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기점으로 항상 민심 변화, 정치권도 따라서 개편 모색해
  • ▲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가 25일 용산역에서 귀성인사를 하고 있는 가운데, 한 시민이 김상곤 혁신위원장 규탄과 안철수 전 대표의 새정치연합 탈당을 주장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가 25일 용산역에서 귀성인사를 하고 있는 가운데, 한 시민이 김상곤 혁신위원장 규탄과 안철수 전 대표의 새정치연합 탈당을 주장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정당은 민심의 바다 위에 떠 있는 돛단배라고 한다. 민심의 바다가 격랑에 휩싸이는 추석 연휴를 맞이해, 명절 이후 새정치민주연합과 이른바 '야권 신당' 중 어느 배가 순풍에 돛단 듯 나아갈지 관심이 쏠린다.

    새정치연합 최재성 총무본부장은 17일 기자간담회에서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은 민심이 차례상에서 만들어지는 때"라며 "항상 추석을 기점으로 민심도 변화하고, (정치권도) 변화를 위한 시도를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문재인 대표는 당내에서 혁신안의 중앙위 의결 연기와 재신임 투표 철회를 요구하는 많은 목소리가 있었음에도, 중앙위 의결과 재신임을 우격다짐으로 강행했다. 최재성 본부장이 "추석 전까지 국민들께 이 (당의 분열의) 문제에 대한 응답을 해드리는 게 도리"라고 말한 그대로의 이유다.

    하지만 추석 차례상에 자신의 재신임 소식을 살포시 올려놓으려 한 문재인 대표의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추석 연휴 직전인 23일, 혁신위가 마무리 기자회견 과정에서 김한길·안철수·정세균 전 대표의 적지출마와 박지원 전 원내대표의 공천 배제 등을 촉구했기 때문이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총기난사 사건'이라 표현할 정도로 충격적인 혁신안이 발표됨에 따라, 안 그래도 말 뿐이었던 문재인 대표의 통합 행보는 완전히 묻혔다는 지적이다.

    특히 새정치연합 내에서 얼마 남지 않은, 호남과 DJ를 상징하는 정치인인 박지원 전 대표마저 공천심사를 하지 말라는 요구가 나오자, 추석 명절을 앞둔 호남 민심이 부글부글 끓고 있는 상황이다.

    25일 문재인 대표를 비롯한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용산역에 나아가 귀성 인사를 했다. 영남 출신 지지층이 많은 새누리당은 경부·경전선이 발착하는 서울역에서, 호남 출신 지지층이 많은 새정치연합은 호남·전라선이 발착하는 용산역에서 귀성 인사를 하는 것이 여야 정치권의 오랜 관례다.

    그러나 호남으로 향하는 귀성객이 많을 용산역에서조차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1인 시위를 맞닥뜨렸다. 이 시위자는 김상곤 혁신위원장을 규탄하며 안철수 전 대표의 새정치연합 탈당을 촉구해 새정치연합 지도부를 난처하게 만들었다.

    연휴 기간 동안 지역구에 낙향해 머무르면서 민심을 수렴할 새정치연합 의원들 사이에서는 번민과 회의감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 22일부터 전남 목포에 머무르고 있는 박지원 전 대표가 추석 연휴가 끝난 뒤 탈당을 결행한다면, 원심력이 극대화된 새정치연합은 최악의 경우 지난 2007년 열우당이 산산히 쪼개지듯 '와지끈' 무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분당(分黨)이 현실화되려면 당 밖에 매력적인 대안이 존재해야 한다는 점이다. 원심력이 커지는 것만으로 분해되기에는 부족하고, 다시 그들을 밖에서 끌어당기는 구심력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박지원 전 대표가 지난 4일 BBS라디오〈아침저널〉에서 지적한 신당 성공의 조건은 주목할 만하다는 지적이다. 박지원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신당을 창당하려면 국민이 바라볼 수 있는 대통령 후보가 있어야 된다"고 강조했다.

    새정치연합의 한 의원도 "신당을 창당하려면 돈·세력·대권주자가 있어야 한다"고 세 가지 요건을 제시하면서도 "대권주자가 있으면 세력은 따라오고, 세력이 모이면 돈을 대겠다고 하는 사람은 등장하기 때문에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대권주자"라고 거들었다.

    이 때문에 그동안 신당 세력은 전남 강진의 토굴에서 칩거 중인 손학규 전 대표나 안철수 전 대표에게 꾸준히 손짓을 해왔다. 대권주자급인 이 둘 중 한 명만 신당에 가담해도 신당의 구심력이 급격히 커지고, 동시에 새정치연합의 원심력도 극대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손학규 전 대표가 이들을 살리기 위해 강진 토굴에서 나올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가만히 있어도 주가가 저절로 오르는 현 상황을 마다하고 총선 전에 섣부른 정치 행보를 보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안철수 전 대표가 신당 세력의 희망인 셈인데, 지금까지는 안철수 전 대표가 나설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전망돼 왔다. 그러나 안철수 전 대표가 제시한 '본질적인 혁신'이 문재인 대표나 김상곤 혁신위에 의해 묵살당하고, 오히려 혁신위는 안철수 전 대표를 향해 적지에 출마하라고 압박하는 상황이 되면서 흐름이 달라질 조짐도 보인다.

    정치권 관계자는 "안철수 전 대표가 부산에 나가라고 하는 것도 일축했는데, 이제는 한 술 더 떠서 강남에 나가라고 하지 않느냐"며 "이런 게 바로 자살골이고, 이게 거듭되면 신당이 결정적인 득점을 저절로 올리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