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호ⓒ공식 포스터
    ▲ 대호ⓒ공식 포스터
    올 연말 최고 화제 영화 '대호'은 150억원의 제작비와 명배우 최민식, 그리고 '혈투' '신세계'를 연출한 박훈정 감독이 만난 영화다. '대호'에서 등장하는 조선 호랑이는 CG로 이루어져 있음에도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섬세하게 살아났다. 또 고뇌에 찬 최민식의 열연은 눈이 부실 정도로 빛을 발한다.

    그렇지만 관객들이 쉽게 몰입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대호'는 일제강점기인 1925년 조선을 배경으로 조선 마지막 호랑이 대호와 호랑이 포수 만덕(최민식 분)의 이야기를 그렸다. 당시 일제는 조선에서 수많은 자원과 인력을 착취해 갔고 호랑이도 예외는 아니었다. '대호'는 이런 시대적인 아픔이 배경이다.

    조선 최고의 명포수지만 어떤 사건을 계기로 사냥을 하지 않는 만덕은 자신의 아들 석(성유빈 분)과 조용한 나날을 보낸다. 하지만 조선 최고의 전리품인 호랑이 가죽을 모으는 일본 고관 마에노조(오스기 렌)가 대호의 가죽을 얻기 위해 조선인 출신 일본군 장교 류(정석원)을 다그치며 갈등이 시작된다.

    류는 만덕을 이용해 대호를 잡으려 하지만 쉽지 않고, 여기에 구경(정만식)은 자신의 개인적인 복수와 류의 지시로 대호를 잡으려 한다. 이 상황에서 영화 '대호'는 너무나 무겁기만 하다. 재미와 흥겨움이 넘치는 연말 분위기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물론 박훈정 감독은 '대호'를 통해 지금은 사라져 버린 존재들을 바라보며 그들의 삶의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 실제로 그는 공개 석상에서 이 영화를 보고 관객들이 '자신이 잃어버린 것들'에 관하여 묵상할 계기를 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 ▲ 대호ⓒNEW
    ▲ 대호ⓒNEW
    이 같은 박훈정 감독의 의도가 통해서일까? 최민식의 연기도 그만큼 깊이를 더했다. 최민식은 아들에 대한 사랑과 자연에 대한 예의를 갖춘 만덕으로 분해 '대호'를 139분 동안 책임졌다. 대단한 연기였다.

    또 대호의 CG는 그 걸음걸이와 나무 사이로 빛나는 눈빛, 일본군을 향한 잔인한 본능까지 완벽하게 '조선의 산군'을 표현했다. 이 같은 요소가 만나 '대호'는 묵직하고 강하게 마음 속으로 스며들어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다.

    그러나 요즘 영화들은 호흡이 빠르고 거침없다. 그에 비해 '대호'는 다소 느리고 길다. 과연 관람객들은 박진감보다 묵직한 고민을 선호할까?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대호'가 산뜻한 연말을 즐기려는 젊은이들에게 얼마나 받아들여질지 그 결과가 궁금해진다. 오는 16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