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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동원 ⓒ뉴데일리
“‘엑소시스트’와는 엄연히 달라요.”
대한민국 여성 관객들의 혼을 쏙 빼놓을 강동원 화보 영화가 또 한 편 탄생했다. 이번에는 강동원이 기다랗고 검은 사제복을 ‘펄럭’ 휘날리며 섹시하면서도 위엄 있게 등장한다. 영화 ‘검은 사제들’(장재현 감독) 속 그의 모습이다. 강동원이 사제복을 입은 이유는? 악령에 쓰인 소녀 영신(박소담)을 김신부(김윤석)과 함께 구마하는 최부제 역을 맡았기 때문이다. 강동원이 연기한 최부제는 컨닝에 월담, 음주까지 하며 교칙을 어기는 것이 몸에 밴, 전형을 탈피한 아웃사이더 신학생 캐릭터다.
“‘검은 사제들’은 구마의식을 그린 영화지만, 사실 최부제의 성장기를 다루고 있어요. ‘희생’이란 의미를 깨닫고 성숙해지는 과정과 함께 본격적인 신부의 길로 접어드는 거죠. 처음 최부제를 연기할 때 감독님께서는 만화 ‘슬램덩크’의 강백호처럼 발랄하게 보이길 원하셨어요. 은근히 재미있는 캐릭터잖아요. 하지만 저는 트라우마가 있는 인물인데 너무 떠버리면 안 될 것 같다고 생각해서 서태웅 정도가 낫겠다고 했죠. 감독님과 제 의견의 접점을 맞추느라 다양한 버전으로 연기했고, 결국 최부제는 서태웅 같아졌더라고요.(웃음)”
어릴 적 트라우마를 지닌 최부제는 일탈을 일삼는 아웃사이더 캐릭터지만 돌출 행동으로 개그를 유발하거나 뜬금포의 웃음을 자아내지는 않는다. 저변에 어두운 과거가 깔린 그는 종종 은근하게 코믹 상황에 젖어들 뿐이다. 그의 예상대로 최부제는 페이소스로 점철된 영화의 다크 그레이빛 톤과 잘 맞아들었다. 오컬트 소재를 관객들에게 전달하면서도 상업성을 잃지 않아야 했기 때문에 ‘조금만 잘못해도 우스워질 수 있겠다’는 생각과 함께 촬영 내내 많이 힘들었다고 토로한 강동원은 언론시사회 때 반응이 긍정적이어서 다행이었다고.
“가톨릭 소재를 다뤘기 때문에 우리나라 기독교, 천주교인들만 관람해도 어느 정도 흥행은 되지 않을까요?(웃음) 이번 영화에서 가장 많이 신경 쓴 부분은 아무래도 종교적 측면이었죠. 사실 무교였기 때문에 종교에 대한 것들을 잘 몰랐거든요. 그럼에도 비종교인으로서 종교인 역할을 하면서 모르는 분들께 설명해주고 싶은 의무감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영화에선 특히 디테일한 공부도 많이 했어요. 직접 신부님을 찾아가 종교에 대한 것, 라틴어 등을 배웠고, 그 인연으로 지금도 신부님과 꾸준히 연락하고 지내요. 지금껏 ‘희생’이란 것에 대해 그다지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촬영하면서 그 부분이 제일 많이 와 닿더라고요. 사실 신부님들은 자기만족을 위해 종교 생활을 하시는 줄 알았는데, 자신의 인생까지 바치며 희생을 하는 줄은 몰랐어요. 상당한 존경심도 들면서 저를 돌아보는 시간이 됐어요.”
