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텐트·통합전대 일축… 반면 신당 세력간 연대에는 긍정적
  • ▲ 가칭 신민당의 창당준비위원장으로 추대된 박준영 전 전남도지사가 29일 여의도 중소기업회관에서 열린 창당발기인대회에서 수락사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가칭 신민당의 창당준비위원장으로 추대된 박준영 전 전남도지사가 29일 여의도 중소기업회관에서 열린 창당발기인대회에서 수락사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가칭 신민당의 창당준비위원장으로 추대된 박준영 전 전남도지사는 29일 창당발기인대회를 성공적으로 끝마친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친노(親盧) 세력에 또 속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야권 신당 추진 세력의 한 축인 신민당 박준영 창당준비위원장이 이날 친노 세력에 대한 극도의 불신감을 보인 반면 천정배·박주선 의원과 민주당 등 여타 신당파에는 논의의 가능성을 활짝 연 만큼 내년 4·13 총선 이전에 통합전당대회를 연다는 이른바 '빅텐트'의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향후 야권 재편의 과정은 새정치연합과 이를 대체하려는 신당 세력 간의 대결 구도로 궁극적으로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신민당 박준영 창당준비위원장은 이날 새정치민주연합과의 통합전당대회, 이른바 '빅텐트'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퇴출시켜야 할 정치 세력은 확실하게 퇴출시켜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새정치연합 박영선 전 원내대표는 지난 5일 CBS라디오 〈뉴스쇼〉에 출연해 "빅텐트 안에 모두 모여야 총선에서의 확실한 승리가 있다"며 "(신당 창당 선언을 한) 그런 분들도 (빅텐트에) 어떤 당위성이 있고 국민 여론이 모아지면 합류할 것"이라고, 통합전당대회를 주장했었다.

    하지만 박준영 위원장은 "또 국민들 앞에서 쇼해서 무슨 빅텐트…"라며 "매번 민주당이 지금까지 변해 온 과정을 보면 잠깐 뭘하고 또 연대하고, 그러다보니 당이 죽은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우리(신민당)는 정체성이 거기(새정치민주연합)와는 다르다"며 "거기는 좌클릭좌클릭하면서 좌로 갔고 우리와는 언행이 다르기 때문에 연대할 값어치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나아가 "무조건 총선을 이기기 위해서 연대하자?"라고 되묻더니 "그런 것은 신민당에는 없다"고 단언했다.

    박준영 위원장의 이러한 단호한 의지는 과거 자신이 '빅텐트'에 속아 한 번 당해본 적이 있기 때문에, 그 때의 뼈저린 경험으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박준영 위원장은 2004년, 탄핵 광풍 직후라 친노(親盧) 열우당은 거대 집권 여당이고 DJ가 창당했던 새천년민주당은 원내 9석의 소수 야당일 때 민주당 공천으로 전남지사 보궐선거에 출마했다. 이 때 열우당 민화식 후보를 꺾고 당선된 뒤, 2006년 5·31 지방선거에서도 무난히 재선에 성공했다.

    그가 연전연승하는 동안 열우당은 치르는 선거마다 연전연패하며 나락으로 굴러떨어졌다. 이듬해인 2007년초부터는 김한길계 23명이 탈당해 '중도개혁통합신당추진모임'이라는 제3지대 신당을 준비하는 원내교섭단체를 결성하는 등 대분열이 본격화됐다.

  • ▲ 가칭 신민당의 창당준비위원장으로 추대된 박준영 전 전남도지사가 29일 여의도 중소기업회관에서 열린 창당발기인대회에서 임시 의장의 의사 진행에 박수를 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가칭 신민당의 창당준비위원장으로 추대된 박준영 전 전남도지사가 29일 여의도 중소기업회관에서 열린 창당발기인대회에서 임시 의장의 의사 진행에 박수를 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 때 고 박상천 대표가 이끌던 통합민주당을 비롯한 정통 민주 세력은 친노를 배제할 것인지, 아니면 친노를 포함한 대통합을 할 것인지를 놓고 심각한 이견을 보이고 있었다. 만일 친노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날 경우에는, 이들은 영영 정치권에서 퇴출되는 폐족(廢族)으로 전락할 판이었다.

    막다른 길에 몰린 친노 세력에 구원의 동아줄을 내려준 게 박준영 위원장이었다. 박준영 위원장은 그 해 7월 채일병 의원 등과 함께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상천 통합민주당 대표를 "대통합의 걸림돌"이라고 비판하며 열우당까지 모두 합당하는 제3지대 대통합 창당을 지지했다.

    이처럼 친노 세력을 '대통합'을 통해 기사회생시켰던 박준영 위원장이지만 돌아온 것은 '배신의 정치'였다. '통합전당대회' '빅텐트' 따위의 주장에 박준영 위원장이 또 속아넘어갈 리 없다는 것이 정치권의 관측이다.

    "퇴출시켜야 할 정치 세력은 확실히 퇴출시켜야 한다"고 이례적으로 강경한 언사를 구사한 이유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번에는 우리 정치의 암적 존재인 친노 계파에게 '대통합' 따위로 살아날 구실을 주지 말고 반드시 퇴출시켜야 한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박준영 위원장은 이날 친노가 당권을 전횡하고 있는 새정치연합에 대한 극도의 불신감을 거듭 피력했다.

    그는 "새정치연합은 도저히 힘들고, 국민이 믿지 않는다"며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하면 (국민이) 그러려니 해야 하는데 '뭔가 속셈이 있겠지'라고 하니까"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정치라는 것은 국민에게 신뢰를 받고 희망을 주는 것"이라며 "신뢰를 잃었다는 것은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 못한다는 뜻이고, 하루 이틀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새정치연합에 대한 '사망 선고'를 재확인했다.

    반면 박준영 위원장은 친노를 제외한 여타 신당 창당 준비 세력에게는 우호적인 반응을 보이며 모든 논의가 열려 있다는 뜻을 밝혔다.

    박준영 위원장은 "우리 (신민)당을 빅텐트로 만들고자 한다"며 "(박주선 의원의 10일 원탁회의 제안을 포함해) 어떠한 논의 구조든 논의를 시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화답했다.

    아울러 "(천정배·박주선 의원과도 모두 같이 해야 한다는 게) 지난 4월 재보선이나 어제 재보선에서 나타난 국민의 명령"이라며 "처음부터 같이 해야 한다고 대화를 많이 했고 지금도 하고 있는데, 일부는 다음 단계에서 같이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