전형적인 ‘베드타운’으로 작은 면적에도 불구하고 인구는 25만 명이나 되는 곳이다. 은평구 전체 인구는 50만 명이다. 하지만 지역 내에는 주민들을 위한 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관공서도 서부세무서가 서대문구로 이전하면서 이제 남은 것은 은평구청뿐이라고 한다. 대형마트는 이마트 한 곳이며, 예식장은 단 한 곳도 없다고 한다. 이름을 알 만한 기업도 없다고. 아이나 가족들과 함께 산책을 할 만한 곳도 불광천 한 곳이라고 한다. 이러다보니 주민들은 일상생활에 필요한 부분을 해결하려면 다른 구로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주민들의 집이 “잠만 자는 곳”으로 변해버렸다는 지적이었다. 

    최홍재 새누리당 후보는 은평 갑 지역이 서울에서 유독 낙후된 곳으로 남은 이유로 정치권의 무관심을 꼽았다. 각 지역 국회의원은 지방의 현실을 잘 모를 수밖에 없는 중앙 정부와의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해줄 필요가 있는데, 지난 20년 동안 이 지역 의원들이 ‘필요한 활동’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최홍재 새누리당 후보는 “현재 은평구의 재정 자립도는 23% 내외에 불과하다”면서 “재정 자립도를 높이려면, 유망 기업이 있거나 비즈니스가 활발히 이뤄져야 하는데, 그럴 만한 곳이 없으므로, 일단 지역 환경을 개선하려면 중앙 정부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 ▲ 최홍재 새누리당 은평 갑 후보는 은평구의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 지원이라는 '마중물'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정재훈 뉴데일리 기자
    ▲ 최홍재 새누리당 은평 갑 후보는 은평구의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 지원이라는 '마중물'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정재훈 뉴데일리 기자

    최홍재 새누리당 후보는 “현 상황에서 은평 갑 지역의 환경을 개선하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면서 “하나는 주민들 스스로가 개선해 보려는 의지, 즉 내적인 힘을 갖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정부 재정 지원과 같은 외적인 힘을 끌어들일 수 있는 능력”이라고 주장했다.

    최홍재 새누리당 후보는 “저는 국민대통합위원회 단장으로 일하면서, 국토교통부 등 지역 개발을 돕는 중앙 부처 관계자들과의 많은 협업을 한 덕분에 여전히 정부와 소통이 잘 되고, 22년 동안 은평구에 살면서 봉사활동 등으로 주민들과 깊은 스킨쉽을 맺어 왔다”면서 “이제는 은평구가 바뀌어야 하고, 바꿀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정부 입장에서는 돌봐야 할 곳이 많다보니 공무원들이 모든 지자체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한 수준”이라면서 “지역 사정을 잘 아는 사람들이 관련 부처 관계자에게 꾸준히 호소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홍재 새누리당 후보는 중앙 정부로부터 지역 발전을 위한 재정을 끌어오기 위해서는 ‘실현 가능한 계획’이 필요하다며 몇 가지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풀었다. 먼저 ‘서울혁신파크’ 부지의 개발 문제였다.

    10만㎡(약 3만 3,000평)에 이르는 舊국립보건원 부지는 은평구 불광역 인근에 있다. 과거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서울시는 이 부지를 ‘MICE 복합센터’로 개발한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40층 규모의 오피스 빌딩과 컨벤션 센터 등을 지어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복합센터 내에는 노인문화공간, 어린이 문화교육공간을 수용해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었다. 뒤편의 남는 부지에는 임대주택을 짓는다는 구상도 있었다.

    하지만 2011년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박원순이 당선된 뒤 舊국립보건원 개발 계획은 취소되고, 기존 건물을 재활용해 ‘서울혁신파크’로 변신했다. 현재 ‘서울혁신파크’에는 특수임무수행유공자회와 함께 민노총, 마을공동체지원센터, 인생이모작지원센터 등이 들어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은평구 주민들은 특수임무유공자회를 제외하고는 ‘자칭 시민사회단체’에게 이 거대한 부지를 제공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비판하고 있다.

