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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암살' 뜨니 김원봉에게 훈장 주라고?
건국은 사라지고 광복만 흘러 넘쳐이덕기 / 자유기고가
현재의 대한민국 정부가 ‘70주년’이라고 축하한 ‘광복(光復)’, 즉 일제(日帝)의 압제에서 벗어난 ‘해방(解放)’은 오욕(汚辱)의 민족사를 가장 함축적으로 상징하는 단어이다. 해방은 그 반대의 시절이 있었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또한 냉정하게 따지면, 그 해방조차도 우리 민족의 힘과 투쟁으로 맞게 된 것이 아니었다.
물론 일제에 맞서 이 땅 안팎에서 풍찬노숙(風餐露宿)하며 싸운 수 많은 지사(志士)·투사(鬪士)들의 고난과 희생을 폄하해서는 안 된다. 그 분들의 숭고한 뜻을 계승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민족사적 정통성에 근거(根據)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역사적 사실은 사실대로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
1945년 8월 15일이 70년 지난 이 땅에서는 그 서러운 해방을 ‘광복’이라며 경축하는 축제가 여기저기서 성대하게 판을 벌렸다. ‘70’이라는 10의 일곱 배수(倍數) 숫자의 마력(魔力)은 정작 기억해야 할 소중한 것들을 집어삼켜 버렸다. 비록 절반(折半)이라서 미완(未完)이긴 했지만, 이 나라 독립의 장거(壯擧)는 실종(失踪)되고 말았다. 대한민국의 건국(建國)은 지워지고 잊혀진 채였다.
동서냉전의 와중(渦中)과 모든 것이 허물어진 폐허의 척박한 상황에서도 나라를 세워 진정한 독립을 이루려 했던 그 때의 희망·열정·용기와 도전정신을 되짚으려는 움직임은 발견하기 어려웠다. 이 축제가 가능했던 뿌리는 온데 간데 없어 졌다. 애국단체가 주최하는 ‘대한민국 건국 67주년 기념 국민대회’가 있었지만, 이 나라 대부분의 언론은 외면했다.
이렇게 ‘70주년’으로 포장되어 알맹이가 빠진, 한 마디로 “쪽 팔리는 해방”의 환희(歡喜)만이 넘쳐나다 보니, 이에 편승해서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건국의 숭고한 정신을 지우려는 작태들이 활개를 쳤다. 개X에 보리알 끼듯….“군사적 완충지대인 비무장지대에서 쌍방의 충돌을 유도하거나 확산시킬 수 있는 공격적 행동은 중단돼야 한다. 대규모 전쟁연습과 같은 군사적 무력시위도 중단돼야 한다...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6·15공동선언과 10·4선언 이행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실효성도 없는 대북제재를 해제하고 다시 교류·협력을 복원해야 한다...”이 말들을 위해 앞에 내세운 것이 ‘광복 70돌 8·15 민족통일대회’였고, 주최는 ‘광복 70돌, 6·15공동선언발표 15돌 민족공동행사 남측준비위원회’였다고 한다.
이 시기에 이 말들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는 뻔하다. “이번 DMZ 지뢰 폭발 사고가 북의 소행이라는 명백하고 객관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라”고 이미 짓어대기 시작했었다. 이들이야 늘 상 때만 되면 이런 짓을 해오던 터이니 그렇다 치자. 그런데….
“이제는 남북 간의 체제 경쟁이 끝났으니, 독립유공자 포상에서 더 여유를 가져도 좋지 않을까...
일제시대 독립운동은 독립운동대로 평가하고, 해방 후의 사회주의 활동은 별도로 평가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약산 김원봉 선생에게 마음 속으로나마 최고급의 독립유공자 훈장을 달아드리고, 술 한 잔 바치고 싶다.”이건 또 무슨 자다가 봉창 뜯는 소리인가. 귀를 위심할 수 밖에 없다. ‘1948년 8월 15일 건국된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고자 재수(再修)하시는 분의 입장이란다. 새(鳥)연합 왕초이시고, 안경도 끼셨다.
