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 준비해야 하는 새누리당, 국정과제 완수 목표로 하는 청와대
  • ▲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원내대표 사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원내대표 사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이종현 기자

     

    박근혜 정부 국정운영의 발목을 잡아왔던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결국 사퇴했다.

    당 의원총회의 결정에 의한 '사퇴 권고 추인(追認)'이라는 형식을 밟았으나 사실상 쫓겨난다는 느낌이 강했다.

    유승민 원내대표의 삐뚤어진 행보는 취임 직후부터 시작됐다.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적극 뒷받침해야 한다는 새누리당의 당헌(黨憲)을 무시하고, 취임하자마자 개인 정치에 몰두한 유승민 원내대표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비아냥은 물론, 정부의 정책방향을 좌파적 시각에서 비난한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렇다보니 당·청(黨靑) 관계가 원만할 리가 만무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인지, 새누리당 소속인지 도통 분간할 수 없는 유승민 원내대표의 행보 탓에 줄곧 긴장감이 가득했던 당·청 관계다. 정국 운영을 놓고 몇 달간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이어졌다.

    폭발이 일어난 것은 지난 5월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와 국회법 개정안이 연계된 것을 기점으로 냉랭하던 당·청 관계는 아예 깨져버리고 말았다.

    자칫 행정부의 기능을 마비시킬 수 있는 국회법 개정안이다. "세월호 사고 당일 박근혜 대통령이 마약(痲藥)을 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냐"고 막말을 퍼붓는 일부 세력의 배를 채워주기 위한 목적도 다분했다.

    그런 악법(惡法)을 처리한 유승민 원내대표를 청와대가 가만 놔둘 리가 없었다. 사사건건 국정운영을 가로막은 것도 모자라 아예 행정부를 통째로 집어삼키려 한 유승민 원내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의 야합(野合)을 향해 박근혜 대통령이 쓴소리를 쏟아낸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 ▲ 지난 4월 16일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접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 지난 4월 16일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접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유승민 원내대표가 8일 사퇴를 발표하면서 당·청 갈등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모양새다.

    하지만 유승민 원내대표의 측근으로 꼽히는 일부 비박(非朴) 의원들은 여전히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를 발판삼아 집단행동에 나서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가 갈등 해소의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게다가 20대 총선 공천(公薦)이라는 초대형 갈등 이슈가 여전히 상존하고 있어 향후 정국 운영에 대한 우려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 이후 여권 분열을 봉합할 전략의 부재다. 청와대는 "당·청 관계가 잘 되기를 희망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고, 김무성 대표도 연일 당·청 운명공동체론만 설파하고 있다.

    거시적 방향만 있을 뿐, 구체적인 전략을 찾아볼 수 없다. 

    박근혜 정부 집권 후반기를 앞두고 청와대는 당·청 관계 회복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소통 채널' 복원이 특히 시급한 문제다. 그러나 당·청 관계를 정리할 정무수석 자리는 60여일째 비어 있고, 정무특보 2명은 친박(親朴) 핵심 의원이기에 비박(非朴) 진영과의 소통 창구 역할을 할 이가 마땅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으로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총선을 불과 1년여 앞둔 시점에서 계파 간 내홍을 겪는 모습은 유권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 공산이 크다. 친박과 비박을 둘러싼 갈등이 커질 수록 양측 모두에게 타격이다.

    이대로는 친노(親盧)와 비노(非盧)로 갈려 밥그릇 싸움을 벌이는 새정치민주연합과 다를 바가 없다는 얘기다.

    이제 트로이 목마(Trojan horse)는 사라졌다. 얼마 남지 남은 20대 총선을 준비해야 하는 새누리당, 집권 3년차의 국정과제를 완수해야 하는 청와대 모두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더 이상 분란의 불씨를 만들 이유가 없다. 청와대와 대화가 통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새 원내대표를 선출하는 것이 갈등을 종식시킬 수 있는 첫 번째 방법이다.

    새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의 만남을 추진하고, 이후 당·정·청(黨政靑) 회의와 같은 정책 조율 채널을 재가동해 갈등 국면을 수습하는 것이 급선무다.

    새누리당이 '제2의 유승민'을 새 원내대표로 선출할 때에는 공멸(共滅)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게 된다. 또 다시 대화의 단절과 반목이 이어진다면 여권 전체의 방향성에 적잖은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