    지역 매체들에 따르면, 은평구 주민들은 오세훈 시장 시절 세웠던 ‘MICE 복합센터’ 개발계획을 되살리거나 이전을 추진 중인 서울시립대를 해당 부지로 유치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서울시와 박원순 시장은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지역 주민들의 불만이다.

    최홍재 새누리당 후보는 이런 갈등을 빚고 있는 舊국립보건원 부지에 MICE 복합센터를 개발함과 동시에, 이제는 수요가 없어진 임대주택 건설용 부지에다 박원순 시장이 지원하는 ‘서울혁신파크’를 만드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대안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은평구청과 주민들, 서울시와 정부 등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도록 만들겠다고 밝혔다.

  • ▲ 은평 지역에서 길거리 유세 중인 최홍재 새누리당 후보. ⓒ최홍재 후보 선거사무소 제공
    ▲ 은평 지역에서 길거리 유세 중인 최홍재 새누리당 후보. ⓒ최홍재 후보 선거사무소 제공

    다른 계획은 은평구 주민 대부분이 겪고 있는 주차단속 문제 유연성 강화와 재래시장 환경 개선이었다. 현재 은평구에서는 보통 낮에는 잠깐 동안의 도로 주차를 허용하고, 오후 8시 이후에는 불법주차 단속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문제는 구청의 불법주차 단속 시간이 오후 6시부터 8시 사이, 즉 저녁 식사 시간이다 보니 주민들과 이 지역에서 활동하는 영세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심하다고 한다. 최홍재 새누리당 후보는 당선되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청 측과 함께 고민하겠다고 한다.

    최홍재 새누리당 후보는 재래시장 활성화 문제 또한 주차와 관련있다고 봤다. 그는 “지금은 재래시장들도 마트처럼 위생환경 등을 바꿔 가고 있고, 이를 위한 정부 지원도 있어 예전보다 깨끗하고 편리하다”면서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주차 공간이 없으니까 사람들이 잘 안 찾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은평구 지역에는 대형 마트가 단 한 곳뿐이다. 반면 재래시장은 녹번시장, 신응암시장, 대림시장, 증산시장, 수일시장 등이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많은 주민들이 마트로 가려는 이유는 바로 주차 문제 탓이라고 봤다. 과거처럼 매일 장을 보러가지 않고 1~2주에 한 번 씩 장을 보는 사람들이 많아진 현실에서 주차장이 없으면, 시장에 장을 보러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최홍재 새누리당 후보는 “국회의원이 구청장은 아니다”라면서도 “하지만 지역 주민들의 이야기를 대변하는 것과 국가발전에 이바지 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반반으로 조합이 되어야 한다”며 “현재 지역 주민들은 ‘예전 국회의원들은 대체 뭘 했냐’는 의문을 갖고 있다”며 지역구 의원이라면 유권자에 대한 의무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홍재 후보 선거 사무소 관계자들이 전하는 말도 비슷했다. 비좁은 골목길에다 이상하게 정해진 일방통행, 울퉁불퉁한 도로 노면, 부족한 녹지면적 등 생활환경을 개선하려면 중앙 정부의 재정지원이 필수적인 상황인데, 과거 국회의원은 12년 동안 여당에 있으면서도 왜 지역구의 숙원사업에 무관심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불평이 돌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지역 자영업자들의 체감 불경기에 대해서도 지난 국회의원은 뭐 했냐는 불평이 나온다고 전했다.

    최홍재 새누리당 후보는 “추상적으로 들릴지 모르겠다”고 전제한 뒤 “국회에 입성하게 되면 소신 정치, 원칙과 기준에 근거한 정책, 그리고 정책적 일관성을 지키는 의원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여당 때에는 찬성하다 야당이 되면 반대하는 등의 행태, 당 고위층이나 정권 차원이 시키는 대로 ‘지역구’를 희생한다거나, 소신 없이 자신의 이익만 챙기는 사람이 되지 않겠다는 다짐이었다. 변화가 필요하다면 자신에게 표를 준 유권자들에게 명분과 이유에 대해 정확하게 설명하겠다는 약속도 곁들였다.