1945년 8월 15일 해방 이후, 이 땅의 사회·공산주의자들은 ‘인민공화국’을 세우려하다가 실패하자, 쏘련의 괴뢰가 되어 대한민국의 건국을 방해하기 위해 진력(盡力)했다. 이어서 신생(新生) 대한민국을 없애고자 동족상잔(同族相殘)의 전쟁을 일으켰다. 김원봉·박헌영 등등은 전쟁범죄의 주범(主犯)들이다. 결국 이들의 1945년 8월 15일 이전(以前) 활동은 민족의 해방이나 독립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이 추구해 온 붉은 이데올로기를 이 땅에 실현시키려는 과정이었다.
그 재수생(再修生) 분의 논리대로라면, ‘백도혈통(百盜血統)’의 시조(始祖)라는 ‘천출맹장(賤出盲腸)’ '기밀세이'도 해방 전(前)에 독립운동(실은 독립운동인지 마적질인지 분간이 곤란하지만)을 했으니, 해방 후 활동은 별도로 평가하면 된다. 그래, 최고급의 독립유공자 훈장을 달아드리고 술 한 잔 바쳐라! 그리고 오는 10월 10일 ‘좃선노동당 창건 70주년’을 서울에서 축하하라! 아주 성대하게 어린 ‘최고 돈엄(豚嚴)’을 뫼시고... 남북간의 체제 경쟁이 끝났다? 인민민주주의 체제가 승리했는가 보다.
그리고 남북간 체제 경쟁이 끝났으면, 왜 DMZ에서 지뢰 폭발로 대한민국 젊은이들이 다리를 잃어야 했나? 그 사건이 있고 나서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 북한의 사과(謝過), 진상 규명” 등등 화려한 말솜씨를 발휘하고, 부상자(負傷者) 면회에다가 급기야 ‘임진각 현장 최고위원 회의’까지 열었던 것은 뭔가? 전부 허깨비에 홀린 한바탕 쑈였나?
그러다가도 결론은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위한 남북대화 재개 등 다각적인 대화 노력...” 이런 거였다. 더군다나 “김대중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박근혜 정부만 비교해 봐도 우리가 안보에 더 많이 노력해서 성과가 좋았고 더 유능했다.”는 자랑질까지 곁들여서...
입은 삐뚤어져도 말은 바로 하랬다. 어느 미친 놈이 자기에게 무릎 꿇고 알아서 싹싹 빌고, 설설 기면서 바리바리 갖다 바치는데, 자기 꼬붕이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데 뭐가 아쉬워서 손에 피를 묻히나? 어뢰 값, 폭탄 값, 지뢰 값 아깝게 시리. 허긴 말 한 번 제대로 안들었다가 착한 우리 청춘들만 기습적으로 대신 한 방 크게 맞기도 했었지. 그 분들은 ‘서해 교전’이라고 한다든가.한 가지 더. 벌써 오래 전에 입증된 것이지만, 현재 이 상황에서 읊어대는 남북화해·대화·교류협력이란 곧 북녘은 계속 남녘의 뺨을 갈기고 남녘은 더 때리라고 계속 다른 뺨을 내미는 것을 상호 이해함으로써 관계를 유지(維持)시키자는 것이지 않는가?
‘1948년 8월 15일 건국된 대한민국’의 역정을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한 역사(그러므로 태어나지 말았거나, 가급적 빨리 망하거나)”라고 규정한 세력들에 대해, ‘진정한 광복 70주년, 즉 건국·독립 70주년’까지는 그 가면(假面)을 확실히 벗기고 단죄(斷罪)해야 한다. 늦었다고 생각하면 정말 늦은 거지만, 3년이란 세월이면 충분한 시간이다. 그 안에 총선(總選)도 있고 대선(大選)도 있다. 그 것만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분열(分裂)을 막는 지름길이다.
엊그제 어느 일간지(日刊紙)에 이스라엘 ‘야드 바솀’ 홀로코스트 추모관장의 인터뷰 기사가 보도되었다. 기사 말미(末尾)에 이런 말이 실렸다.“역사관은 미래관입니다. 하나의 작은 사건이라도 국민이 서로 다르게 기억하고 있다면, 그 나라 앞날은 분열입니다. 같은 곳에 서 있어야 같은 곳을 봅니다. 그래야 나라에 힘이 생깁니다.”
<더 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