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發 정계개편’ 시작됐나?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이 13일 "당을 떠난다"고 선언했다.
야당 비주류 주요 인물들이 드디어 분당 쪽으로 발걸음을 내딛은 셈이다.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친노(親盧)-486 운동권은 이른바 '민족해방 민중민주주의' 변혁세력이고,
안철수 등 비노(非盧)는 그 역시 진보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친노-486 골수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다소 중도적이다.
따라서 친노와 비노가 화학적으로 한 몸, 한 마음이 되는 것은
애초부터 잘 안 될 일이었다.
친노-486 같은 배타적 이념세력의 경우,
다른 보다 온건한 분파(分派)에 노선을 양보하거나,
당권을 양보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들에게 있어 안철수 같은 부류는
일시적인 이용 대상일 뿐 '동지'가 아니다.
김영삼 김대중 정권도 한 시절 써먹은
'숙주(宿主)'요 '발판'이었을 뿐이다.
비주류는 이걸 알면서도, 또는 일부는 그걸 모르면서 그들과 함께 같은 당(黨)을 해왔다.
그러나 그 비주류가 이제는 친노-486 운동권과는 도저히 '한 지붕, 한 식구'로 살 수 없다는 것을 발견하기에 이른 것이다.
안철수 의원은 기자회견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번번이 양보하면서 당 안에서 새민련의 기득권화를 막으려 했으나
안주(安住) 세력이 너무 강해 그렇게 하지 못하고 당을 떠나
국민의 삶을 돌보는 정치를 위한 새 세력을 만들겠다”
한 마디로 친노-486 운동권과 결별하고 새 야당을 창당하겠다는 선언이었다.
그러나 앞으로 어떤 노선을 지향하겠다는 것인지를 더 구체적으로 내보여야 한다.
그 동안 친노-486 운동권은 전통야당 안으로 기어들어와
그것을 숙주로 삼아 연명하고 보호받고 성장하고 출세했으면서도
결국은 당초 의도했던 대로 그 숙주를 차버리고 ‘열린우리당’을 창당해
야권(野圈)의 새 주류로 올라섰다.
전형적인 운동권적 권모술수, 꼼수 정치였다.
그 후 그들은 통진당과 연대해
‘기성체제 안에서 기성체제의 도구를 이용해 기성체제를 뒤집으려는’
변혁전략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몇 차례 선거에서 패배하면서 그들은 민심으로부터 멀어졌다.
특히 “우리가 속았다”라고 하는 호남민심이 대거 이탈하면서
문재인을 내세운 친노-486 세력은 고립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안철수 의원은 문재인-친노-박원순-486 운동권에
여러 번 이용도 당하고 배신도 당하다가
마침내 ‘올드 레프트(구시대 좌익)’의 문제점을 절감했던 것 같다.
그렇다면 안철수 의원의 탈당선언이 촉발한 야권 재편의 기조(基調)는 당연히
토니 블레어 당수 때의 영국 노동당의 ‘우(右) 클릭한 중도’ 모델을 참작해야 할 것이다.
야권의 분활과 재편은 여권의 개편 가능성도 내다볼 수 있게 할 것이다.
새누리당 안에는 “저 사람이 왜 여당을 하나?” 하고 의심하게 만드는
이념적 불투명 요소들이 꽤 많다.
이들은 만약 공천에서 떨어지기라도 하면 기회가 생길 경우 어디로든 뛰어갈 사람들이다.
적당한 명분을 부쳐서...
이런 걸름 과정을 거쳐 새누리당도 일관된 노선과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
지금의 새누리당은 노선의 기준이 서있지 않은
'무(無)소신-웰빙-기회주의' 집단이라는 평을 면하기 어렵다.
이런 모든 움직임들의 성적표는 결국 내년 4월 총선으로 판가름 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유권자들의 몫이다.
안철수 의원 뿐 아니라 여, 야의 모든 정치하는 사람들은
이 국민적 선택 앞에서 겸손해야 할 것이다.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 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