  • ▲ 서울 은평 갑 지역구의 지도. ⓒ정재훈 뉴데일리 기자-최홍재 후보 선거사무소 제공
    ▲ 서울 은평 갑 지역구의 지도. ⓒ정재훈 뉴데일리 기자-최홍재 후보 선거사무소 제공

    최홍재 새누리당 후보는 이와 함께 “은평구를 유라시아 대륙철도의 시작점으로 만들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통일에 대한 구체적인 대비책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는 은평 갑 지역구에 있는 수색역이 서울역을 거치는 열차들의 정비창이자 종착역이며, 규모도 가장 크다는 점에 착안한 아이디어라고 밝혔다.

    그는 “열차가 서울에서 출발한다면, 호남선은 영등포가 출발점, 영동선은 용산, 청량리가 출발점이듯 대륙철도는 수색역을 출발점으로 만들겠다”면서 “이 또한 구체적인 통일 준비”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통일에 대비한 법령 준비, 북한 주민들과의 유대관계 강화를 위한 작업, 국제사회를 설득하는 일도 함께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최홍재 새누리당 후보는 끝으로 자신이 당선되면 은평구를 “아이들이 뛰어놀기 좋고, 서민들이 살기 좋고 편한 동네로 만들고 싶다”고 털어놨다. 그는 “다른 후보들과 나의 재산신고 상황을 비교해 보라”며 “나 또한 서민이다. 서민이 살기 편한 동네로 바꿔놓고 싶다”고 말했다.

    아이들을 키우기 좋고, 서민들이 살기 편한 동네로 만들려면 지역 경제를 활기차게 만드는 게 전제라는 주장이었다.

    최홍재 새누리당 후보와의 인터뷰를 마친 뒤 선거 사무소 관계자, 지역 주민들과도 이야기를 나눴다. 일부 언론이 실시하는 여론 조사보다 밑바닥 민심을 더 잘 알 수 있어서다.

  • ▲ 지역 유세 중인 최홍재 은평 갑 새누리당 후보. ⓒ정재훈 뉴데일리 기자-최홍재 후보 선거사무소 제공
    ▲ 지역 유세 중인 최홍재 은평 갑 새누리당 후보. ⓒ정재훈 뉴데일리 기자-최홍재 후보 선거사무소 제공

    이들은 최홍재 새누리당 후보에 맞서는 야당 후보들에 대해 일침을 놓았다. ‘세월호 사건 변호사’로 알려진 민변 출신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향해서는 “세월호 내세울 거면 안산에 가지 여기는 왜 왔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은평 갑 지역에서 살아본 적도, 주민들과 스킨쉽을 가진 적도 없는 사람이 ‘세월호’ 하나 팔아서 국회의원 하려는 것이냐는 비판도 나왔다.

    김신호 국민의당 후보에 대해서는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서울시 의원도 한 차례 역임했고, 은평 갑 지역에 35년이나 거주했던, 지역 밀착형 정치인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때문인지 최근 지지율이 조금씩 상승하는 추세라고 한다.

    하지만 김신호 국민의당 후보가 선거 사무소 벽면에 내건 플래카드의 문구는 좀 생소했다. “中알리바바 마윈의 자본을 은평구로 끌어 오겠다”는 것이었다. ‘중국통’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됐지만, 현재 우리 국민들이 중국에 대해 갖고 있는 반감을 고려하면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도 있어 보였다.

    최홍재 새누리당 후보 진영의 고민은 후보 개인의 지지율이 아닌 당 지지도 문제. 선거 사무소 관계자들은 2012년 대선 당시에는 야당에 10% 이상 뒤지는 지역이었던 은평 갑 지역에서 새누리당에 대한 지지도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