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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히말라야’(감독 이석훈)에서 배우 황정민은 엄홍길 대장 그 자체이자 이상적인 리더를 보여준다. 그의 인간미 넘치는 진두지휘가 있었기 때문에 휴먼원정대의 결성도, 故 박무택 대원의 시신 찾기도 가능했다. ‘남들이 차린 밥상에 숟가락을 얹었을 뿐’이라 언급한 바 있는 황정민은 이 영화에서 대원들에게 숟가락을 쥐어주며 따뜻한 격려 한 스푼을 전한다. 


    ‘히말라야’는 해발 8,750m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데스존에서 목숨을 잃은 故 박무택 대원(정우)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어떠한 명예도, 보상도 없이 엄홍길 대장(황정민)과 휴먼원정대가 목숨까지 걸고 나서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 과정에 선 인물들은 그리도 많은 이들이 에베레스트를 ‘정복’하는 길에 오로지 동료의 주검을 찾는 것을 최고의 목표로 삼는다. 이와 함께 대원들은 극한의 상황 속에서 고통을 나누고 최악의 경우에도 절대 손을 놓지 않는 모습으로 좌절을 극복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렇게 산 아래 또 다른 가족이었던 엄홍길과 원정대의 가슴 뜨거운 동료애가 관객들에게도 전달돼 눈시울을 붉히게 만든다. 이토록 관객들까지 원정대의 일원으로 동화시키는 데에는 황정민의 충실한 리더십의 면모가 제대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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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중들 사이에 우스갯소리로 ‘술톤’이라 불리는 붉은 빛 그의 얼굴은 수차례의 등산으로 탄 듯 보이는 효과를 불러일으키며 구수한 매력을 전달하는 데 일조한다. 일단 외모부터 친근함으로 다가오는 황정민은 연기에 있어서도 옆 집 아저씨 같은 친숙함을 드러내고 있다. 


    기존 배우들이 ‘카리스마 있는 리더’에 치중한 나머지 경직된 연기를 선보였던 데에 반해 황정민은 그다지 힘을 주지 않았지만, 그 와중에도 중요한 순간에는 폭발할 줄 아는 무게감을 지니고 있다. 아주 살갑지는 않아도 항상 산과 대원들을 생각하며 그들을 지키는 엄홍길을 표현한 것. 어쩌면 그러한 면모가 ‘산’과 닮아 있기도 하다. 흥미로운 것이, 이 점이 무심한 듯 시크한 남자의 매력으로 뿜어져 나오기도 해 알게 모르게 여성 관객들의 마음을 훔치는 결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너는 내 운명’(감독 박진표)과 ‘남자가 사랑할 때’(감독 한동욱)에서는 한 여자만 바라본 순진한 시골총각 이었고, ‘국제시장’(감독 윤제균)에서는 자신의 가족을 위해 한 평생을 바친 그였다. 이번에는 히말라야 휴먼원정 대원들을 통솔하지만, 그들로부터 용기를 얻는 이면도 크다는 점이 그간의 황정민 연기와는 또 다르다. 그래서 더욱 인간적이다. 


    ‘히말라야’를 보면 황정민 외에 엄홍길로 분할 배우는 감히 떠오르지 않을 정도다. 그의 수더분하고 모나지 않은 성격이 산을 좋아하는 이들과 닮아있기 때문일 터다. ‘조용한 카리스마’라는 단어와 가장 잘 부합하는 배우인 황정민을 보며, 어쩌면 우리는 지금 시대에 이 같은 리더를 가장 갈망하는 지도 모르겠다. 16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