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쇼박스,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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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기 2015년, 단기 4348년의 기나긴 역사를 거쳐 왔지만, 시간과 공간, 심지어 가상과 현실 개념을 막론하고 인류에게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계층구조의 양극화 현상과 불평등이다. ‘위인’이라 일컬어지는 수많은 역사 속 인물들이 그래왔던 것처럼 현재의 ‘우리’도 평등과 정의를 외치지만, 언제나 결과는 바위에 맞은 계란이다. 여기 ‘우리들의 일그러지지 않은 영웅’ 두 명이 있다. 영화 ‘내부자들’(감독 우민호)의 안상구(이병헌)와 ‘헝거게임’의 캣니스 에버딘(제니퍼 로렌스)이다.


    안상구는 한국의 고질적인 병폐인 부정부패와 비리, 정경유착이라는 타성에 젖은 높으신 그 분들, ‘내부자들’ 세계에서 유력한 대통령 후보인 장필우(이경영)와 자동차 회사 재벌 오회장(김홍파)을 조국일보 논설주간 이강희(백윤식)를 통해 돕는 정치깡패다. 그 덕에 돈과 빽 다 거느리며 연예기획사도 차리고 호의호식했더랬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콩고물을 받아먹을 줄 알았던 안상구는 어느 날 믿었던 형님 이강희에게 배신을 당하고 와신상담하기에 이른다. 이 때 조력자인지 그를 이용해 먹을 일개 검사인지 하는 우장훈(조승우)이 안상구를 찾아와 함께 정의와 의리를 외친다.


    한편 아직 성인이 채 되지 않은 10대 후반의 소녀 캣니스는 13개 구역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거행된 목숨 배팅 게임인 ‘헝거게임’에 참여하게 된다. 나약할 것만 같았던 캣니스의 의외의 연이은 활약으로 캐피톨 ‘스노우 대통령’(도날드 서덜랜드)은 이 여제를 견제하고 나선다. 지금껏 스노우 대통령은 ‘물’ ‘불’ 가리지 않고 맹공을 펼쳤지만, 의지의 소녀 캣니스는 보란 듯이 관문들을 모두 통과하며 그의 화를 돋운다. 이번 ‘헝거게임: 더 파이널’에서는 기존의 돔 안에서 진행됐던 게임이 판엠 전체로 무대가 확장된다. 여기에 본격적으로 13개 구역이 캣니스와 동료들의 지휘 아래 힘을 합쳐 본격적으로 중심 세력을 돌파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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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쇼박스,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결코 한 사회에 있을 수 없는 인물인 대한민국 한 남성과 가상현실의 한 소녀가 ‘정의’를 위해 투쟁하는 공통된 모습은 우리의 머리를 쭈뼛 서게 하는 포인트로 눈여겨 볼만하다. 비록 안상구는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등정해봤고, 캣니스는 태생부터 줄곧 12구역 서민이라는 차이가 있을지언정 두 사람은 최상위층의 만행에 기민했고, 각종 권력으로 둘러싸인 철옹성을 과감히 흔들어 깨부수려 한다. 둘은 얼핏 외로운 독고다이인 듯하지만, 이들 뒤에는 국민이라는 조력자들이 있다. 그래서인지 안상구와 캣니스의 눈빛은 늘 결연하다.


    국가의 3요소에 ‘돈’은 없다. 하지만 대다수의 ‘그 분들’은 이것으로 국민도 살 수 있고, 국가들도 살 수 있고, 우주까지 살 수 있을 거라 자만하는 듯하다. 돈과 권력이 상당수의 패스 티켓 역할을 한다는 것에는 부정하지 못하지만, 삶을 살아가는 근본 가치마저 좌지우지 할 만큼 고귀한 개념으로 적용되기엔 엄연히 무리가 있다. 신기하게도 국민들은 오히려 가진 게 없는 안상구와 캣니스의 행동에 열광한다. 아마 그들에게는 ‘정의’가 곧 화폐단위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