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 절실한 스포츠 에이전트 제도…KBO 14년제 '외면'
  • ▲ 최진행 선수.ⓒ연합뉴스
    ▲ 최진행 선수.ⓒ연합뉴스

    【뉴데일리 스포츠】최근 최진행과 윤완주 등 프로야구 선수들이 한국야구위원회(KBO)에게 억울한 징계를 받았다. 선수들의 억울함을 대신해 싸워야 할 소속 구단이 KBO와 같은 입장을 취하며 선수 보호 역할을 포기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KBO와 구단의 횡포에 맞설 선수 대리인 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지난 5월, 한화 최진행(29)의 금지 약물을 복용한 사실을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가 밝혀냈다. 최진행은 한화 소속 트레이너와 상담해 헬스 보충제를 복용했고 이 약물에서 금지 약물 성분이 나오면서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3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지난 4월에는 기아 타이거즈의 윤완주(27)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노무노무'라는 표현을 올리는 일이 있었다. '노무노무'는 故 노무현 대통령을 싫어하는 인터넷 게시판 사용자들이 만들어낸 단어로 윤완주는 노 대통령 지지자들의 비난을 받았다. 이 사건으로 기아 타이거즈는 윤완주에게 3개월 자격 정지와 800만원 상당의 벌금을 지불하도록 징계했다. 

    최진행의 도핑에는 구단의 과실이 있었다. 한화 소속 트레이너는 최진행이 복용할 헬스 보충제를 도핑 검사에서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도핑 사건은 한화와 최진행의 잘못이 함께 있지만 한화는 최진행에게 2,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고 KBO가 도핑을 시도한 선수에게 내리는 최고 징계인 30경기 출장 정지에 대한 최진행의 억울함을 대신 피력해 주지도 않았다.

    윤완주의 징계는 최진행에 비해 더 억울한 것이었다. 윤완주는 '노무노무'가 정치적인 의미가 있는 단어인지 모르고 사용했다고 수차례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노무노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음주운전'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선수와 동일한 징계를 받았다. 

    에이전트 제도를 허용하지 않는 프로야구에서는 구단이 선수를 보호할 책임이 있다. 하지만 최진행과 윤완주의 경우에는 선수를 보호해야 할 구단은 오히려 강력한 징계를 내리며 KBO의 편에 선 바 있다. 최진행과 윤완주의 억울함을 대신해 싸워 징계 수위를 낮춰줄 수 있는 유일한 힘을 지닌 구단이 오히려 선수들에게 회초리를 휘둘렀다.

  • ▲ 김용민 대표.ⓒ뉴데일리
    ▲ 김용민 대표.ⓒ뉴데일리

    야구 에이전트 김용민 대표 "선수 보호, 구단은 불가능"

    29일 국내와 해외에서 야구 에이전트를 운영하고 있는 김용민 'RH&YM' 공동대표(30)는 선수들을 KBO와 구단의 횡포에서 보호할 수 있는 역할을 담당하는 에이전트가 프로야구에 시급히 도입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김 대표는 선수가 구단과의 계약을 하거나 광고를 원하는 기업들에게 선수 마케팅을 하는 것으로만 알려진 '스포츠 에이전트'의 또 하나의 중요한 역할인 '선수 보호 기능'을 강조했다.

    김용민 대표는 "선수와 구단의 관계가 평등하지 못하기에 에이전트 역할이 필요하다"며 "에이전트는 돈이 걸린 계약 문제에만 나서는 것이 아니라 선수가 구단이나 KBO에게 억울한 징계를 받았을때 대신 싸워 줄 수 있는 역할도 한다"고 말했다. 또 김 대표는 "선수들이 약자이기에 구단과 KBO에게 억울한 징계를 받아도 어떠한 대응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용민 대표는 구단에게 선수 보호 기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구단은 선수를 무조건 보호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라며 "징계하고 보호해야 하는 두 가지 모순된 역할을 동시에 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KBO "프로야구 에이전트 아직은 무리다"

    프로야구에 스포츠 에이전트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KBO는 에이전트 제도 도입을 14년째 미뤄왔다. 정부는 지난 2001년 3월9일 KBO와 선수들의 관계가 지나치게 갑과 을로 나눠져 있어 지나친 불공정 행위가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KBO는 정부의 지적에 갑과 을로 나뉜 구단과 선수 사이에 에이전트가 개입할 수 있게 제도를 마련했지만 시행은 아직 하고 있지 않다. KBO 관계자는 "에이전트 제도를 도입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정부의 지시로 만들었지만 아직 시행시기는 논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KBO는 시장이 좁은 국내 프로야구를 고려하면 에이전트 제도 도입은 아직 너무 이르다는 입장이다.

    김용민 대표도 이런 KBO의 입장은 옹호했다. 김 대표는 "평균 연봉 1억원인 프로야구 시장에서 선수들이 에이전트를 고용할 수 있는 자금적 여유가 아직은 없다"며 "국내 프로야구 시장이 조금 더 성장하면 성장하면 에이전트 제도는 KBO가 막아도 자연스럽게 열릴 것"이라고 예견했다.  

    하지만 김용민 대표는 "자국 시장은 해외 시장으로 나갈 수 있는 발판이기에 KBO가 에이전트 도입을 막으면 국내에서 자생할 수 있는 에이전트가 나오지 않아 노하우가 축적되지 않고 해외 스포츠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체력을 가진 에이전트가 생겨나지 않게 된다"고 KBO가 에이전트 제도를 일방적으로 거부하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