이어 그는 자신에게 히어로적인 정서가 있다며 세계가 행복해진다면 마땅히 ‘희생’을 감내할 의지가 있다고, 부와 명예가 돌아오지 않아도 좋다는 뜻밖의 전 인류적 발언과 함께 호방한 웃음을 지어보이며 따뜻한 인간미가 넘치는 남자 강동원을 드러내기도. 한편 ‘검은 사제들’이 ‘한국판 엑소시스트’로 일컬어지는 부분에 대해서는 꽤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
- ▲ 강동원 ⓒ뉴데일리
“영화 구조상 ‘엑소시스트’와 비슷하게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아마 ‘엑소시즘’과 ‘토테미즘’이란 소재를 다룬 모든 영화가 그러한 구조로 그려질 수밖에 없을 거라고 봐요. 다만 저희 영화는 B급 호러보다는 상업성, 대중성에 초점을 맞춰 그리려고 했어요. ‘엑소시즘’이란 소재를 한국적으로 그리는 데에도 신경 썼고요. 그런 면에서 ‘엑소시스트’와는 엄연히 다르다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그런 소재를 다룬 구조와 장르적 특성을 무너뜨릴 수도 없는 것 같거든요. ‘검은 사제들’이 400만 관객을 돌파하면 혹시 2탄으로 다른 구조의 영화가 제작될지도 모르죠. 아직 저만의 생각이지만요.(웃음)”
영화의 음울하고 엄숙한 분위기와는 반대로 정작 40여 분의 후반 장엄구마예식 하이라이트를 촬영할 당시 현장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단다. 무엇보다 악령에 사로잡혀 괴기스러울 정도로 혀를 날름거리고 성적인 폭언을 내뱉은 박소담에게 강동원과 김윤석은 “너무 강한 거 아니냐” “어디 시집 가겠냐”며 놀렸을 정도였다고. 재밌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서로 바로바로 제시하는가 하면, 장재현 감독 또한 배우들의 아이디어를 반영하는 등 구성원 모두가 하나같이 영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단다. 그래선지 촬영하기 가장 까다로웠을 구마예식 장면에서 세 배우의 호흡은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우러졌다. 세상 악의 기운은 혼자 다 쓰인 것 같은 소녀 영신, 오로지 소녀를 구해야겠단 일념으로 냉철하고 의연하게 의식을 진행하는 김신부, 처음 겪어보는 상황이 혼란스럽지만 영어, 중국어, 라틴어를 번역하며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김신부를 적극 돕는 최부제의 밀실 속 긴장감 넘치는 모습은 관객들의 숨을 멎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전우치’ ‘초능력자’에서의 캐릭터 이미지가 강했던 탓일까. 어느덧 강동원은 판타지 장르에서 많이 보이는 배우로 느껴지기도 하다. 본인 역시 현실적인 캐릭터보다는 판타지적인 캐릭터로 더 많은 캐스팅이 들어오는 것 같다고 한다. 그런 장르를 해도 사람들이 이질감 없이 받아들이는 것 같아 자신도 딱히 튄다고 생각지 않고 익숙하게 연기하게 됐단다. 하지만 문득 그가 로맨스 영화로 얼굴을 알린 과거가 그리워졌다.
“2010년 ‘러브 포 세일’이 마지막 로맨스 작품이네요. 그러고 보면 ‘늑대의 유혹’ ‘우행시’(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같은 작품을 그 당시에 찍어 놓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아, ‘그녀를 믿지 마세요’도 멜로네요.(웃음) 사실 ‘그녀를 믿지 마세요’가 처음 연기를 한 영화였어요. 주위에선 외모가 시골 의사와 안 어울린다고 했지만 시나리오가 재밌더라고요. ‘늑대의 유혹’은 당시 매니저 형이 해야 한다고 추천해서 하게 됐죠. 이번 영화에서도 감독님이 ‘늑대의 유혹’처럼 우산을 들어달라고 요구하신 부분이 있었어요.(웃음)” -
- ▲ 강동원 ⓒ뉴데일리
“사실 ‘늑대의 유혹’을 찍은 24살 때 인기를 크게 즐기지 못했어요. ‘내가 여기에 휘둘리면 안 돼’ ‘이 인기는 환영, 거품일 뿐이야’라고 생각했죠. 당시 저를 보려고 한 광장이 꽉 찬 적이 있었는데, 극장 위에서 그걸 보니 왠지 허무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들뜨지 않았어요. 어머니도 말씀하셨던 부분인데, 제가 중요한 순간이 오면 냉정해지는 면이 있어요. 학교에서 시험을 보더라도 작은 시험에는 떨리던데 큰 시험에는 안 떨리더라고요. 머리가 차가워진다고 해야 하나?”
과연 기계공학을 전공한 ‘공대오빠’다운 냉철함이다. 주변 사람들은 그가 뭔가를 하면 ‘왜 그렇게 분석하냐’며 묻는다고. 강동원은 자신에게 악플이 있기도 하더라며 칭찬보다는 비판적인 댓글을 찾아보는 타입 이라고 의외의 면모를 거듭 드러냈다. 알고 있으면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한단다. 담력이 있고 자기 객관화를 잘한다. 자만하지 않고 기꺼이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가할 줄 아는 강동원은 더 이상 단순 비주얼리스트가 아니었다.
“이제 어느덧 웬만한 배우들에게 선배가 돼있더라고요. 책임감은 데뷔 때부터 있었지만 그 책임감이 더욱 무거워진 것 같아요. 지금은 촬영 기사님들도 저와 나이차가 많이 나지 않아요. 이제는 스태프들과 서로 토닥토닥하기도 하고 그래요. 희한한 게 촬영 기사님들이 술을 먹으면 그렇게 손을 잡더라고요.(웃음)” -
- ▲ 강동원 ⓒ뉴데일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