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드베데프 “20세기에 이런 상황 발생했다면 어떤 조치를 취했을까…전쟁 났을 것” 반문
  • ▲ 지난 9일(현지시간) 러시아 주요 방송사와 국정 결산 기자회견을 가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 ⓒ러시아 투데이 유튜브 영상 캡쳐
    ▲ 지난 9일(현지시간) 러시아 주요 방송사와 국정 결산 기자회견을 가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 ⓒ러시아 투데이 유튜브 영상 캡쳐

    지난 11월 24일(현지시간) 터키 공군의 F-16C 전투기가 대쉬(ISIS) 공습작전 중이던 러시아 Su-24 공격기를 격추했다. 이에 대한 러시아의 분노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일(현지시간),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는 이구동성으로 “터키의 러시아 공격기 격추는 전쟁 개시 명분이 된다”고 외쳤다.

    지난 9일(현지시간) 러시아 주요 5개 방송사와 국정 결산 기자회견을 가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는 터키 공군의 러시아 공격기 격추 사건과 러시아의 대터키 경제제재에 대한 질문을 받은 뒤 이렇게 답했다.

    “만약 20세기에 (터키 공군의 러시아 공격기 격추사건과 같은) 유사한 상황이 발생했다면 관련 국가들은 어떤 조치를 취했겠는가. (터키가 우리 공군을) 직접 공격한 것이기 때문에 전쟁을 시작했을 것이다.”


    메드베데프 총리는 “터키가 우리나라를 공격한 행동은 전쟁 개시를 위한 명분을 준 것”이라면서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전쟁은 ‘최악의 선택’이기 때문에 푸틴 대통령이나 정부가 군사적 맞대응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드베데프 총리는 러시아 정부가 터키로의 전세기 운항 중단, 관광객 방문 자제 당부 등의 제재를 취한 것에 대해서는 “터키 정부가 자신들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깨달을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터키에 대한 제재가 아직은 ‘강한 수준’이 아니라는 뜻을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더 강한 어조로 터키에게 경고했다. 지난 8일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이 최근 러시아군의 ‘대쉬(ISIS)’ 공습에 대해 보고한 뒤 터키 공군에 격추된 Su-24 공격기의 블랙박스를 시리아 정부군과 함께 북서부 지역에서 수거했다며 이를 보여주자 “그래도 변하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 ▲ 테러조직 '대쉬(ISIS)'에 대한 공습 보고를 마친 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격추된 Su-24 공격기의 블랙박스를 보여주는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 ⓒ러시아 투데이 보도화면 캡쳐
    ▲ 테러조직 '대쉬(ISIS)'에 대한 공습 보고를 마친 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격추된 Su-24 공격기의 블랙박스를 보여주는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 ⓒ러시아 투데이 보도화면 캡쳐

    푸틴 대통령은 “블랙박스가 Su-24 공격기의 격추 당시를 정확하게 알려줄 것”이라며, 쇼이구 국방장관에게 “객관적 조사를 위해 러시아 전문가 뿐만 아니라 외국 전문가들도 함께 블랙박스를 조사하도록 하라”고 지시한 뒤 이렇게 말했다.

    “거듭 말하지만 우리 러시아는 터키를 단순한 우호국이 아니라 ‘테러와의 전쟁’에서의 동맹국으로 여겨왔다. 때문에 우리나라의 누구도 (터키 정부가) 이 같은 비열하고 믿음을 저버리고 뒤에서 공격할 것은 예상하지 못했다. 우리는 진실을 알 필요가 있다. 하지만 블랙박스 분석을 통해 무엇을 알아낸다 하더라도 터키 정부가 저지른 이번 사건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러시아 언론들은 “푸틴 대통령이 9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블랙박스 분석을 위한 것이니 영국 전문가를 보내 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과 메드베데프 총리의 발언은 러시아의 對터키 제재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는 것은 물론 비상탈출하는 러시아 조종사를 살해한, 터키 정부가 지원하는 시리아 반군 ‘시리아 투루크멘 여단’에 대해서도 공격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의지를 보여준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현재 러시아는 터키에 대해 채소, 과일 등 농산물 금수 조치 외에도 3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러시아 내 터키인들의 취업연장 금지, 양국 비자면제협정 협상 중단, 러시아인의 터키 여행 금지 등의 제재를 가한 상태다.

    외신과 국제기구는 러시아의 제재로 인해 2016년에는 터키 경제가 상당한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 ▲ 푸틴 대통령이 쇼이구 국방장관의 보고를 듣고 "이번에 쏜 순항미사일에 핵탄두도 장착할 수 있다"고 말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유럽 언론들은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英익스프레스의 보도화면. ⓒ英익스프레스 보도화면 캡쳐
    ▲ 푸틴 대통령이 쇼이구 국방장관의 보고를 듣고 "이번에 쏜 순항미사일에 핵탄두도 장착할 수 있다"고 말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유럽 언론들은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英익스프레스의 보도화면. ⓒ英익스프레스 보도화면 캡쳐

    한편 푸틴 대통령은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이 SU-24 공격기의 블랙박스를 공개한 보고 자리에서 ‘대쉬(ISIS)’에게 들으라는 듯 “핵미사일이 날아가지 않도록 (대쉬가) 더 이상의 만행을 저지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