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공무원법 개정안'이 처리됐다면, 성추행 사건이 예방됐을지도…
  • ▲ 국회기.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국회기.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법은 개인의 인성을 바꾸진 못하지만 처벌을 예고함으로써 감정을 조절하는 역할에는 한 몫한다. 어느 철학자의 말마따나 문명은 인간의 욕망으로 발전한 것이 사실이지만, 그 언저리에는 법도 함께 있었다. 조직의 크기와 상관없이 개체가 모인 공동체에는 법이 필요하다. 개인의 '이기심'을 '자유'라는 수준에 묶어두기 위함이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는 대한민국은 응당 자유주의를 존중한다. 자유주의가 말하는 자유는 개인의 자유를 의미하는데, 여기에는 놓치지 말아야할 포인트가 한 가지 있다. 내 자유가 보호돼야 하는만큼 상대방의 자유도 똑같이 보호돼야 하는 것이 그 것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정도가 바로 내가 누릴 수 있는 자유의 범위다. 법은 그 경계를 정한다. 자유를 보장하는 사회가 법치주의 국가로 귀결되는 이유다.

    뉴스를 보고 있으면 하루 이틀 일은 아니다만, 얼마 전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사건이 또 벌어졌다. 최근 서대문구의 한 공립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성추행 사건이다. 사람들의 얼굴을 벌겋게 만든 걸 보니, 교사가 학생을 성추행 하는 일이 이 사회에서 아직은 충격 작용을 한다.

    쏟아지는 언론 보도에 따르면 A고등학교의 교사 6명이 동료 여교사들과 여학생들을 성추행했다. 개중에는 훈화 말씀을 전담해온 교장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교장은 교사 회식자리에서 여교사의 신체 부위를 만지면서 성추행했다.

    어떤 가해자는 특정 여학생들에게 '춘향이', '황진이'라고 부르며 성희롱했다. 이성이 박약한 것으로 예상되는 또 다른 가해자는 학생들에게 "원조교제를 하자"고 했으며, 실성한 것으로 추측되는 한 가해자는 "대학에 가지 못 하면 미아리로 보내겠다"고 했다. 한 미친놈은 과학실에서 여학생의 속옷에 손을 넣기도 했다.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이들은, 현행 '교육공무원법'상 교사직 파면이나 해임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파면되더라도 5년, 해임은 3년이 지나면 교사직으로 재임용할 수 있다. 영구퇴출 시키려면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았을 때만 가능하다. 때문에 사실상 퇴직 처분이 불가능한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을 아니할 수 없다.

    가해자들의 범법 행위는 이미 벌어진 상황에서 우리를 더욱 안타깝게 하는 건 법이다. 입법 권한을 가진 국회의원들이 일을 하고 있지 않거나, 쓸데 없는 일을 하고있다는 느낌을 쉬이 지울수 없다.

    이번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가해자들을 교권에서 퇴출시킬 수 있는 법이 국회의 구석 어딘가에 처박혀 있었다. 지난해 3월 새누리당 박명재 의원이 대표발의한 '교육공무원법 개정안'이 그 법이다.

    본 개정안은 미성년자만을 보호하는 현행법과 달리, 공립과 사립을 아울러 유치원부터 초·중·고·대학교의 학생과 교사·교수까지 대상한다. 벌금을 단 돈 1만 원형이라도 받은 성범죄자는 징계·파면을 넘어 일절 퇴출시킨다는 내용이다. 박 의원은 당시 성추행 문제가 사회악으로 대두되자 이같은 법을 제안했다.

    그러나 당시 여론이 잠잠해지자 국회는 여느때와 같이 개정안에서 눈길을 거둬들였다. 본 개정안은 그 해 4월 교문위 상임위에 상정 회부됐을 뿐, 이후 단 한 차례도 논의가 안 된 상태다. 사실상 교문위 자체가 동면상태에 들어가자 교육부마저 의지를 잃었다고 토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타인의 자유를 존중하지 않는 이의 자유는 제한돼야 함에도,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불가결했던 법 하나는 또 그냥 그렇게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