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죽음은 또 다른 의혹, 국정원 현장방문 의미 없어”
  • ▲ 국가정보원 본관 전경. ⓒ뉴데일리 사진DB
    ▲ 국가정보원 본관 전경. ⓒ뉴데일리 사진DB

    국가정보원이 해킹프로그램을 이용해 민간인을 사찰했다는 야당의 의혹제기가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국정원 직원 임모(45)씨가 “해킹 프로그램을 민간인 사찰에 쓴 사실이 없다”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하면서 만만치 않은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벌써부터 정치권 주변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 주요 인사들의 잇따른 의혹제기가 임씨 죽음의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표, 안철수 의원 등이 뚜렷한 근거 없이 국정원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기정사실처럼 밀어붙이면서, 해킹프로그램 관련 업무를 담당한 것으로 알려진 임씨가 엄청난 압박감을 받았고, 결국 야당의 음모론이 임씨 죽음의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국정원 직원 임씨는 지난 18일 낮 12시께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한 야산에서 죽은 채 발견됐으며, 경찰은 임씨가 승용차 안에서 번개탄을 피우고 자살한 것으로 결론냈다.

    경찰에 따르면 임씨는 이날 오전 5시쯤 집을 나온 뒤 가족과 연락이 끊겼으며, 임씨가 타고 있던 차량에서 A4 용지 3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다. 유서 2장은 가족과 부모에게, 1장은 국정원 동료들에게 남긴 메시지다.

    임씨가 동료들에게 남긴 유서에는 “절대로 내국인을 해킹한 적이 없다”, “순수한 의무수행을 위해 일했다”, “이번 일로 파장이 너무 커져 부담스럽다”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특히 임씨는 유서를 통해 “해킹프로그램은 대북·대테러 활동을 위해 썼으며, 내국인에 대해서는 절대로 쓰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임씨는 “이번 일로 국정원의 명예가 실추돼 (동료들에게) 미안하다”고 심경을 전했다.

    임씨가 해킹프로그램 논란과 관련돼 심한 압박을 받은 사실이 유서를 통해 드러나면서, 경찰은 임씨가 심적인 부담과 동료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임씨의 유서 내용이 공개되면서 정치권 주변에서는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의원을 비롯한 새정치연합의 정치공세가, 대북·대테러 업무를 수행하던 국정원 직원을 죽음으로 내몬 것이나 다름이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지난 16일 국정원 해킹프로그램 시연회를 열면서, 국정원이 민간인을 사찰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스마트폰 해킹은 국민인권 문제”라며 기자들을 불러 모아 시연회를 열었다.

    문재인 대표는 이 자리에서 “국정원의 불법 해킹프로그램이 북한 공작원용이 아니라, 국민을 대상으로 사용됐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문재인 대표는 “휴대폰은 국민들을 감시할 수 있는 단말기와 몰래카메라가 됐다”고 음모론을 펴기도 했다.

    한발 더 나아가 문재인 대표는 “국정원은 마음만 먹으면 국민 누구든지, 언제든지 휴대폰 카카오톡 내용과 저장된 모든 정보를 훔쳐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재인 대표는 “국정원이 휴대폰을 통해 (민간인을) 감시한 사실이 있다면, (국정원은) 국가정보기관이 아니라 민주주의 헌정질서를 교란하고 사생활을 파괴하는 악성바이러스”라고 주장하면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피할 수 없다”고 핏대를 세웠다.

    새정치민주연합 국민정보지키기위원회 위원장으로 추대된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휴대폰이 해킹당하는 모습을 시연했다. 그러면서 안철수 의원은 “(민간인 사찰에 대한) 진상을 규명해, 국민을 안심 시키겠다”고 말했다.

  • ▲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이 해킹당한 자신의 휴대폰을 보며 신기해하고 있다. ⓒ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이 해킹당한 자신의 휴대폰을 보며 신기해하고 있다. ⓒ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안철수 의원은 임씨의 자살 소식이 알려진 19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임씨의 죽음은 또 다른 의혹을 불러일으킨다”면서 음모론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안철수 의원은 “국정원의 불법 해킹을 통한 사찰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관련 직원의 돌연한 죽음은 또 다른 의혹이 될 수밖에 없다”며, “고인의 죽음은 안타깝지만 정말 의아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안철수 의원은 “국정원이 해킹프로그램을 운영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뒤, 국정원 내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국민들은 궁금해 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안철수 의원은 “(임씨가)사망한 배경이 진실규명 없이 유야무야되면, 국정원에 대한 국민들의 의혹이 해소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새정치연합의 민간인 사찰 음모론 제기에 대응해 국정원은 여야 정치권의 현장방문을 전격 수용하는 등 의혹 해소를 위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민간인 사찰 음모론의 발원지인 새정치연합 측은 국정원에 대한 현장 방문을 뒤로 미루고 있다.

    이에 대해 안철수 의원은 “해킹 컴퓨터를 옮기기만 해도 현장방문은 의미가 없다. 현장 방문으로 모든 의혹이 해소된다는 것은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철수 의원은  “해킹프로그램 로그파일을 도입 시점부터 모두 공개하는 등 국정원의 책임 있는 해명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여야 원내 지도부와 정보위 간사들은 20일, 국정원 현장방문 일정을 협의할 예정이다. 국정원은 삭제된 것으로 알려진 업무관련 자료를 100% 복구한 뒤 이를 국회에 제출해, 의혹을 해소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