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5자 회동에서 '민생법안 처리-인도적 차원의 남북 교류' 등 국회 협조 당부
  • ▲ 22일 박근혜 대통령이 여야 지도부를 청와대로 불러 방미성과와 국정현안을 논의하는 '5자 영수 회담'을 열었다. 왼쪽부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 박근혜 대통령,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뉴시스
    ▲ 22일 박근혜 대통령이 여야 지도부를 청와대로 불러 방미성과와 국정현안을 논의하는 '5자 영수 회담'을 열었다. 왼쪽부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 박근혜 대통령,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뉴시스


     
    시작은 부드러웠지만 끝은 거칠었다. 야당 지도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거론하며 거센 공세를 펼쳤기 때문이다.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진행된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의 5자 회동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날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본격적인 회동이 시작되자 박근혜 대통령 앞에서 역사교과서서와 관련해 '친일', '독재' 등의 단어를 써가며 날을 세웠다. 

    이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문재인 대표에게 "아직 집필진이 구성도 되지 않은 상황인데, 교과서에 대해 그런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지금까지 많이 참아왔다. 이제 정말 그런 주장하지 말라"고 강력한 어조로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동은 이날 오후 3시에 시작돼 1시간49분 만인 오후 4시48분쯤 종료됐다. 예정됐던 1시간30분을 약 18분 가량 넘긴 시간이다.

    시작은 화기애애했다. 녹색 정장 재킷과 회색 바지를 입은 박근혜 대통령은 오후 3시 청와대 본관 회의실에 입장하며 "안녕하세요. 어서오십시오. 반갑습니다"라고 웃으며 여야 지도부를 맞이했다.

    이후 박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는 원탁 테이블에 앉기 전까지 4분여 간 환담을 나눴다.

    박 대통령이 먼저 "언론에서 보니까 오늘 우리 두 대표님과 원내대표님들 사이가 좋으신 것 같아요. 귓속말도 하시고 (웃음) 반갑게 아주 오랜 친구같이 인사도 나누시고 그러는데 실제로 그렇게 사이가 좋으신 건가요"라고 웃으며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졌다.

    이에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제 이름에는 '유'가 들어가고 이종걸 원내대표는 '종'자가 들어가니까 19대 국회 마지막 회기를 맞아 '유종'의 미를 거두자, 이런 구호도 만들자고 했다"며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렸다. 

    박 대통령은 "하여튼 서로 잘 통하시면 그만큼 나라 일도 잘 풀리지 않을까 기대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문재인 대표는 "함께 하고, 또 웃는 모습을 보이고, 뭔가 합의에 이르고 하는 것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이후 박 대통령은 "오늘은 마침 이산가족 상봉 3일째 마지막 날"이라고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주제로 대화를 이끌었다.

    박 대통령은 "3일 동안 사연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참 듣기도 가슴아프더라"라며 "돌도 지나지 않아 아버지하고 헤어졌는데 65년 만에 아버지를 만났으니 말도 못하고 끌어안고 울기만 하고, 또 결혼 6개월 만에 부부가 헤어질 수밖에 없었는데 65년 만에 재회했으니 평생을 얼마나 하루하루 그리움 속에서 살았겠나 생각을 하면 우리나라가 유일한 분단국가인데 분단국가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아픔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치권이 그런 문제 해결을, 절실한 아픔 아니겠나"라며 "해결하는데 같이 더욱 노력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문 대표는 "정말 이산가족으로서는 상봉이 좀더 정례화되고, 확대되고 하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바라고 있다"며 "대통령께서 그런 것을 유념을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박 대통령은 이에 "저희가 아주 관심을 쏟고 있고, 명단도 전부 제공을 하고 있는데, 이게 (남북 간에) 맞아야 하는데…"라며 "우리는 빨리 정례화되고, 만나고 싶으면 언제든 만나고, 서신교환이라도 좀 됐으면, 생사확인이라도 됐으면 계속 요청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날 회동에는 새누리당에서 김학용 대표 비서실장과 김영우 수석대변인,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박광온 대표 비서실장과 유은혜 대변인이 각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수행했으나, 비공개 회동이 시작되자 모두 방에서 퇴장했다.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후 진행된 비공개 회동에 대해 "박 대통령의 미국 순방 성과와 경제 정책을 비롯한 각종 현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고 진지한 대화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김 홍보수석은 회동직후 가진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은 먼저 최근 이뤄진 미국 순방 성과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했고, 이후에 여야 지도부와 함께 노사정 대타협에 기초한 노동 개혁 입법 마무리, 한중 FTA 비준 등을 포함한 각종 경제 활성화 법안, 민생 법안 처리 등에 대에 대화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여야 지도부와 내년 예산안의 법정 시한 처리, 그리고 남북 관계와 한반도 평화문제, 최근 현안으로 부각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 ▲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가 22일 '5자 영수회담'을 끝내고 국회에서 그 결과를 브리핑을 하고 있다.ⓒ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가 22일 '5자 영수회담'을 끝내고 국회에서 그 결과를 브리핑을 하고 있다.ⓒ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날 회동에서는 여야 지도부가 역사교과서 문제와 관련돼 각 당의 입장을 밝히면서 거의 토론 수준의 발언들이 오갔다고 원유철 원내대표가 회동결과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학생들에게 올바른 역사 교육이 필요하다는 데 있어서는 대통령과 여야 대표 모두 뜻을 같이 했지만 국정화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대통령과 야당의 뜻이 극명하게 갈렸다.


    특히 문재인 대표는 국정교과서의 추진을 중단하고 민생과 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만들려는 노력이 정치적 문제로 변질되는 데 대해 안타까움을 표명하면서, "국민 통합을 위한 올바르고 자랑스러운 역사 교과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노동 개혁 5개 법안에 대해서도 국회의 조속한 처리를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노동개혁은 우리 아들딸에 안정된 일자리, 부모에게 안정적인 노후를 위한 것으로 가정 경제 국가 경제 선순환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회 3년째 계류된 경제활성화 법안에 대해 지난 9월 원내대표들이 신속 처리 합의했고 이견이 충분히 논의된만큼 여야 원내대표의 결단으로 이번 회기 내에 반드시 처리 해줄 것을 요청했다.

    한중 FTA 등에 대해서도 "국회에서 빨리 비준동의안을 처리해달라"고 요청함과 동시에 "한중FTA의 경우 발효가 늦어질 경우 하루 40억 원 기대 수출액이 사라지는 만큼, 늦어도 11월에는 준비해 연내 비준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또 내년도 예산안 처리와 관련해 "예산이 제때에 집행되지 않으면 서민들의 삶이 어려워지고 경제 재도약이 어려워질 수 있는만큼, 법정 시한을 지키는 전통을 만들어달라"고 당부했다.

    남북 문제에 대해서는 "이번 이산 가족 상봉 계기로, 전 이산가족 명단 교환은 물론 이산가족 상봉을 정례화 해야 하며 인도적 차원에서 남북 교류를 적극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회동 마무리에서도 여야 지도부를 향해 "19대 국회가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는 국회가 되기를 바란다"며 "3년 동안 부탁드린 경제 활성화 관련 법안과 서비스 산업과 관련된 법안을 꼭 통과시켜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는, 헌정사에 남는 유종의 미를 19대 국회가 걷어달라"고 간곡하게 당부했다.

    한편 이날 오전 청와대와 야당은 5자회담을 앞두고 기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청와대는 양측 대변인 없이 비공개 회담을 진행하자는 주장을 펼쳤고, 야당은 이에 맞서 대변인을 배석하고 공개 회동을 요구하면서 한 때 긴장감이 흐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