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억짜리' 경기 영상보니… '격투기' '럭비' '소림축구' 연상돼"
  • 지난 15일 북한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2022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예선 한국 대 북한의 경기. 손흥민이 북한 선수와 볼 다툼을 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뉴시스 제공
    ▲ 지난 15일 북한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2022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예선 한국 대 북한의 경기. 손흥민이 북한 선수와 볼 다툼을 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뉴시스 제공
    "거짓말을 할 수 없는 선수로서, 심한 욕설도 우리에게 했어요. 기억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치지 않고 돌아온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29년 만의 평양 원정 경기를 마치고 돌아온 축구대표팀 주장의 입에서 "기억하고 싶지 않다"는 말이 나왔다. 최영일 선수단장은 한술 더 떠 "여지껏 축구 경기에서 이런 광경을 본 적이 없다. 거의 전쟁을 치렀다"고까지 했다. 대체 지난 15일 북한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월드컵 예선전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취재진도 관중도 없는 '깜깜이'로 경기 진행


    앞서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는 현지 생중계를 노리고 경기가 열리기 전 북한 측에 중계 계약금을 지불했다. 이 계약금은 방송 3사가 공동 분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북한의 비협조로 생중계는 무산됐고, 경기는 취재진도 관중도 없는 '깜깜이'로 진행됐다.

    이후 지상파 3사는 생중계가 무산되자 녹화중계라도 하기 위해 지난 16일 방송 예고까지 했지만, 북한으로부터 DVD로 받은 경기 영상이 '기록용'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파악하고 중계 일정을 취소했다.

    이처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가대표 축구팀이 관중도 취재진도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경기를 치르고 왔는데, 생중계는 고사하고 녹화중계로도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정부와 축구협회를 성토하는 여론이 빗발쳤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축구협회는 17일 오후 3시 30분, 협회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카타르월드컵 축구 2차 예선, 한국과 북한의 경기 영상을 틀었다. 이미 결과가 나온 경기 영상을 마치 언론배급시사회처럼 기자들에게 '선공개'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진 것. 해당 영상을 시청한 전문 기자들은 하나 같이 "손흥민 등 우리 선수들이 불만을 토로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네티즌 "소림축구 실사판" 경악

    축구협회가 유튜브에 올린 하이라이트 영상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는 읽을 수 있었다. 전문 기자들이 묘사한 것처럼 볼이 아닌 발을 향한 태클이 쇄도했고, 북한 선수와 코치진이 내뱉는 '거친 고함'이 경기장을 쩌렁쩌렁 울렸다.

    나상호 선수가 북한 선수와 공중볼 경합을 하다 충돌했는데 여기에 격분한 북한 선수들이 몰려들면서 양팀 선수들이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도 보였다. 보도에 따르면 이때 황인범 선수가 북한 선수에게 손으로 가격당했다는 내용도 나오는데 당시 주먹으로 맞았는지는 확실치 않다.

    영상을 접한 네티즌들은 "전반적으로 북한 선수들이 다 거칠었다"며 "선수들의 말처럼 승패보다 다치지 않고 돌아온 게 천만다행"이라는 공통된 반응을 보였다.

    'Red Korpite'라는 네티즌은 "공 잡으면 아주 걍 죽이려고 오네 와... 안다쳐서 온 게 진짜 다행이다"라는 댓글을 남겼고, '박종성'이라는 네티즌은 "이게 우리나라가 17억주고 얻은 DVD구나"라고 비꼬았다.

    '조슈아현'이라는 네티즌은 "정부가 유튜브를 막으려는 이유가 이런거군요. 자기네 실체가 까발려질까봐"라는 댓글을 달았고, '짠맛소금'은 "진짜 살아돌아온 게 다행"이라고 한숨을 쓸어내렸다.

    이밖에 "축구보는데 이렇게 무섭기는 또 처음이네", "이게 축구냐 소림축구지", "지면 무슨 총살이라도 당하나? 파울만 하다가 자기 선수 넘어지면 벤치 선수까지 일어나서 경기 내내 소리만 빽빽 지르고", "아휴...다른 나라 가서 북한이 한민족이라고 말도 못하겠다", "뭔가 진짜 발목 박살내려는 표정이랑 몸짓이다", "이런데도 문재인 대통령님은 공동올림픽 개최를 논의하시는건가요 훠훠훠",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 경험해서 좋구만!", "축구가 아니라 집단 패싸움을 보는 느낌임", "스포츠에서 공과 사가 구분이 안되는 북한사회란 무섭다. 아오지탄광이 무섭긴한가보다" 등 북한 선수들의 경기 태도를 문제 삼는 다양한 댓글이 관련 영상에 달렸다.