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벨스式 의도적 '선동'인가, 공세 수위 높이다 '오버'했나
  • ▲ 새정치민주연합이 26일 오전 서울 용산 백범기념관 컨벤션홀에서 현장최고위원회의를 연 가운데, 문재인 대표가 공개 모두발언을 진행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이 26일 오전 서울 용산 백범기념관 컨벤션홀에서 현장최고위원회의를 연 가운데, 문재인 대표가 공개 모두발언을 진행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아직 한 줄도 집필이 이뤄지지 않은 한국사 국정교과서를 향한 새정치민주연합의 선동과 부적절한 비유가 정점을 찍었다. 서울 효창공원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새정치연합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위안부를 무지한 여성들로 모욕"(문재인 대표) "백범 선생과 안중근 의사를 테러리스트로 규정"(이종걸 원내대표) 등의 강도 높은 공세가 이어졌다.

    새정치연합은 26일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현장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문재인 대표 등 지도부는 삼의사(三義士, 이봉창·윤봉길·백정기 의사) 묘역과 백범 김구 묘역을 참배하고 안중근 의사의 가묘에 헌화하며 격렬한 대정부 공세 발언을 예고했다.

    문재인 대표는 이날 현장최고위 모두발언에서 "안중근 의사를 테러리스트라고 했던 아베 정부와 똑같은 역사 인식이 대한민국에도 있다"며 "2008년 대안교과서는 항일독립운동을 테러활동으로 격하하고, 위안부를 일본의 꾐에 빠진 무지한 여성으로 모욕하고, 5·16을 근대화의 출발점으로 미화한 친일독재 역사교과서"라고 포문을 열었다.

    아울러 27일 오전 국회에서 있을 박근혜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향해 "경제와 민생을 내팽개치고 2년짜리 교과서를 위해 국민을 상대로 전쟁을 벌일 것인지 결단해야 한다"며 "국민이 시정연설에서 기대하는 것은 역사 전쟁 선전포고가 아니라 국정화 포기 선언"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종걸 원내대표도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척살 의거 106주년을 맞아 백범기념관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는 의미를 강조하며 "바로 이 순간 박근혜 정권은 안중근 같은 암살자들을 테러리스트라고 폄훼하는 자들을 동원해 국정교과서를 강행하고 있다"고 거들었다.

    이어 "건국의 아버지 백범 선생과 안중근 의사를 테러리스트로 규정하고 일제의 폭압적 수탈을 자발적 수출로 기록하는 것을 서슴지 않고 있다"며 "일본의 극우파 논리를 그대로 살려내서 친일 독재 망령들을 특별사면해 우리 아이들의 정신을 지배하려 하는 게 올바른 역사교과서라는 궤변"이라고 비난했다.

    이례적으로 이날 현장최고위에서 이종걸 원내대표의 다음 순서로 공개 모두발언을 한 도종환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특별대책위원장은 전날 심야에 있었던 국립국제교육원 습격 사건의 정당성을 강변하고 나섰다.

    도종환 위원장은 "교육부는 업무의 연장이며 사람이 더 필요해서 21명으로 늘린 것이라고 하지만, 제보에 따르면 대학재정과·취업창업지원과 등 역사교육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부서의 직원들이 와서 일하고 있더라"며 "교육부 발표에 의하면 10월 5일부터 운영하고 있었다는데, 청와대 일일보고를 하며 운영했기 때문에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청와대가 전혀 관련돼 있지 않고 보고받지 못하고 있다'는 이병기 비서실장의 국회 답변은 위증이고, '아무 것도 결정된 바 없다'는 황우여 교육부총리 역시 위증한 것이므로 법적 조치를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집필진 구성 업무까지 진행하고 있던데, 집필진을 어떻게 구성할지가 교육부 비밀팀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면 큰일이 아닐 수 없다"며 "'뉴라이트 학자'인 것은 다 알고 있다"고 넘겨짚었다.

    나아가 이른바 '뉴라이트 학자'들이 썼다는 '정통 한국사 개론·문제집'까지 들고 나와 "'김구의 이중적인 태도'라며 위대한 독립운동가이지만 해방정국에서 선택을 잘못한 정치인이 됐다는 식으로 서술돼 있다"며 "후손들이 자신의 생애를 이렇게 서술하고 역사교육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 어떻게 하실까 생각하니 참담하고 부끄럽기 그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 지도부가 이날 동원한 대목은 정작 학생들이 배울 국정 한국사 교과서에는 전혀 실려있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국정 한국사 교과서는 아직 한 줄도 집필되지 않은 것은 물론 집필진마저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간 있었던 이런 저런 사안들을 끌어와 견강부회(牽强附會)하듯이 선동하고 있는 것을 대해서는, 최근의 여론조사에서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반대 여론이 우세하게 나오기 시작하자 이러한 흐름에 고무돼 공세의 수위를 높이다보니 '오버'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또, 비유와 인용 중에서도 부적절한 대목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이날 도종환 위원장이 거론한 김구의 해방 이전과 이후 행적에 대한 기술은 특별히 잘못된 부분이 없는 중립적인 서술이라고 볼 수 있다. 해방 이전까지는 임시정부를 이끈 '위대한 독립운동가'이지만 해방 정국에서는 남북 협상을 주장하다가 김일성에게 이용당하고 5·10 자유 총선거를 거부하는 등 판단을 그르친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이인호 한국방송공사(KBS) 이사장의 역사관을 둘러싸고 국회 미방위에서 논란이 벌어졌을 때, 새누리당 조해진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인호 이사장이 일제에 저항하고 독립운동을 한 김구 선생의 역할과 공로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1945년까지 김구 선생의 혁혁한 공로를 국정감사에서 모두 인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인호 이사장은 (1945년 이후) 1948년까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를 세우는 과정에서 김구 선생의 공로가 없었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라며 "야당은 이를 마치 일제 36년 치하에서 김구 선생의 헌신과 노력을 모두 인정하지 않는다는 듯이 비난하는데 이는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결국 독일 나치 정권의 선전상 파울 요제프 괴벨스 박사의 "선동하는 데는 한 문장으로 충분하지만, 그걸 반박하기 위해서는 수십 장의 문서가 필요하다. 그리고 반박할 때쯤이면 사람들은 이미 선동돼 있다"는 말대로, 사실과 다른 무분별한 선동전으로 여론을 호도하려는 속셈이 아니냐는 비판이다.

    만일 이러한 의도가 사실이라면 도종환 위원장의 "(백범 앞에) 참담하고 부끄럽기 그지 없다"는 말은 정작 새정치연합에 적용돼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은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야당은 좌편향된 역사 교과서의 문제점은 하나도 언급하지 않으면서 국민을 현혹시키고 장외투쟁을 이어가고 있다"며 "만에 하나 새롭게 만들어질 올바른 역사 교과서가 내용이 부실하고 품질이 떨어진다면 저절로 국민의 지탄과 외면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야당이 아직 단 한 페이지도 쓰여지지 않은 교과서에 온갖 상상력을 동원한 괴담을 덧칠한다면 진정 날카롭게 정부여당을 비판해야 할 때도 국민의 외면을 받게 될 것"이라고 일갈했던 원유철 원내대표도 이날 "친일이니 독재니 하며 거짓 괴담을 퍼뜨리는 세력들의 행태가 참으로 안타깝다"며 "교실에서 책을 들어야 할 학생들까지 거짓으로 선동해 정쟁과 투쟁의 장에서 피켓을 들게 한 세력들에 대해서 국민들께서 준엄한 심판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