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제의 신간> 조양욱 지음 [외국 기자들 '코리아'를 누비다]
    고종때부터 코리아 누빈 외국 특파원들 이야기...“배꼽 잡네”

    1978년 ‘외신기자’로 저널리스트의 길을 출발한 저자는 다음해 박정희 암살(10,26사건)때 수많은 외국기자들이 달려 온 것을 목격한 뒤 숨가쁘게 요동치는 한국 헌대사의 대변혁기를 취재하면서문득 의문이 떠올랐다. 
    “대관절 우리나라에는 언제 처음 외국기자가 찾아왔을까?”
    [외국 기자들, 코리아를 누비다] 새로 나온 이 책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이다.
    취재기자의 속성상 ‘코리아’를 리포트 한 뒤 이 땅에는 흔적을 남길 리 없는 외국기자들이고 보면, 그들을 뒤져내어 궤적을 쫓는 것은 지난(至難)한 작업의 연속이었다. 

▶최초의 상주특파원=저자가 찾아낸 사상 첫 외국인 상주 특파원은 일본 《아사히신문(朝日新聞)》의 나카라이 도스이(半井桃水)였다. 1879년에 이 신문이 창간된 지 햇수로 불과 3년만인 고종 18년(1881년)에 부산으로 파견되었으며, 일본 언론 역사상으로도 첫 해외 특파원으로 기록되었다. 이후 우리나라를 주(主)무대로 벌어진 청일전쟁과 러일전쟁 기간 중 숱한 외국기자들이 종군 취재를 위해 바다를 건너왔다. 숫자로는 당연히 일본인 기자가 압도적인 가운데, 미국과 유럽 각국 언론, 심지어는 스웨덴 기자까지 ‘동방의 조그만 나라’를 기웃거렸다. 일본군의 저지선을 뚫고 러일전쟁을 잠입 취재한 저명한 미국 소설가 잭 런던(Jack London)의 스토리는 자못 흥미진진하다.
▶퓰리처상을 휩쓴 미국 종군기자들=6·25전쟁 역시 외국기자들에게는 숙명의 취재 현장이었다. 전쟁 기간 중 최고 권위의 퓰리처상은 대부분 6·25전쟁 종군 기사나 사진에 돌아갔다. 유일한 여성 리포터(다른 한 명의 여성은 사진기자)였던 마가렛 히긴스(Maguerite Higgins)가 쓴 생동감 넘치는 인천상륙작전 동행 취재기 「붉은 해안」에도 퓰리처상이 주어졌다.
특기해둘 것은, 6·25전쟁에 종군하다 순직한 기자가 16명을 헤아리며, 그들 모두가 외국 언론사에서 파견된 외국인이라는 사실이다. 
▶색다른 사건, 색다른 외신기자=《AP》 기자 앨버트 테일러(Albert W. Taylor)는 3·1운동을 세계에 알린 공로자였다. 고종 황제 국장(國葬) 준비상황을 취재하던 그는 첫아들이 태어났다는 연락을 받고 세브란스병원으로 달려갔다. 반가운 마음에 갓난아이를 번쩍 들어올렸는데, 아이가 눕혀져 있던 침대 위에 기미독립선언서가 놓여 있었다. 한국인 간호사가 일본순사의 눈을 피해 슬쩍 감춰둔 것이었다니 ‘굴러들어온 특종’이나 다름없었다.
《UPI》 기자였던 샘 킴(Sam Kim, 김용수)은 따분하기 짝이 없는 판문점 취재를 하고 있었다. 그 때 북쪽에서 온 기자 한 명이 슬그머니 다가와 담뱃불을 빌리는 척 하더니 속삭였다. “기자 동무, 이남으로 가고 싶소! 도와주시오.” 《프라우다》 평양특파원 이동준(李東濬)의 한국 망명, 이 또한 굴러들어온 특종이었다.
‘피스톨 박’이라는 닉네임을 가졌던 박종규(朴鍾圭) 청와대 경호실장의 ‘절친’은 《요미우리신문》 서울특파원 시마모토 겐로(嶋元謙郞)였는데, 경호실장과 일본인 기자의 여러 에피소드가 배꼽을 잡게 만든다. 저자 조양욱(曺良旭)은 한국외국어대 일본어과 전공 후, 일본 교도통신, 조선일보, 국민일보에서 활약했고 일본문화연구소장을 지냈다. [괴짜들, 역사를 쓰다] [일본상식문답] [열명의 일본인 한국에 빠지다] [상처받은 꽃잎들이 가장 향기롭다]등 여러 책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