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인간이 생각하는 것 이상의 거대한 힘을 가지고 있다. 자연이 주는 위압감과 힘에 인간은 언제나 한계에 부딫힌다. 그러나 인간이 전할 수 있는 휴머니즘은 자연의 위대함에 필적할만하다.
영화 '히말라야(감독 이석훈)'는 달콤한 성공신화도, 심금을 울리는 남녀간의 멜로도 없지만 관객들의 눈물을 흘리게 하는 진실된 무언가가 있다. 평범한(물론 일반인들보다는 특별한) 사람들이 위대한 자연 앞에서 내뿜는 인간에 대한 예의는 영화의 주된 감동 포인트다.
'히말라야'는 보기만해도 온 몸이 차가워지는 듯한 강한 바람과 눈보라 속을 나아가는 엄홍길(황정민 분) 대장과 원정대원들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하얀 눈으로 뒤덮인 산은 자신에게 도전하는 인간들에 대한 분노를 거침없이 쏟아내며 위압감을 나타낸다.
엄홍길은 조난당한 산악원정대를 구조하는 과정에서 패기 넘치는 원정대원 박무택(정우 분)과 마주친다.
엄홍길은 산에 대한 진지한 생각과 이해가 결여된 체 젊음만 믿고 무모하게 산악원정에 도전하는 박무택을 곱게 볼리 만무하다.
이후 시간이 흘러 엄홍길은 칸첸중가 원정에 나서고 박무택은 엄홍길의 원정대에 합류한다.
첫 인상은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박무택은 엄홍길의 원정대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그는 엄홍길과 함께 여러 산의 정상을 정복한다.
세계 최초 16좌 정상 등반이라는 대기록을 앞두고 있던 엄홍길은 서서히 산을 내려올 준비를 하고 어느 덧 엄홍길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거물 산악인이 된 박무택은 산을 내려오려는 엄홍길을 이해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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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말라야'ⓒCJ 엔터테인먼트 제공
엄홍길은 자신의 바람과는 다르게 뜻하지 않은 상황에서 산을 다시 오른다. 자신이 가장 아꼈던 박무택이 산에서 조난을 당해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결국 엄홍길은 기록도, 명예도, 보상도 없는 길고 긴 여정에 옛 동료들과 박무택을 만나러 간다.
영화는 자연의 거대한 힘마저 극복할 수 있는 고구한 인간애에 포커스를 맞춘다. 엄홍길은 더 이상 자신의 성공과 명예를 위해 산에 오르지 않는다.
그저 산이 잠시 허락해줘서 그 자리에 앉은 것이라고 나지막이 내뱉을 뿐이다. 그런 그가 위험을 무릅쓰고 산에 오르는 이유는 자연에 대한 존경심을 넘어선 한 사람의 생에 대한 존경심과 사랑이 있기에 가능했다.
'히말라야'는 자연과 싸워서 이겨내는 영웅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자연을 두려워하는 마음 속에서도 오직 동료를 구하러 가기 위해 의기투합한 그들의 이야기는 억지로 감동이 아닌 순수하고 따뜻한 인간애를 통해 관객들에게 진중한 메시지를 던진다.
영화에서 엄홍길은 산악역사에 길이남을 위대한 산악인이 아니다. 자연 앞에 겸손하고, 사람을 좋아하는 정감 넘치는 인물이다. 그와 함께하는 동료들 또한 대가를 바라고 나선 것이 아닌 오직 뜨거운 인간애로 뭉친 깨끗한 영혼들이다.
누군가의 영웅에 대한 정의는 악당과 싸우고 지구를 지키는 액션 히어로들일 수 있다.하지만 그런 영웅들은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진정한 영웅들은 화려하지 않지만 마음속 깊은 인간애를 가지고 있는 우리 주변의 흔한 이웃일수도 있다.
히말라야 원정대가 보여주는 가슴찡한 울림이 그 어떤 슈퍼히어로의 모습보다 위대하게 느껴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