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 30분 의총에 30여명 발언… 이구동성 "유승민 물러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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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8일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원내대표 사퇴 기자회견을 한 뒤 뒷모습을 보이며 퇴장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8일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원내대표 사퇴 기자회견을 한 뒤 뒷모습을 보이며 퇴장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위헌 소지가 있는 국회법 개정안을 야당과 합의해 통과시켜, 당청 관계를 악화시킨 주범으로 불리는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 원내대표직을 사퇴했다.

    국회법 개정안이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거부권 행사된지 13일 만이다. 유승민 의원은 동료 의원들의 거센 사퇴 요구를 못 이기고 결국 퇴진을 결단했다.

    유승민 의원은 8일 오후 원내대표 퇴진 기자회견을 열고 "의총의 뜻을 받들어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다"며 "국민 여러분께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희망을 드리지 못하고, 거취 문제를 둘러싼 혼란으로 큰 실망을 드린 점은 누구보다 나의 책임"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아무리 욕을 먹어도 결국 세상을 바꾸는 것은 정치라는 신념 하나로 정치를 해왔다"며 "평소 같았으면 진작 던졌을 원내대표 자리를 끝내 던지지 않았던 것은 지키고 싶었던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지난 4월 국회연설에서 '고통받는 국민의 편에 서서 용감한 개혁을 하겠다. 내가 꿈꾸는 따뜻한 보수, 정의로운 보수의 길로 가겠다. 진영을 넘어 미래를 위한 합의의 정치를 하겠다'고 했던 약속도 아직 지키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앞서 새누리당은 이날 오전 의원총회를 열고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오전 9시부터 비공개로 시작된 의총은 3시간 30분 이상 진행됐으며, 30여 명의 의원들이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총을 전후해 어떤 형식으로든 유승민 의원이 원내대표에서 사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중론이었다. 6일 국회법 개정안의 재의 투표불성립을 기점으로 당내에서도 유승민 의원의 사퇴를 바라는 여론이 다수를 이뤘기 때문이다.

    유승민 의원도 이를 예상했음인지 의총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의원들의 의견에 따르겠다"는 말을 남긴 채 의원회관에 있는 자신의 의원실에 칩거해 결과를 기다리며, 사퇴 기자회견문의 초안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 ▲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 당청관계 불화의 책임을 지고 8일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 당청관계 불화의 책임을 지고 8일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김무성 대표는 의총을 시작하면서 "때로는 자신을 던지면서 나보다는 당을, 당보다는 나라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유승민 원내대표에게 당을 위해 희생하는 결단을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의총에서는 유승민 원내대표가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쉽사리 중론을 이뤘으나, 권고 방식을 두고 이견이 노출됐다. 사퇴를 표결에 부쳐야 한다는 의견과 표결까지는 하지 말자는 의견이 대립을 이뤘다. '표결까지는 하지 말자'는 의견이 다수였으나, '표결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아 의총이 길어졌다. 표결해야 한다는 의견은 유승민 원내대표를 지지하는 측에서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의총에 참여한 새누리당의 의원은 〈뉴데일리〉 취재진과 만나 "표결하자는 의원들의 의도는 유승민 원내대표의 체면을 살려주겠다는 것"이라며 "만약 표결해서 40% 정도의 퇴진 반대 의견이 나온다면, 결국 60%의 찬성으로 물러나기야 하겠지만 반대 의견도 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의총에서는 권고안이나 결의안은 채택하지 않았으며, 표결도 이뤄지지 않았다. 의총이 끝난 직후 유승민 원내대표와 함께 원내대표단의 일원으로 활동했던 원내부대표들 중 일부는 결과에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한 원내부대표는 "나는 표결하자는 쪽이었는데 그렇게 되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다른 원내부대표도 "(의총 결과에 대해서는 김무성) 대표나 (조해진) 수석에게 물어보라"며 "나는 오늘 의총의 결론을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반면 친박계 일부 의원들은 의총이 끝날 때 박수를 치는 등 후련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의총 직후 김무성 대표는 "오늘 의총에서 많은 의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었고, 이 뜻을 유승민 원내대표에게 전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유승민 원내대표의 퇴진을 요구하는 의총 결과는 김무성 대표최고위원과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 김희국 의원이 수렴해 유승민 의원을 직접 찾아가 전달했다.

    김희국 의원은 "(의총 결과를 접한) 유승민 원내대표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잘 알았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후 유승민 원내대표는 곧바로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국회 기자회견장으로 이동해 미리 준비한 사퇴 선언문을 낭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